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트맨 대 슈퍼맨: 저스티스의 시작 - 잭 스나이더

2016. 4. 12. 00:15my mbc/ciném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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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이 영화의 감상평을 적는 이유는 단지,

1) 올해 영화관에서 본 영화들의 감상평을 빠뜨리지 않기로 결심했는데,
2) 나는 오늘 헤일, 시저를 봤는데 그 감상평을 쓰고 싶고,
3) 그러려면 그 전에 봤던 이 놈 평부터 먼저 써야하기 때문에

헤일, 시저 감상 후에 얻은 느낌과 나름 이해하려고 노력한 것들, 그리고 이후 내가 긁어모은 각종 잡다한 지식 정보들이 정리되어 가는 이 기분을, 부디 뱉맨 대 슈퍼맨 같은 게 망치지 않기를 바라면서,

다급하게 적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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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트맨과 수퍼맨이 동시에 나오는 영화라니 왠열! 하면서 달려갔는데 왠열..

왜 내가 지난 긴 시간 동안 영화 주인공만 보고, 감독을 보는 습관을 들여오지 않았는지 후회가 막급한 이 기분으로 잭 스나이더 감독의 필모그래피를 찬찬히 살펴보자면,

새벽의 저주, 300, 맨오브스틸, 300:제국의 부활, 왓치맨, 써커펀치 등등.. 내 스타일 영화가 하나도 없었.. 흙흙..

이 중에서 새벽의 저주는 어쩌다 본 것 같고, 300은 워낙 인기어서 봤던 것 같음. 그러나 300:제국의 부활이 나왔을 때는 으읭? 하고 안 봤고, 맨오브스틸은 왜 안 봤는지 모르겠지만 이제와선 별로 아쉽지도 않다.

대체 이 뱉맨vs슈퍼맨에서 슈퍼맨 캐릭터는 왜 이 모양인지 궁금했는데, 그것은 아마도 내가 맨오브스틸을 안 봤기 때문에 할 말이 없을 듯.


여튼 내가 왜 이렇게 지금 이 영화를 싫어하냐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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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영화는 배트맨, 브루스 웨인이 사는 도시가 수퍼맨이 벌인 일들 때문에 외계인(?)으로부터 공격 당하는 장면으로부터 시작하는데,

여전히 아마도 내가 맨 오브 스틸을 안 봤기 때문이겠지만, 영화 초반부에 그 정신 없이 얽혀있는 세팅을 온전히 따라가기가 전-혀 쉽지 않았다.

그래서 대체 배트맨이 뭐 때문에 저렇게까지 빡쳐서 수퍼맨을 무찌르려고 난리치는지 이해하기가 어려움-_- 아마 알프레도로 분한 제레미 아이언스도 진짜 도와주면서도 어이 없었을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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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그걸 여차저차 이해한 척 하고 따라가다보면,

뭔가 사랑에 빠지셔가지고 앞뒤 분간도 잘 못 하고, 폼만 잡는 슈퍼맨이 나타나서 아 대체 얘는 또 왜 이럼- 같은 생각을 하게 만든다는 거-_- 이것도 맨 오브 스틸 보고 나면 이해가 가나요.. 아 뭐야 슈퍼맨 심지어 별로 멋있지도 않더만-_-

오히려 벤 애플렉이 브루스 웨인 할 때 멋있지.

벤 애플렉은 '나를 찾아줘'에서 보여줬던 어딘가 피곤해보이는 남편 역할 류의 이미지로 기억 속에 남아있는 게 꽤 오래된 것 같았는데, 이번에 뭔가 중후한 멋진 남자의 대표주자 조지 클루니도 어라? 했으려나 싶을 정도로 중년미가 더해진 몸통 두꺼운 아저씨로 분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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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도 또 내가 실망했을 포인트는, 놀란과 크리스찬 베일의 다크나이트가 보여줬던 배트맨의 블랙간지가 여기서는 좀 희뿌옇게 먼지 내려앉은 투박한 스타일이었다는 점?

그 트럭 하나 다 찢어먹는 자동차 추격씬 외에는 기억에 남는 장면이 없..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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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봤을 때 이 영화가 망한 포인트는,

저스티스의 '시작'을 알리기 위해서 인간계의 뱉맨과 불멸의 원더우먼, 외계에서 온 슈퍼맨까지 한 자리에 모으는데 시간도 너무 오래걸리고, 그 사이에 얘기는 여기저기 너무 많이 걸치고, 그렇지만 관객을 향한 설명은 불충분하면서, 감독이 욕심만 냈다는 거.

원더우먼 언니는 따로 나오면 좀 보고 싶을지도 모를 정도로 매력적이긴 했으나, 뱉맨이랑 슈퍼맨이 지들끼리 찌질하게 싸우는게 내가 봐도 답답해서 그저 안쓰러울 지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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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나마 소오름은 제시 아이젠버그 +_+

물론,

렉스 루터는 수퍼맨만 괴롭히면 되는 줄 알았는데, 난데없이 배트맨이랑 붙어서 승질도 돋워야 하고, 양쪽을 이간질도 해야되고, 그러다보니 이상한 크리쳐도 만들어야 되서, 

세상 바쁘고 산만한 캐릭터가 됐지만, 그 와중에 연기를 끝장나게 잘 한 듯.


특히 그 복숭아주스 농담하고, 막판에 감옥에서의 장면은...!

제시 아이젠버그 사실 주커버그 할 때는 별 생각 없었는데, 아메리칸 울트라에서 와 이거 물건이구나 라고 생각함. 근데 여기서 진짜 여실히 보여준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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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마지막으로 이 영화를 싫어하게 된 결정적 이유는, 

난데없이 왠 트롤-_- 하고 싸우라고 하니까...!

내가 반지의 제왕을 싫어하는 이유도 눈 사이 멀고 콧구멍 뚫리고 침 흘리고 덩치만 큰 못생긴 괴물들 나오기 때문인데, 그 조드 장군인지 조그 장군인지를 열심히 써먹어가지고 만든게 그저 무식하게 힘만 세고 열만 뻗치는 괴물이라니. 너무 상상력 떨어지게도...

나의 수퍼맨은 그런 이상한 거랑 싸우지 않아...

나의 배트맨도.... 그런 거랑 싸우려고 이리 뛰고 저리 뛰는 게 아니란 말이야....


아아.. 히어로물은 악역이, 싸워야 할 상대가 멋있어야 히어로도 멋이 나는 법인데!


여튼 그래서 앞으로 잭 스나이더님 아무리 열심히 만드셔도 왠지 안 볼 듯-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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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욕 다 했다- 하고 마무리할 뻔 했는데, 욕하느라 흥분해서 깜빡한 게 있다. 이 영화에서 제시 아이젠버그 버금가게 마음에 든 게 있다면 바로 영화음악! 

우리 또 한스 짐머님께서 웅장한 음악 많이 선사해 주시는 덕분에, 이 지겨운 뱉맨슈퍼맨 영화도 그나마 영상미가 음악이랑 어우러지고 있다고 믿으며 참고 볼 수 있었던 듯.

한스 짐머 짱 +_+


아래는 우리 원더우먼 언니 나올 때 좡난 아니게 멋있는 걸로 하나 심어둠.



MAR 2016
@메가박스 신촌


※ 사진출처 - 네이버 영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