2012. 4. 2. 14:17ㆍmy mbc/ciném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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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지 클루니라는 이유만으로 월차를 감행해가며 보러 갔던 영화.
그리고 결과는, 조지 클루니 이펙트 x 1.5 정도의 감동
#.
영화는 해맑은 표정을 한 채 바람을 맞으며 보트를 타고 달리는 여인과 함께 시작한다.
남자가 아내의 빈 자리를 앞에 둔 채 고군분투 하는 이야기라는 것을 알기에,
그 행복해 보이는 순간이 어찌나 불안하게 느껴지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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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영화는 바로 조지 클루니에게로 이동,
보트 사고로 혼수상태에 빠진 아내의 병상을 지키는 와중에도 서류더미에 쌓여있는,
하와이안 셔츠가 무색하게도 어딘가 삶에 쩔어있는 그의 모습을 보여준다.
신탁 중인 하와이의 땅을 팔아버리고 돈을 벌어들일 기대에 부푼 일가친척들 사이에서,
한참을 정신없이 일 이야기로 보내다가도 갑자기 아내 생각이 떠올라버리는 순간이 있다.
이 얼마나 솔직하고 세밀한 표현이란 말인가.
어디 하나에, 특히 가족의 일에 마음이 묶여 있을 때, 일상 생활을 잘 해나가는 듯 보여도,
결국 머리 속에 가득 자리잡은 그 하나의 일이 번득번득 치고 올라오는 그 상황.
그런 디테일한 감정 묘사들이 넘쳐 흐르는 덕분에 이 영화가 더욱 매력 넘치는 듯 하다.
예를 들면,
왜 수영장에 있는데 말하고 난리야- 하는 큰 딸내미의 투정 아닌 투정 같은 것들도,
참 와 닿았단 말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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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방지축 어디로 튈 지 모르는, 한껏 비뚤어질테다- 모드인 두 딸 들을 데리고,
특히 조지 클루니가 알 거 다 아는 큰 딸과의 교감을 시작하며,
(특수한 목적을 띈) 가족 여행을 떠나게 되는 그 때 부터 이야기는 조금씩 절정을 향해 간다.
아내의, 엄마의 죽음을 앞 두고 어떤 자세와 어떤 행동을 하며 사는 게 맞는 것일까.
미처 몰랐던 아내의 흔적에 집착하거나,
엄마를 쉽게 용서하지 못 하거나,
병상의 엄마를 사진으로 남긴다거나,
결국 자기 자신을 먼저 생각할 수 밖에 없는 이기적인 인간의 모습인 듯 싶다가도,
그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어떻게 정상적인 생활 속에 이 상황을 받아들일 수 있을까 싶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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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에는 큰 딸내미가 너무 네가지 없게 생겨가지고 별로 정감이 안 갔는데,
게다가 지 친구라고 데려온 왠 멍청한 놈팽이도 그렇고 ㅎㅎ
근데 보다보니, 마치 극 중의 조지 클루니가 그들에게 그랬듯이,
점점 정이 가는 캐릭터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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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그저 병상에 누워있을 뿐인 그녀를 찾아와 용서를 말하는 여자.
그 때의 그 충격도 참 신선했다.
그렇지, 이 가족에게도, 그 여자에게도,
결국 누군가는 용서를 하고, 누군가는 용서를 받아야하는,
그런 상대적인 관계가 얽혀있었던 거지, 하고.
이 영화는 자칫 관객이 어느 한 쪽으로 치우쳐버릴지도 모르는 시점이 올 때마다,
속 차리라고 건네 받은 냉수 한 잔처럼, 이렇게 우리를 일순간에 흔들어버리기도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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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도 영화의 마지막 장면이 아직도 눈에 선하다.
마치 어떤 큰 일도 겪지 않은 사람들처럼,
너무나도 자연스럽고, 사랑스럽고, 귀여운, 세 가족의 모습.
산 사람은 살아야지- 하는 자칫 이기적이고 무책임하게 들릴 수 있는 이야기를,
힘들어 하는 채로 남겨진 산 사람은 과연 어떻게 살아야 사는건데- 하는,
보다 인간적인 이야기로 풀어낸,
가슴 훈훈해지는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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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고보니 여지껏 아무 뜻 없이 디센던트, 디센던트 하고 읽었었는데,
하필이면 무슨 우쿨렐레스러운 이름의 하와이 원주민의 자손으로 태어나,
이 엄청나게 평화로운 휴양지에 남겨진 그들의 이야기를,
나름 잘 담아낸 제목인 듯.
13.03.12
@씨네큐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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