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12. 29. 22:06ㆍmy mbc/ciném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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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부지께서 재밌다고 추천해 주셔서 봄.
주인공과 어린 아이들이 있는 스틸컷을 보고 뭔가 빌 머레이 나왔던 세인트 빈센트 같은 귀여운 코미디물 정도 되는건가 라고 생각했는데, 엉엉 울고 나온 건 안 비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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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의 배경은 영국 뉴캐슬. 아마도 런던 영어 밖에 못 들어봤을 나로서는 처음에 이게 무슨 북유럽어인지 동유럽어인지도 모를 정도로 액센트가 충격적이었음.
영화는 40여년간 목수 일을 열심히 해오며 살았던 다니엘 블레이크가 갑자기 심근경색? 심장병?을 겪고 난 뒤 어쩔 수 없이 일을 쉬면서 생계를 위해 사회보장급여를 신청하고, 수급에 실패하고, 이에 항소하는 과정에서 생겨난 일들을 보여주고 있다.
(처음에 질병급여 신청할 때 인터뷰 하는 장면 목소리만 들어도 진짜 개답답한데, 나중에 급여 대상자에서 제외되서 항소신청이며 실업급여 신청할 때는 진짜 복장 터질 것 같다. 어느 나라나 비슷하구나 싶기도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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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장꼬장한 츤데레 오지라퍼 다니엘 블레이크가 센터에서 만난 케이티와 두 아이들이 또 다른 주인공.
이런저런 사정으로 런던에서부터 연고 없는 뉴캐슬로 옮겨오게 된 이 작은 가족을 위해서 정말 콩 한 쪽도 나눠먹는다는 느낌으로 없는 살림 털어 줄 수 있는 모든 도움을 주는 다니엘의 모습은 인정과 온정과 연민과 인간성 그 자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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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감히 올 한 해 내 인생 바닥을 쳤다고 생각한 바 있으나, 인간으로서의 존엄성이나, 받아야 할 존중 까지도 내려놓게 되는 이들의 모습을 보고 있으면 지금 나의 바닥은 바닥도 아니고, 여태까지의 나의 노력은 노력도 아니며, 생존을 걸어보지 않은 어린애 투정에 불과했다는 생각이 들 정도.
경제적으로 가진 것은 하나 없지만 우정, 사랑, 관심과 배려를 바탕으로 서로의 버팀목이 되어주는 그들의 모습을 보고 있으면 므흣한 미소가 지어지면서도 코끝이 찡한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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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당연히 이 영화는 어렵고 힘들 때일수록 서로 뭉치고 아끼며 사랑으로 버티라고 말하는 영화는 절대 아님.
나이가 들어서, 건강이 좋지 않아서, 이혼을 하여서, 돈이 없어서, 사회에서 알게 모르게 소외되고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는 절대 먼 곳에 있지 않으며, 심지어 그것이 내가 될 수도 있다는 사실은 더 이상 환상이 아니라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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찾아보니 다니엘 역의 데이브 존스와 케이티 역의 헤일리 스콰이어 두 배우 모두 이번 영화가 필모그래피의 첫 작품이더라. 놀라움.
켄 로치 감독의 작품은 이상하리만큼 정말 하나도 봤던 게 없는데, 각본가 폴 래버티가 쓴 다른 작품 중에서는 이븐 더 레인을 봤더라.
이 두 사람이 함께 만든 빵과 장미를 한 번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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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나저나 내가 자꾸 다니엘 크레이그 라고 해서 언니한테 지적 받은 것도.. 안 비밀..
DEC 2016
@신촌 메가박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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