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씨 비스트Sea Beast에는 있고 애플tv 럭Luck에는 없는 것

2022. 8. 10. 19:50my mbc/cinéma

디즈니 픽사 애니메이션은 거의 다 챙겨보는 나지만 감독이나 스토리작가에게는 별로 관심이 없었다. 그냥 디즈니 픽사 애니메이션이라는 것 만으로도 충분하니까, 일부러 찾아보는 정보는 기껏해야 성우를 맡은 배우는 누구인지, ost는 누가 부르는지 정도?

그런데 최근에 넷플릭스의 ‘씨 비스트’와 애플tv ‘럭’을 감상하고 나서 새삼 제작사와 감독을 살펴보게 됐다. 사실 씨 비스트를 봤을 때만 해도 별 생각이 없었는데, 럭을 보고 나서 그렇게 됐다고 표현하는게 정확하겠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씨 비스트는 너무 재밌게 봤는데 럭은 내가 그 동안 봐온 디즈니 픽사 애니메이션의 생김새와 많은 요소들을 갖고 있으면서도 감동과 재미를 주지 못 했다. 마치 넷플릭스에서 엄청난 광고를 때려부었던 라이언 레이놀즈 주연의 액션 영화 ‘6 언더그라운드’나 ‘레드 노티스’를 봤을 때처럼, 시종일관 화려했지만 남는 게 없을 때의 허전함 같은 게 느껴졌달까. 그래서 도대체 어떻게 하면 애니메이션이 이렇게 될 수 있는지 찾아보게 된 것이다.

우선 럭Luck의 줄거리는 대충 이렇다. (전체 줄거리지만 별 일이 없으므로 스포는 없는 것과 마찬가지)

일상이 불운함 그 자체인 주인공 ‘샘’이 보육시설에서 만난 사랑하는 동생에게 평생 함께할 수 있는 가족을 만날 수 있는 행운을 몰아주고 싶어하던 찰나에 우연히 만난 말하는 검은고양이 ‘밥’이 흘린 행운의 동전을 따라 여차저차 헤매다가 인간 세계의 행운과 불운을 관장하는 ‘운의 왕국’을 탐험하게 되고 우여곡절 끝에 불운 속에서도 행운을 찾을 수 있다는 인생의 참 의미와 진짜 가족을 얻게 된다.

가족, 사랑, 감동은 필수

그런데 이 여정의 시작부터 개연성이 조금 부족하고 (예를 들면 밥이 샘을 도와줄 이유가 1도 없는데 샘은 남의 세계에 처들어와서 너무나 당당쏘사) 갈등상황도 사실 민폐 캐릭터 샘이 다 초래하고 있는데 주변 인물들이 그냥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이해심이 넓고 착하다. 그 와중에 마지막엔 교훈 파트기 때문에 초민폐 당당한 샘이 갑자기 훈계도 함. 그리고 부족했는지 영화가 말하고자 하는 바를 나레이션으로 때려박고 억지로 훈훈하게 끝내는 느낌?

뭔가 출연진이 다 귀엽게 생기긴 했는데 말이지

운의 왕국에 나오는 캐릭터들은 하나 같이 너무나 귀엽지만 매력 발산 뿜뿜하는 캐릭터는 딱히 없었기에 충분히 감화가 되지 못 했고, 운의 왕국 설정이나 표현은 인사이드 아웃에서 본 것 같은 기시감이 드는 요소도 몇몇 있었다. (그래도 내 사랑 프랭키&그레이스 시리즈의 주연인 제인 폰다 목소리를 알아챘을 땐 좀 반가웠다)

제인 폰다가 연기한 드래곤 Babe와 어딘가 기시감 드는 운의 왕국 모습 중 하나

럭은 2017년 문을 연 제작사 스카이댄스 애니메이션의 첫 작품이다. 원래 쿵푸팬더 시리즈 감독을 섭외했다가 페기 홈즈 감독으로 변경되었다고 하는데, 페기 홈즈는 무려 1984년부터 20여년 간 디즈니에서 안무가로 일했지만 감독으로서는 2008년 인어공주 더 비기닝, 2012년과 2014년에 팅커벨 시리즈 두 편을 낸 것이 전부다. 어찌보면 간판급 작품을 맡은 건 처음인 것인데, 그래서 엉성했을까 ㅠ (미안해요 페기 홈즈..) 각본 또한 ‘카Car’ 시리즈를 썼던 키엘 머레이와 쿵푸팬더, 스폰지밥 각본가 조너선 아이벨, 글렌 버거가 함께 썼다고 하는데, 그들의 전작에서 오는 감동이 없었던 건 왜일까.

여튼 끝까지 다 보긴 봤는데, 다 보고 나니 정말 그냥 별로 재미가 없었다... 아쉽쏘사.

내 맘을 빼앗은 바다 괴물

자 그럼 이제부터 내 사랑 씨 비스트 편파 중계 시작.

씨 비스트는 옛날 어느 왕국 앞바다에 바다괴물들이 헤엄치던 시절을 배경으로 한다. 왕과 왕비에게 거대한 바다괴물을 잡아다 바치는 전문 사냥꾼 캡틴 크로우와 그의 크루들, 그의 배 Inevitable호는 모두 수많은 책과 노래, 소문을 통해 영웅화 된 살아있는 전설이다. 그 중에서도 제이콥은 미래 선장 유망주이자 가장 인기 있고 능력 좋은 사냥꾼인데, 바다괴물에게 부모를 잃고 어릴 때 고아가 된 주인공 메이지 브럼블이 보육원을 탈출해 바다괴물 사냥꾼을 꿈꾸며 막무가내로 배에 탑승하자마자 가장 최강의 시뻘건 바다괴물 ‘블러스터 a.k.a. 레드’를 만나게 되면서 둘의 모험이 시작되고, 당연히 제이콥과 메이지는 바다괴물의 세상을 새롭게 만나 참트루 현실에 눈을 뜬다.

대찬 소녀를 만난 아저씨

씨 비스트의 도입부는 ‘아니야 애니메이션이 이렇게 다른 생물을 사냥하고 기뻐하는 내용일리가 없어’라고 되뇌여야 할 정도로 괴물 잡이에 충실한다. 인에비터블호의 항해는 거의 캐리비안의 해적 급으로 진지하고 멋있다.

영화의 주연과 조연, 인간과 괴물 모두 개성 있고 매력적이며, 그 매력을 발산할 수 있는 충분한 시간을 얻기 때문에 영화 후반부로 갈 수록 몰입감이 높아진다. 바다 항해, 왕국, 괴물들의 섬까지 눈길을 사로잡는 이국적이고 아름다운, 디테일이 살아있는 배경들을 구경하는 재미도 매우 쏠쏠하다.

미치게 귀여운 블루

물론 이 영화 또한 메이지의 각성이 혼자 덜커덕 일어나는 바람에 약간 사상 주입 당하는 느낌이 있긴 하다. 그러나 제이콥이 특정 사건 이후에 바다 위에서 보내는 시간 동안 서서히 물들어가는 모습을 잘 표현했고, 애시당초 주인공 어린이를 좌중을 휘어잡는 타고난 이야기꾼 캐릭터로 잡아놨기 때문에 교장님 훈화 말씀 같이 마무리 되어도 귀엽게 넘어가 줄 정도의 개연성은 갖췄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보는 내내 음악이 너무 괜찮았다. 거친 바다의 해적들이 부르는 노래부터 모든 장면에서 음악이 함께하는 느낌이 강했다. 참고로 가장 씨 비스트스러운 노래의 뮤직 비디오 링크 하나 넣는다.


내친김에 씨 비스트의 제작진 정보도 알아봤다.

감독, 제작, 각본을 모두 맡은 크리스 윌리엄스는 디즈니에서 1998년부터 뮬란, 릴로앤스티치 등의 작가와 스토리 아티스트 등을 맡다가 2008년 볼트로 감독 데뷔했다. 이후 2014년 빅 히어로, 16년 모아나(공동감독)를 맡았고, 2010년대에도 꾸준히 주토피아, 주먹왕 랄프, 겨울왕국2 등에 참여해 역할을 해왔다.

드림웍스에서 드래곤 길들이기3, 보스베이비 제작을 맡았던 제드 슐랭거가 제작자로 함께 일했고, 각본은 작사가로 유명한 넬 벤자민이 참여했으며, 작곡은 한스 짐머 사단이자 디즈니의 오랜 파트너인 마크 맨시나가 맡았다. (진짜 음악이 좋다!)

씨 비스트 볼꺼지?


끝으로, 씨비스트에는 있고 럭에는 없는 것 적어보면 아래 정도로 정리 되는 듯.

1. 스토리의 개연성
2. 캐릭터들의 매력 발산 기회
3. 영화에 자연스럽게 녹아드는 음악


여러분 씨 비스트 정말 추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