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일기: 대도시의 사랑법 - 박상영

2020. 9. 8. 10:25my mbc/bouquin

p.261 

늦은 우기에도 비는 오고, 다 늦어버린 후에도 눈물은 흐른다.

 

p.265 (해설- 강지희)

(...) 박상영 소설 속 인물들은 자주 울면서도 곧장 자기연민을 직시하며 웃음으로 바꾸어내곤 했다. (...) 하지만 함께 머물다 떠나간 상대방의 뒷모습을 오래 직시하는 이번 소설집에서, 마지막에 이르러도 감정의 경쾌한 수직적 전환은 일어나지 않는다. 감정은 어딘가로 자꾸만 굴러 떨어지는 것이다. 

 

 

#.

박상영 작가는 트위터 어디에선가 우연히 보고 알게 되었던 것 같다. 아마도 그가 올해 봄 출간한 '오늘 밤은 굶고 자야지'와 관련 된 무슨 트윗을 읽었던 것 같은데, 정확하게 기억은 나지 않지만, 그의 턱수염과 수상경력을 구경하며 은근 마음 속에 저장 해놨던 기억은 난다. 

 

그리고 꽤 얼마 전에는 교보문고 유튜브에서 위근우씨와 함께 나온 나불편 1편을 봤는데, 전체적으로 내용에는 동의하는 것 같은데, 상대방의 유독 화가 난 화법 같은 걸 불편한 듯, 어려운 듯, 어쩔 줄 몰라하는게 느껴지는 것이 좀 재밌어서 ㅎㅎ (2편부터는 위근우씨는 교보문고 측 PD? 여성분과 함께 출연한다 ㅋㅋㅋ) 다시금 생각난 김에 그의 책을 구매하기로 했다. (버스인지 지하철인지에서 책 광고도 봤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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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재희 - 우럭 한점 우주의 맛 - 대도시의 사랑법 - 늦은 우기의 바캉스 4편의 단편으로 이루어진 '연작소설이다. 너무 아무 정보 없이 읽기 시작해서 두 번째 편으로 넘어갈 때까지 난 내가 뭘 읽고 있는지도 몰랐다. 내가 그 전에 연작소설이란 걸 읽어본 적이 없었나? 싶을 정도로 이 책은 나에게 너무 신선한 충격이었다. 

 

우선 작가의 프로필이 너무나 생생하게 떠오르는 자전적인 인물 및 상황 묘사에 한 번 놀랐고, (지금도 어디서부터 어디까지가 논픽션인지 모르겠다) 둘째로는 4편의 글이 주인공의 인생 깔때기 아래 방향으로 흘러가는 방향성과 그 스무스한 전개, 큰 그림에 놀랐고, 마지막으로 너무, 처음부터 끝까지, 너무 솔직해서 놀랐다. 

 

솔직히 처음 '재희' 편에서는, 작가가 스스로를(혹은 화자를?) 어떤 캐릭터로 정의내리기 위해 쓰는 문법이 지나치게 자조적인 느낌이어서 불편했다. 은근히 자의식 과잉이면서 아닌 척 하면서 재미 없는 말장난을 굉장히 재밌다는 듯이 이어가는 그런 캐릭터인 줄 알았다. 

 

그러나, 뒤로 이어지는 글을 계속해서 읽을수록, 주인공의 인생에 펼쳐지는 사랑 이야기에 때로는 가슴을 졸이고, 때로는 같이 웃으며 하나 되어 있는 나를 발견하게 되는 것이다. 그만큼 매력이 있는 인물이었고, 읽는 재미가 있는 글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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퀴어문학을 한 번도 읽어본 적 없었던 것도 한 몫 했던 것 같다. 

 

내가 전혀 들여다 본 적 없었던 세상. 내 인생 몇 안 되는 퀴어 친구들에게서도, 이렇게까지 자세하게 들어본 적은 없었던 그들의 사는 이야기. 

 

이걸 이렇게 거침없이 전달하기까지 그에게 얼마나 많은 노력과 용기가 필요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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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기를 배운다는 게 어떤 것인지 상상 해 본 적도 없었는데, 박상영의 글을 읽으면서 많이 느낀다. 

 

노래를 부르는 사람이 음정 박자 잘 맞춘다고 누구나 감동을 주는 것이 아니듯, 좋은 글쓰기는 어법에 맞는 문장과 맥락이 있는 문단을 쓰는 것만으로 충분하지 않은 것이며, 입체적인 글일수록 우리에게 주는 울림이 클 것이라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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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인터뷰를 살짝 따온다. 

유튜브 세상이 되면서 영화나 책 등을 접하고 나서 크리에이터 본인의 인터뷰를 찾아보는 게 습관이 되어 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