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9. 23. 20:31ㆍmy mbc/ciném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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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덕 감독 작품을 처음 봤던 게 오다기리죠랑 이나영 나오는 비몽이었는데,
그 때 진짜 "아 뭐 이런!"스러운 느낌이었던 것을 생생히 기억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래도 황금종려상 씩이나 수상하셨다고 하니까 궁금해서 보긴 봤는데,
역시나 "아 뭐 이런!"스러운 느낌을 가득 받고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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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기럭지는 훈늉하지만,
거센 캐릭터를 연기하기에는 목소리가 너무 귀여운 이정진, 강도.
사채 쓴 사람들 돈 받아내는 방법이 잔인하고 인정머리가 없어서,
누구에게나 악마새끼라고 저주 받는 캐릭터.
청계천 쪽에서 철물 용접 등 하는 상점들이 모여있는 곳이 하필이면 강도의 나와바리인 탓에,
영화는 언제 어떤 사고가 일어날 지 모르는 일촉즉발의 상황들을 계속해서 연출하는데,
소리도 그림도 너무 막 진짜 사람 긴장 타면서 움츠러들게 만들어서 어깨가 다 아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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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그 앞에 엄마랍시고 갑자기 나타난 여자, 조민수.
엄청난 자제력과 인내력으로 자기 속을 꼭꼭 감추는 무표정의 미스터리한 여자...
...여야 하는데...
조민수의 밑도 끝도 없이 뚱한 표정을 보고 있으면,
뭔가 옛날 투투 일과 이분의 일 황혜영 볼 때처럼 인공적으로 느껴지면서,
강심장에 나와서 후배 여자 탤런트들의 서클렌즈가 표정 없는 동태 같다고,
연기는 눈으로 보여줘야되는 거라고 말했다는 그 배우가 이 배우가 맞는지,
계속해서 의심하게 되는 어떤 그런 느낌적인 느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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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튼 그런 두 사람의 조합이 왜, 어떻게 만들어지고,
또 왜, 어떻게 어그러지는 지 보여주는 영화.
부모 없이 홀로 자란 분노를 안은 채 망가질대로 망가진 사람이라고 해도,
한 평생의 세월이 무상하리만큼 금방 변화할 수 있다는 것.
영혼을 팔아서라도 이루어내고 싶은 목표를 가진 사람이라고 해도,
교감과 소통 속에서 결국은 흔들릴 수 있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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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것들을 보여주는 건 좋은데 너무 우울하다.
거기다가 가족+돈+인생 뭐 이런 거 다 싸잡아서 막 얘기하려고 하니까,
한도 끝도 없이 전해져 오는 이 엄청난 우울함.
전세계인을 한 큐에 우울해에 밀어넣어 황금종려상을 받아내다니.
김기덕도 참 대단한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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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울하면서도 감각적인 이미지들은 뛰어나다고 생각한다.
사진전 같은 데 내보내면 좋을 것 같은 영상.
그러나 '설마 저러진 않겠지', '설마 이건 아니겠지' '설마 그렇게 되는 건 아니겠지' 하는
절박한 기대를 싸그리 저버리고,
어찌 보면 뻔히 들여다보이는 극한의 상황을 결국은 보여주고 마는 김기덕 스타일.
아.. 역시나 나는 좀 안 맞는 것 같아 ㅠㅗ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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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강도의 선택이 끝까지 민폐스러웠다는 점에서,
역시 가정교육의 중요성이 얼마나 큰 지 새삼 깨달음.
12.09.12
@씨네큐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