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1. 10. 18:30ㆍjournal
# 영화생활
01 남산의 부장들
02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
03 삼진그룹 영어토익반★
04 내가 죽던 날★
05 결백
06 뮬란
07 타오르는 여인의 초상★
08 그 때 그 사람들
09 터미네이터: 다크 페이트
10 나이브스 아웃
11 21 브릿지 테러 셧다운
12 반도
13 예스터데이
14 사냥의 시간
15 파수꾼★
16 조조래빗★
17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짐승들
18 테넷
19 컨테이젼★
20 히트맨
+ 체르노빌★ (시리즈지만 일단 여기 넣는다)
영화관에는 4번 정도 갔던 것 같다. 2월 남산의 부장들이 시작이었고, 여름에 다만악을 봤고, 가을쯤에 삼토반을 보고, 내가 죽던 날이 마지막이었던 듯. 나머지는 VOD로 본 거랑, 넷플릭스/왓챠로 분명히 본 것 같은데 내 시청기록에서 체크를 못 했거나 신랑 계정으로 봐서 깜빡했던 애들도 그냥 다 넣었다. (기록의 신뢰도가 떨어지고 있군) 분명히 작년 이맘 때, 영화 기록 빠뜨리지 않게 꼼꼼히 적어놓겠다고 했는데, 전혀 꼼꼼하지 않았네.
이렇게 영화관과 멀리 떨어진 생활을 하게 될거라 상상해 본 적도 없었고, 그럼에도 이렇게 잘 적응하여 많은 작품을 보고 지낼 거라 생각한 적도 없었는데, 뭔가 씁쓸한 와중에 그나마 풍성한 기록이다.
사실 보고싶어서 찜해놓은 영화는 더 있었는데 그냥 코로나와 함께 대애충 지나간 것 같다. 그런 면에서 2011년작 컨테이젼은 정말 이 대 코로나 시대의 끔찍한 예언서 같은 ㅠ 영화였지. 이 어려운 시기에도 불구하고 삼토반, 내가 죽던 날 같은 영화들을 볼 수 있었던 건 행운이었다. 좀 늦게 본 편이지만 불초상도 그랬지. 조조래빗도 좀 늦게 본 편이지만, 스칼렛 요한슨 정말 다시 한 번 사랑할 수 밖에 없게 됐다. (그러고 보면 그녀는 매년 한 번 이상 나에게 감동을 주는 것 같군)
21년에도 좋은 작품들 많이 만날 수 있길.
# 독서 생활
01 일의 기쁨과 슬픔 - 장류진
02 위저드 베이커리 - 구병모
03 시민의 교양 - 채사장
04 우리에겐 언어가 필요하다 - 이민경
05 실격당한 자들을 위한 변론 - 김원영
06 선량한 차별주의자 - 김지혜
07 파과 - 구병모
08 대도시의 사랑법 - 박상영
09 엄마는 되지 않기로 했습니다 - 최지은
10 나는 아기 캐리어가 아닙니다 - 송해나
11 아무튼, 예능 - 복길
12 어린이라는 세계 - 김소영
13 상관 없는 거 아닌가? - 장기하
프랭클린 포어의 '생각을 빼앗긴 세계'는 사실 올해 초에 다 읽었는데, 작년에 1년 12권 채워보려고 억지로 목록에 넣었으므로 제외한다 ㅋㅋㅋ 그래도 12권 못 채웠던 부끄러운 과거의 나. 올해는 13권 채웠고!!!! 작년부터 읽다만 책을 목록에 욱여넣지는 않겠다!!!!
지난 해 정세랑에 이은 소설가 구병모의 발견이 아주 큰 수확. 그 외에는 개인적으로, 나의 독서 범위가 소설에만 머무르지 않았던 것이 나름 작년, 재작년에 비해 더 나아진 점이라고 생각한다.
비소설류를 선택하게 된 건, 유독 2020년에 이르러 나를 화나게 하는 사회 이슈가 많았기 때문이기도 하고, 그 덕분에 그알싫과 요팟시, 비밀보장이 전부였던 나의 팟캐 리스트에 듣똑라와 책읽아웃이 추가 된 것도 이유가 될 수 있겠다. 나의 인생 파트너가 이 나라에서의 이 생을, 이 지구에서의 이 생을 사는 나의 분노와 걱정을 이해해주길 바라는 마음으로 일부는 종이책을 사서 책장에 꽂아두는 노력을 하기도 했는데, 기대한 만큼의 소득은 없었다.
올 한 해 동안, 나의 관심사(차별, 편견, 폭력, 공해로 얼룩진 세상과 인류에 대한 분노와 걱정의 다른 말)를 책과 영상과 오디오 콘텐츠(와 트위터)를 통해 타인과 나누고 교감할 수 있었던 건 좋은 일이지만, 때로는 이미 나와 같은 의견을 가진 사람들하고만 의견과 감정을 나누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나 하는 좌절감에 빠지기도 했다. 바로 옆사람의 공감이나 지지도 제대로 얻어내지 못 하는데 말이다.
우선 21년 첫 책은 마이클 샌델의 공정하다는 착각과 정은혜 심리치료사의 싸움의 기술로 정했다. 새해에도 나는 나의 감정을 지식인의 문장을 통해 정리하기 위해 책을 읽을 것이며, 작년보다는 조금 더 현명한 방식으로 대화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다.
# 문화 생활
없어 없다 없다고!
훠킹 코로나...
# 유랑 생활
01 강릉
여름에 코로나 걱정하면서도 괜찮을거야 괜찮을거야 하면서 겁나 조심조심 다녀온 강릉이.... 끝이었다....
할말하않.....
# 육묘 생활
01 꼼지꼼수 이사
이제 10살이 다 되어가는 꼼수가 지난 여름, 이런 저런 병치레 낌새를 보이면서, 고양이들이 평생을 살았던 부모님 댁에서 내가 결혼한 뒤 살고 있는 집으로 모셔오기로 결정했다. 내가 결혼하면서 본가를 떠난 지 3년 동안 아이들은 꾸준히 나와 멀어져갔기 때문에 아이들이 더 늙기 전에 다시 나와의 관계를 회복하고 언젠가 필요할 나의 수발을 잘 받아주길 기대한 결정이었다.
초반 1~2개월은 정말 여러모로 힘들었는데, 3개월 넘어가면서부터 아이들이 새 환경에 점점 적응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나에 대한 신뢰도 많이 높아져서 요즘은 그럭저럭 잘 지내고 있다. (아직 구토와 설사, 변비를 반복해가며 사료 유목민 생활을 계속 하고 있긴 하지만...) 남집사도 다행히 많이 적응했고, 냥님들의 위대한 귀여움을 조금씩 깨달아가고 있는 듯 하다.
10년을 함께 산 고양이들을 떠나보낸 엄마의 마음은 상상만해도 슬프지만, 그래도 여기서 이빨도 닦고 발톱도 깎고 병원도 가고 치료도 받는다고 하니 엄마도 한켠으로는 안심되고 편안해 진 부분이 있으시겠지 생각한다.
10년 전에 아이들을 데려왔던 시절과 지금 새로이 아이들을 모시고 있는 이 시점을 비교하면, 육묘에 관한 정보량에 엄청난 차이가 있다. 특히 고양이 전문 수의사 유튜브 채널이 대표적이다. 예전엔 없었던 영상 자료들을 보고 있다보면 정말 내가 이렇게 멍청하고 생각 없는 집사였다니 싶고, 아이들에게 미안하고 고마워서 눈물이 날 것 같다.
지금도 여전히 나는 부족한 집사지만, 이런 나도 사랑해 주는 냥님들에게 감사하면서 앞으로 남은 10년, 15년을 (남은 시간이 유한하다고 생각하면 마음이 먹먹해진다) 최대한 열심히 충성하며 살아야겠다.
# 기타 생활
01 모여봐요 동물의 숲
02 링피트
3월 24일부터 12월 31일까지 9개월간 닌텐도 모동숲만 오지게 했다. 정말 오지게 했다. 플레이타임 600시간 넘은건 확인했었고, 지금 몇시간 이상으로 되어 있을지도 모르겠다. 오픈카톡방에 들어가서 또래 사람들이랑 맨날 수다 떨면서 게임만 했다. 올 한 해 동안 나의 주섬주섬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읊으라면 지금까지 쓴 글보다 더 긴 글을 쓸 수도 있다.
처음으로 주민이 이사간다고 했던 날, 낚시대회랑 곤충잡기 대회했던 날, 무주식으로 대박 난 날, 대출금 모두 갚은 날, 신랑이 입주한 날, 공룡 화석을 전부 모은 날, 고래상어를 처음 잡은 날, 주민이 사진액자를 선물한 날, 처음으로 은방울꽃이 핀 날 등등...
나는 사실 게임을 그렇게까지 내 취미라고 생각한 적이 없었는데, 모동숲은 내 취미이자 인생이었다. 새로운 (실제) 사람친구들도 만날 수 있었고, 칠세 조카랑도 동숲 덕분에 정말 즐거운 시간을 많이 보냈다. 21년 3월 23일까지는 이 열정이 식지 않을 줄 알았는데, 고양이들이 들어오고 여러모로 연말연시에 다른 데 정신 쏟을 일들이 늘어나면서 며칠씩 접속을 안 하는 날들도 생겨나고 있다.
거기에 링피트도 몇 개월 정도 열심히 했는데, 고양이 이사 온 시점 + 어깨랑 무릎이 아파서 이제는 그냥 쉬고 있다. 링피트를 그만둔 것과 재택 근무 일자가 늘어난 시점이 묘하게 겹쳐서 지금 운동량이 극도로 줄어들긴 했는데... 좋은 정형외과를 찾아서 회복하고 나면 다시 드래고와의 싸움을 시작할 수 있으려나...
훠킹 코로나.. 내 한 해를 앗아갔어...
21년 뉴 노멀 도대체 어떤 모습일지... 두고보자... ㅂㄷㅂ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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