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학개론

2012. 5. 1. 21:43my mbc/cinéma

#. 
하도 다들 옛사랑이 생각이 나네 감수성이 돋네 소주가 땡기네 난리들을 치길래,
나중에 애 셋 정도 놓고나서 옛 사랑 얘기에 눈 하나 꿈쩍 안 할 수 있을만큼의,
그런 아줌마 포스로 무장됐을 때에나 보려고 했는데,

그냥 아무때나 볼 걸 그랬납다.
나한텐 뭐 그닥 별 감흥 없이 그냥 웃겼음. 

#.
어느 날 첫사랑 그녀가 15년만에 갑자기 나타나 제주도에 집 좀 지어달라칸다.

근데 갑자기 나타나서는 말하는 뽄새도 영 틱틱대는게 싸가지도 없고 해서,
아무리 한가인이고 첫사랑이지만서도 별로 안 반가워할 줄 알았는데,
엄태웅씨가 은근히 이 재회에 큰 의미 두신다는 게 문제.

#.
그도 그럴것이,

배수지고 한가인이고 이건 뭐 말도 안 되는 미녀를 만나 사랑에 빠져,
잡힐 듯 말듯 가까운 듯 아닌 듯한 그런 사이를 유지하면서,
시원하게 고백 한 번 못 한 채 질질 끌다 말았으니,
이제 와서라도, 언제가 됐든 뭔가 매듭을 짓고 싶었을 수도 있지.

혹은 그냥 그렇게 매듭짓지 않은 채로, 그러니까, 지 편한대로 생각하면서,
그렇게 묻어두려고 했는데 그게 안 될 것 같으니까,
어떻게 해야 할 지 모르는 채로 또 그렇게 정신 못 차리고 있었을 수도 있고.

확실한건 예전이나 지금이나 이 남자분께서 아무래도 좀 휘둘리는 스타일이었다는 거-_-

#.
물론 두 남녀의 대학 새내기 시절 연애 이야기는 나름 귀엽다.
이제훈이랑 배수지가 풋풋한 연기를 과하지 않고 정말 하게 잘 해준 듯.

그리고 재수생 친구 납뜩이가 있어서 중간중간 빵빵 터졌다.
아 정말 지대로 96년 스타일에다가 대사 하나하나가 아주 주옥같으심 ㅋㅋㅋ

남자애들 모여서 여자 얘기하면 정말 저러나 싶은데,
정말 저러니까 이 영화가 그렇게 인기가 좋겠지.

#.
이 영화를 보고 느낀 걸 적나라하게 적으면 왠지 뭇 남성들에게 욕 먹을 것 같으니,
대충 간략하게만 정리하자면,

1) 생각보다 90년대의 추억 돋는 아이템이 많지 않고,
그나마도 약간 '이거 봐 지금 90년대 아이템 보여주고 있잖아' 하는 것 같아서, 
별로 와닿지 않았음.

2) 내가 감히 일반적인 여성들을 대신해 말할 수 있다면,
대개 여자들은 저런 식으로 나타났다 사라진 옛날 남자를 좋게 기억하는 법은 잘 없다.
아니 대체 누가 누구더러 ㅆㄴ이라는거야-_-

2-1) 물론, 
15년의 세월이 지나면서 어느 정도 옛 기억이 미화되었을 수도 있고,
현실에 치이다보면 그런 아름다운 옛 기억의 촉촉한 감수성이 그리울 수도 있겠지.

하지만 그건 지난 15년간 계속해서 품어온 감정이 아니라,
지난 15년간 계속해서 품어왔다고 착각하기 딱 좋은 정도의 감정이라는 거,
여자들은, 혹은 남자들도, 그 정도는 알고 있다.

그런데 여기서는 뭔가 좀 심하게 연성화되고 아름다운 추억여행으로 그려져 있지.
그래서 별로 와닿지 않음.

2-2) 그리고,
한가인을 뭔가 감정적으로 약해질 수 밖에 없는 상황으로 몰아넣는 것 같은 설정도,
어딘가 이 영화가 좀 너무 남자 편에 서 있는 거 아닌가 싶은 느낌.

3) 엄태웅 예비신부로 나오는 여자 보면서 느낀건데,
역시 여자들은 촉이 좋아.

#.
제주도에 지은 집은 진짜 좀 가보고 싶게 생겼다.
이미 들러보는 사람들이 엄청 많다던데.

29.04.12
@cgv불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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