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뿅의 OO 생활

2022. 12. 30. 11:40journal

2021년 연말에는 뭐 그렇게 여유가 없었는지 한 해의 기록을 그다지 남기지 않았더라. 나이 먹고 술도 먹는 탓인지, 지난 블로그 포스팅을 읽어보면 내가 이런 생각을 했었나, 이랬던 적이 있었나 싶을 정도로 기억력이 빠르게 감퇴 중이어서, 작년 기록이 남지 않은 것은 조금 아쉽다. 새삼 돌이켜보니, 좋은 일보다는 별로인 일들이 더 많았기 때문에 굳이 기록하지 않았던 것 같기도.

 

그래도 2022년은 나름 새로운 도전과 시작이 있었고, 가족들과 행복한 기억도 많았고, 나이 앞자리가 바뀌는 만큼... 다가오는 2023년을 더 희망차게 맞이하고 싶기도 하니.. ㅠ 30대 마지막 한 해의 기록을 잘 남겨보고자 한다. 

 

#. TV 생활

01 나는 솔로 

02 슈룹

03 재벌집 막내아들

04 작은아씨들

05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06 돌싱글즈 시즌3 

07 나의 해방일지 

08 구필수는 없다 (미완) 

09 불가살 (미완)

10 악카펠라 

 

넷플릭스, 왓챠, 웨이브, 디즈니플러스, 애플티비플러스까지 5개 OTT를 동시에 구독 중이기도 했던 올해야말로 영상 콘텐츠에 말 그대로 함몰되어 있었는데, 그 중에서 TV 본방이든, OTT 몰아보기든, 어쨌든 국내 방송사로 온에어 된 TV 콘텐츠들만 모아봤다. 

 

슈룹, 재벌집, 작씨들, 우영우, 해방일지까지 전 국민의 사랑을 받는 드라마가 5 작품이나 있었고, 이들 드라마에 대해서는 굳이 첨언이 필요없지 싶다.

 

넘쳐나는 연애 프로그램들 사이에서 환연이나 돌싱글즈에 비해 올드하고 짜친다고 구박 받던 나는 솔로도 광수, 영식이들 덕분에 드디어 주목 받기 시작했는데 왜 내가 뿌듯한 거지. 이이경-데프콘-송해나 트리오 너무 사랑스럽습니다. 

 

보다가 포기한 드라마도 몇 있다. 불가살은 올해 봤던 드라마였는지도 잊을 정도로 존재감이 미미해졌는데, 이준의 엄청난 호연에도 불구하고 솔직히 중후반부로 갈수록 내용이 너무 구려져서 포기했다. 구필수는 없다는 유쾌하고 똥꼬발랄한 맛에 보고 있었는데, 곽도원-한고은-김태훈 삼각구도가 억지스럽고 불편해서 재미가 반감되는 바람에 포기. 

 

그리고 단연코 올해의 웃픈 예능 1위는 악카펠라. 맨날 보는 얼굴들이 아닌 악역 전문 배우들의 귀여운 도전을 보면서 간만에 배꼽잡고 웃었다. 그러나 시청률...ㅠ 연애하고, 이혼하고, 애 기르고, 싸우고, 상담 받는 고자극 예능들 사이에서 애쓰셨습니다. 

 

악한 그림 선한 웃음

 

 

#. 전시·공연 생활

01 살바도르 달리: Imagination & Reality 

02 앙리 카르티에 브레송 사진전: 결정적 순간

03 연극 헤르츠클랜 

04 용산고등학교 동문합창단 제3회 정기연주회 

05 빈 필하모닉 & 프란츠 벨저-뫼스트

06 어노니머스 프로젝트: 우리가 멈춰섰던 순간들

 

어무이랑 '앙리 카르티에 브레송 사진전' 다녀와서 왜인지 블로그 포스팅이 하고 싶더라니. 올해의 뿅닷컴 유입 수 증대의 1등 공신이 바로 그 후기였다. 장기간 진행되는 인기 전시회 포스팅은 일찍 다녀와서 올려두면 블로그 조회수 폭등할 수 있다는 걸 깨달았다. 아니지, 이게 중요한게 아니라, 역시 어무이와 함께 갔었던 살바도르 달리 전은 뭔가 생각보다 유쾌하지 않고 음침하고 재미가 없었는데, 앙리 카르티에 브레송 사진전은 진짜 너무 알차고 즐거웠던 기억이다. 

 

그라운드시소 서촌에서 열린 리 슐만의 컬러 필름 슬라이드 컬렉션 '어노니머스 프로젝트'도 정말 즐겁게 관람했다. 특정 작가의 사진이 아니라, 어느 시절의 누군가가 순수한 마음으로 기록했던 지극히 개인적인 순간들을 모아서 전시회를 연다는 것이 새로웠다. 게다가 세상 천지에 굴러다니던 슬라이드를 그렇게나 열심히 모아서 고르고, 출력하고, 전시하는 열정이라니? 

 

'헤르츠 클랜'은 진짜 수년만에 본 대학로 연극이었는데, 트위터에서 연뮤덕분들의 덕질 기록을 살펴보고 관람했더니 조금 더 재밌었다. 

 

올해의 감동 공연 2건은, 빈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공연과 울 아부지 합창단 공연을 꼽겠습니다. 심금을 울린다는 것이 무엇인지, 초 프로페셔널 집단과 초 아마추어 집단의 공연에서 모두 경험할 수 있었다. 

 

"어쩌면 사진은 인류가 개발한 기술 중 가장 다정한 기능을 가지고 있는지도 모른다."

 

 

#. 영화관 생활

01 탑건-매버릭

02 킹메이커

03 한산: 용의 출현

04 사랑하면 누구나 최악이 된다 

05 헤어질 결심 

 

원래 모든 개봉영화는 영화관에 가서 보는 게 인지상정, 영화를 사랑하는 사람의 덕목이라 여겨왔던 나이거늘, 코로나와 함께 찾아온 OTT 물결에 휩쓸려서인지, 영화관 관람이 진짜 눈에 띄게 줄었다. 영화관에 가서 직접 관람하고 싶었던 수많은 작품들이 있었지만 아마도 2023년 시청 기록에나 올라오겠지. 

 

그럼에도 이것만큼은 포기 못 해! 라는 마음으로 찾아가서 본 영화는, 헤어질 결심, 사누최, 탑건 매버릭이었다. 한산은 크게 기대 안 하고 가서 봤는데 거북선 통통 할 때 진짜 영화관에서 본 게 천만 다행이라고 생각하긴 했음.

 

그리고 헤어질 결심은 내 인생 최고의 영화 메이트 허니파샤랑 간만에 같이 봤는데, 둘 다 영화뽕이랄까, 젊은이의 허세에 가득 차서 맨날 아트하우스랑 씨네큐브만 골라 다니던 그 때 생각이 많이 났다. 그 때의 나였다면 개봉날 달려가서 봤을 영화 아닌가. 화면, 음악, 스토리, 배우, 간간히 들어간 유-머까지 완벽했다. 박해일, 탕웨이 모두 좋았지만 나는 고경표도 좋았는데 김신영 배우 데뷔에 묻혀서 크게 회자되지 않은 것 같아 아쉽다... 초밥인지 스시인지 왜 사줬냐고 따지는 장면 최고되는데 진짜. 

2022년은 박해일의 해라고 쓰고 탕웨이의 해라고 읽는다

 

#. 유랑생활

01 나트랑 5박 6일 

02 오사카 3박 4일

03 제주 2회 

04 영주 1박 2일 

 

베트남은 처음이었는데 새롭고 재밌었다. 리조트만 가긴 아까운 베트남 도시만의 매력이 있긴 한데, 그 매력을 느끼기 위하여 오토바이 소음과 매연, 각종 쓰레기 천지 바닥까지 경험해야 하는 건 조금 투 머치.. 그래도 마카오에 비하면 음식이 입맛에 훨씬 맞아서 잘 먹고 다녔다. 

 

국내에서는 내 사랑 제주도를 슬프게도 회사일로만 두 번 다녀왔고, 이번에 드디어 베프 친정이 있는 영주에 처음 가봤다. 부석사가 진짜 플로팅 스톤이 있는 절인줄 이번에 처음 알았네. 가을 하늘 아래 부석사는 건물도 배경도 모두 아름다운 곳이었다. 통영 세병관을 처음 방문했던 날, 빛 바랜 목조 건물이 보여주는 긴 세월에 감동 받았던 기억이 생생한데 영주 부석사에도 어색한 요즘의 색깔 없이 옛날 그 모습 그대로 나이 든 건물들이 있어 반가웠다. 

 

끝으로 연말 극 성수기라 겁나 비싸게 다녀온 오사카. 유니버셜 스튜디오 재팬을 위해 모든 것을 쏟아부었고, 그만큼 재밌게 놀고 왔다. 그러나 정작 오사카 시내를 제대로 돌아보지 못 해서 아쉬움도 남는 여행. 그러니 다시 가야겠죠? 2023년에도 일본 꼭 가야지. 

닌텐도 월드 최고된다 진짜

 

#. 게임생활

01 닌텐도 모동숲 

02 PS5 잇 테익스 투it takes two

02 PS5 스트레이Stray

03 PS5 리틀나이트메어 1, 2

04 PS5 플래그테일 이노센스, 레퀴엠

05 닌텐도 레고 스타워즈 스카이워커 사가

 

와 미쳤다. 한 장의 대표사진을 고를 수가 없다. 나는 어떻게 올 한 해 동안 이렇게 명작만 쏙쏙 골라서 플레이 했단 말인가????

 

모동숲은 연초에 조카랑 마지막 해피해피 파라다이스인지 뭔지 별장 꾸미는거 조금 즐기면서 한달쯤 했던 것 같고, 레고 스타워즈도 꽤 열심히 했다. 템 모아야되는게 많아서 어딘가 집요한 나에게 안성맞춤이었지만 달성률이 높지는 않았음. 그런데 올해는 스위치보다 플스에서 재밌는 게임이 훨씬 많았다. (어쩌면 늘 그래왔겠지만) 

 

2021년 GOTY에 빛나는 잇 테익스 투it takes two는 내가 즐겨듣는 팟캐스트 에피소드 통해 추천 받아서 PS5 사자마자 바로 다운 받은 첫 게임. 남편이랑 용케 안 싸우고 사이좋게 잘 해냈다. 이 때만 해도 이 게임이 나의 올해의 게임일 줄 알았는데, 그 다음에 리틀 나이트메어를 하게 됨. 

 

Limbo, Inside를 재밌게 플레이 했던 기억이 있어서 리틀 나이트메어도 비슷한 느낌으로 도전했는데, 전혀 비슷하지 않은 수준의 무서움... 너무 무서웠다 진짜... 1편은 끝판왕이 무섭지만 좀 쏘쏘였는데, 2편이 엔딩까지 좀 대단했음. 

 

그리고 만난 후랑스산 고양이 게임 Stray. 호라이즌 포비든 웨스트, 갓 오브 워 라그나로크, 엘든 링, 제노블레이드 크로니클스 3, 플래그테일 레퀴엠과 함께 2022년 GOTY 후보에 오른 진짜 명작 게임. (와 내 남편은 저걸 다 해봤네) 조작 난이도는 쉬움 수준이고, 중간에 이상한 쥐떼 피하는 것만 잘 하면, 거의 스토리 진행하면서 퀴즈 푸는거라 엄청 집중해서 플레이 했다. 쉬움 수준에서도 백번씩 죽느라 고양이한테 너무 미안했지만, 어쨌드 끝까지 해냈음. 뛰어난 그래픽과 참신한 스토리, 디테일까지 완벽한 게임이었음. 그래서 잇 테익스 투의 자리를 스트레이가 가져가는가 했는데...

 

끝으로 플래그테일 이노센스, 레퀴엠을 만나벌임... 아... 아미씨아...ㅠ 이건 진짜 무조건 해야 됨. 아미씨아... ㅠㅠ 스토리면에서는 마치 영화 매트릭스 1편이나 트랜스포머 1편처럼 그만의 고유하고 신선한 맛이 있는 1편 이노센스가 더 재미있었다. 하지만 완성도는 당연히 레퀴엠이 더 뛰어나기 때문에 GOTY 올랐겠지. 스토리가 더 성숙하고 다크하면서, 게임 플레이에 있어서도 복잡다단해진 부분이 있어 난이도도 더 높았다. 처음엔 남편한테 대신 깨달라고 한 부분이 많았는데 뒤로 갈수록 돌팔매 은신 전문 암살킹으로 성장하는 나를 만날 수 있었음.

 

아 올해의 게임생활 진짜 재밌었다. 

 

아미씨아!

 

#. 독서생활

01 매우 예민한 사람들을 위한 책 - 전홍진

02 쇳밥일지 - 천현우 

03 정서 조절 코칭북 - 이지영

04 문재인의 위로 - 문재인

05 완전한 행복 - 정유정

 

OTT 보느라 책 안 읽는 거 너무 심한 거 아니냐며.... 그리고 그 와중에 올 한 해 스트레스가 얼마나 심했으면 책 제목들이 다 예민한 정서에 위로가 필요한 느낌... 안 됐다 2022년의 나...

 

리디에서 미리 사 둔 책으로는 '전쟁은 여자의 얼굴을 하지 않았다'가 있고, 집에는 남편이 다 읽어가는 '하얼빈'이 남아있다. 좀 더 다양하고 재밌는 책들로 내년에는 부디 다독하자...

 

 

#. 소비생활

01 아이패드 에어4 등등

02 PS5

03 꾀람쥐 배수구망 

04 현관 마그넷 수납세트

05 꿈드래 비말차단 마스크 

06 코드제로a9 물걸레 헤드

07 발뮤다 토스터 

08 원카스테라

 

뭐니뭐니해도 올해 가장 잘 산 건 아이패드 아닌가 싶고. 샀을 때 남편이 제일 좋아했던건 PS5였다. 

 

집안 일을 조금이라도 더 편하게 하고 싶은 마음으로 구매한 배수구망, 현관문 수납세트, 물걸레 헤드 등등은 진짜로 기대만큼의 쓸모가 있었고, 그 와중에 죽은 빵도 살린다는 발뮤다로 친정에서 공수해 오는 맛있는 빵을 잘도 꿔먹었다. 

 

마스크를 2022년에도 사고 있을 줄은 몰랐는데, 마스크 유목민으로 3년간 방황한 끝에 꿈드래 비말차단 마스크에 정착했다. 꿈드래는 중증장애인 고용 시설에서 만드는 제품이나 서비스를 제공하는 곳이라고 (트위터에서) 줏어 듣고 사봤는데, 얼굴에 뾰루지도 안 나고, 비닐 쓰레기 부담스러운 개별포장 없이 벌크로 살 수도 있어서 만족스럽다. 

 

끝으로 동물복지유정란으로 만드는 원카스테라 최고. 카스테라는 원래 이런 맛인가 싶을 정도로 놀라운 부드러움. 그리고 신기하게 아침에 하나 까먹으면 화장실이 나를 부르는 경험을 함... 이유가 뭘까... 선물용으로도 좋아서 한 두 번 구매했는데 앞으로 쓰잘데기 없는거 사먹지 말고 이거나 종종 사먹어야겠다. 

 

PS4 안녕 그 동안 즐거웠어

 

 

#. 기타생활

01 이직 1회

02 아부지 수술 간병 1회 

03 코로나 감염 1회

04 테니스 1달, 러닝 4회 

05 무릎주사 ㅠ  

06 오부이용 2회 

07 OPIC 시험 IH 등급  

08 건강검진 w/수면내시경 

09 결혼식 3회

10 업무 식사 미팅 84회

 

5년 다니던 전 직장을 그만두고 새 직장으로 옮겼다. 어디로 어떻게 옮겨갈 지 모르고 방황하던 와중에 오픽 학원 다니고 IH 등급 딴 건 자랑. 새 직장 새 보직은 여러가지 면에서 이 나이 먹고 저지르기에는 내 나름 파격적인 행보였는데, 이번 이직이 미래의 나를 어디로 이끌지 모르겠다는 게 두려운 동시에 조금 설렌다. 하지만 그만큼 스트레스도 많이 받고 있음. 나이와 연차에 걸맞은 경험이 필요하고, 또 하고싶은 일에 대한 좀 더 구체적인 그림이 필요한 때이다. 

 

이전 직장에서와 달리 외부 미팅이 많아져서 밥도 많이 먹고 술도 많이 마시는데 체력이 너무 안 받쳐준다. 소화제와 상쾌환을 달고 사는 내 몸뚱이가 불쌍해서 운동을 좀 해보려고 실내 테니스 강습 한 달 받았는데 무릎팍에서 신호가 바로 왔다. 그대로 정형외과 가서 연골주사인지 염증주사인지 맞고 ㅠ 그 뒤로 좀 쉬다가 한강공원 몇 번 나갔더니 겨울이 됐네? 또 다시 방 안에서 소화제 먹고 누워있는 삶... 내년에도 이렇게 살면 몸뚱이 진짜 바스라질 듯... 건강검진 결과도 엉망진창이었지... 난 내년에 과연 어떤 운동을 해야할까...

 

너무 아득한 옛날처럼 느껴져서 깜빡할 뻔 했는데, 올 봄에 코로나에도 걸렸었다. 아 그 동안 내가 코로나에 걸린 것은 아닐지 의심했던 그 모든 증상들은 당연히 코로나가 아니었구나- 하는 깨달음이 뽝 올 정도로 내 몸에서 새로이 느껴지는 병균의 퍼져나감... 심하게 앓은 편은 아니었지만 진짜 기분 나쁜 경험이었다. 

 

그래도 아부지 수술 간병한 이후에 걸려서 다행이었다. 여러가지 타이밍이 딱 맞아서 아부지 입원 기간 동안 간병인으로 들어갔는데, 의사 간호사 말씀 맹신하는 나와 본인 몸은 본인이 제일 잘 아시는 아부지가 며칠 붙어있는 동안 당연히 의절할 뻔 한 순간들이 많았지만, 다행히 서로 극복하고 비 온 뒤 땅 굳어지듯 돈독해졌다...고 믿는다. 

 

마지막으로 올해 두 번이나 방문한 오부이용에서의 식사를 떠올려보면서 2022년 한 해의 기록을 마친다. 

 

진짜 세상 최고 맛있는 오부이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