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12. 31. 20:22ㆍjournal
매번 하는 말이지만 또 이렇게 한 해가 끝났다.
올해 하반기에 나를 만난 사람들이 말하길, 작년부터 올해 상반기까지의 나는 우울하고 기운도 없고 슬프고 무기력하고 얼굴도 별로 안 좋았다는데, 하반기에 다시 보니 그런 기운이 사라졌다더라. 내 스스로는 크게 느끼지 못했던 점이라, 왜 그랬을지, 정말로 그랬을지 돌이켜보니 작년 초 새로 옮긴 직장에서 적응하는 데 시간이 필요했던 게 아닌지 싶다. 역시 나이가 들수록 새 직장에 적응하는 시간이 오래 걸리는걸까. 너무 새로운 직장으로 옮기는 바람에 적응에 더 많은 시간이 걸렸던 걸까. 확실히 엄마아빠 집에서 살면서 이직했던 저연차 때랑 비교하면 상황이 많이 다르긴 했지.
어쨌든 적응을 어느 정도 마치고 하반기를 잘 넘겨서인지, 개인적으로는 2022년에 비해 2023년 한 해는 상대적으로 안정적이었다고 느껴진다.
뭐 굳이 반성하는 마음으로 돌아보자면 재택근무와 함께 OTT 중독이 더 심해져서 집콕 생활을 벗어나지 못 했던 것은 아쉬운 점...이면서도 집 밖으로 기어나가서 내가 과연 뭐 다른 걸 했을까 싶기도 하고? 건강 상태를 유지하지는 못할 망정 더 망치고 있는 것 같아서 걱정이 되긴 한다. 보다 규칙적인 생활, 무언가 배우고 익혀 나가는 삶, 하지 않은 일에 도전하고 새로움을 접하는 건전하고 발전적인 날들을 희망하는 마음으로 소파에 누워서 OTT 보고, 게임하고, 배달 음식 오지게 시켜먹으면서 잘 먹고 잘 살았지.
1월부터 12월까지 매월의 기억이 생생하지 않아 사진첩을 뒤지며 보조기억에 의지하며 지난 한 해를 정리하고 있자니, 1년이 어찌보면 참 길다.
#. 종합 기타 생활
01 전세 재계약
02 FC서울 경기 직관 1회
03 엄마랑 piknic 전시 구경
04 나 샤이니 좋아하냐?
05 더 퍼스트 슬램덩크
올해 그나마 좀 어려움이 있었다면 전세 재계약 시즌에 딱 맞춰 역전세로 시장이 난리가 났던 때다. 이사를 하네마네 하며 집 알아보러 다니다가 결국 재계약 하긴 했지만, 이 다음 2년 후엔 또 어떤 세상이 와 있을지... 온 세상이 금리가 오르고 대출 이자가 어떻고 할 때 세상 남일이라고만 생각했던 철없던 어린 시절을 지나 뒤늦게 다 늙어서 대출 낀 임차인이 되고 나니, 모든 세상 일이 다 나와 관련이 있더라...
아주 소소한 약간의 패밀리 타임을 제외하면, 올해는 사실 나의 덕질이 멈출 시간이 없는 한 해였다.
그 첫번째는 15주년 맞은 샤이니. 내가 샤이니 팬이라고 스스로를 생각했던 적은 없었는데 (당연히 샤이니를 안 좋아했던 것도 아니지만) 거의 샤월급으로 열심히 응원했음. 이번 HARD 앨범 활동의 모든 것이 진짜 너무 멋있고 좋았고, 방송이나 유튜브 등에서 연예인의 사람 됨됨이를 파악한다는 말도 어찌보면 웃기지만, 어쨌든 내 눈에 비친 샤이니 멤버들의 모든 애티튜드가 좋았다. 애플뮤직이 내 기록 1년 정산 해줬는데 여러가지 항목에서 샤이니가 월등히 높은 순위를 차지함으로써 비공식 샤월 인증됨.
그리고 두번째는, 두번째라기보다는 가장 중요하고 의미있었던 2023년의 이벤트는, 당연히 더 퍼스트 슬램덩크 개봉이었다. 영화관 3회차 뛰고, 포토매틱 찍으러 다녀오고, 책 사고, 포스터 붙이고, 배경화면 바꾸고, OST 듣고, 만화책 다시 읽고, 할 수 있는 모든 덕질을 하면서 1월 개봉했을 때부터 거의 반년 정도는 슬덩에 빠져 살았다. 일본에 블루레이 DVD 이런 거 나온 것 같던데 우리나라는 도대체 언제 나와. 정말 제발 소장하고 싶다. 영화 통째로. 타케히코 이노우에 만세.
#. 육묘생활
올 한 해 집콕생활을 주로 하면서 좋았던 것 중 하나는 우리집 고양이들이랑 더 많은 시간 붙어 있었다는 거다. 그렇다고 더 많은 시간을 성심성의껏 놀아드리면서 집사로써 충실했냐 하면 그건 아니지만... 그래도 내 눈에 보이니까 좋았다. 남편도 꼼꼼이들이랑 훨씬 많이 친해졌고 ㅎㅎ 남편과 꼼자매만의 커뮤니케이션 방식도 생겨나서 구경하는 재미가 있음 ㅎㅎㅎ
다만 올해로 벌써 12살? 13살?이 다 된, 알고보면 노령의 우리 꼼자매님들이 이제 슬슬 편찮으신 곳이 늘어나고 있다는 것은 문제. 기관지 쪽이 좋지 않아서 나오는 불안한 기침소리와 잦은 구토로 건강검진도 하고, CT촬영도 하고, 약도 사고, 처방 사료도 사고, 돈깨나 들였는데, 결론적으로는 잘 관리해 드리는 것 외엔 별 다른 방법이 없다는...
얘들아 내가 더 부지런히 잘해볼게 ㅠ 내년에도 건강히 함께 잘 살자.
#. 소비생활
01 믹서기
02 식세기
03 스탠딩 데스크
04 메디큐브 부스터프로
05 아이폰15
엄밀히 말하면 믹서기는 언니네서 안 쓰는 걸 얻어온 것. 건강검진했더니 콜레스테롤 수치 높다고 나와서 ABC 주스 갈아먹기 시작했다....가 멈췄다...가 다시 갈아먹다...가 하면서 보냈다. 만들어진 주스 사먹는건 쓰레기도 많이 나오고 비싸길래 재료 직접 사서 갈아먹었는데, 이게 재료가 똑 떨어지기전에 다시 구비해서 갈아먹을 준비를 해두는게 생각보다 어렵더라... 한 번 재료 떨어지면 그대로 또 몇 주고 몇 개월이고 안 먹는거임.... 그렇게 믹서기로 냉동딸기랑 우유 갈아서 남편 많이 먹였다.
올해 잘 산 소비 1등은 드디어 마참내 마련한 식세기! SK매직 6인용 식기세척기를 단돈 3n만원에 구매했다!!!!!
미쳤어 여태까지 왜 안 샀어 도대체 부엌이 좁아져봤자 뭐 얼마나 좁아진다고 내가 이걸 안 샀어 내가 두 사람 먹고 쓰는 그릇 컵 별로 안 나온다고 생각하면서 몇 년을 왜 도대체 손이 부르트게 설거지하면서 한시간씩 서있었어 대체 왜 그랬어!!!!!!
혹시 식기세척기 구매를 망설이는 분이 있다면 고민 멈추고 그냥 사십시오. 행복이 찾아옵니다.
스탠딩 데스크는, 막 데스커 이런데서 좋은거 사고 그런건 아니고, 그냥 책상 위에 올려놓는 간이 받침대 같은걸 산건데 나름 만족하고 있다. 운동을 1도 안 하고, 재택하면서 평소 걷는 양 자체가 줄어들다 보니까 허리도 자주 아프고 소화도 잘 안되는 것 같아서, 짬짬이 선 채로 일하면서 다리 스트레칭도 해보고 하는데, 확실히 없는 것보다는 나은 듯!
최근에는 친한 친구를 만났는데, 피부에서 물광 꿀광 흐르길래 비법을 물어봤더니 이번에 새로 나온 '뷰티 디바이스 기기' (홈쇼핑 같은데서 디바이스 기기라고 하더라 ㅋㅋㅋ 역전앞 ㅋㅋㅋ)인 부스터프로를 꾸준히 쓰고 있다고 하길래 남편 꼬셔서 하나 장만했다. 근데 아직 잘 모르겠... 계속 써봐야...
끝으로 모든 기능을 버거워하던 아이폰X를 보내주고 아이폰15 장만했다. 너무 비쌌다. 핸드폰 가격 좀 내려가라.
#. 유랑생활
01 평창 2박 3일
02 오키나와 3박 4일
03 타이베이 3박 4일
평창은 올해 초에 봄 날씨 기대하면서 갔다가 추워서 얼어죽을 뻔 하고 돌아왔던 기억.
오키나와는 5박으로 예약했는데 여행 첫 날 부터 집에 있는 꼼지 아파서 결국 울면서 돌아왔던 기억.
타이베이는 오키나와 설욕전으로 짧게 예약했는데 내내 비가 왔지만 그래도 맛있는 거 많이 먹고 돌아왔던 기억.
내년에는 사실 5시간~8시간 이상 비행기 타고 나가는 먼 나라 여행 해보고 싶었는데, 고양이들 수발하면서 과연 어디까지 얼마나 갈 수 있을지 고민.
#. 영화관 생활
01 더 퍼스트 슬램덩크
02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volume 3
03 타르
04 존윅4
05 콘크리트 유토피아
06 서울의 봄
올해도 영화관은 많이 안 간 편이네. 당연히 더 퍼스트 슬램덩크가 최고지만, 영화관 가서 본 영화들 중에 마음에 안 든 작품은 없었다.
내년에는 영화관 가서 영화 보는 경험을 다시 늘리고 싶은 기분.
#. 독서생활
01 돈을 찍어내는 제왕, 연준 (읽는 중) - 크리스토퍼 레너드
02 인생샷 뒤의 여자들 - 김지효
03 사람입니다, 고객님 - 김관욱
04 나의 이상하고 평범한 부동산 가족 - 마민지
05 도둑맞은 집중력 - 요한 하리
06 사실은 집밥을 좋아하지만 지쳐버린 이들에게 - 고켄테츠
07 전쟁은 여자의 얼굴을 하지 않았다 (읽다 포기) - 스베틀라나 알렉시예비치
08 순도 100%의 휴식 - 박상영
작년보다는 책을 더 많이 읽었다고 생각했는데, 읽는 중인 책과 읽다 포기한 책을 제외하면 그냥저냥 비슷하구나.
도둑맞은 집중력은 뭐 워낙 트위터에서 유명했으니. 이거 읽고 디지털 디톡스를 그래서 하라는건지 말라는건지 거대 빅테크랑 어떻게 싸워 이기라는건지 잘 모르겠는 기분이지만, 어쨌든 우리 모두 참 힘든 디지털 세상을 살아가고 있다는 건 알았다.
부동산 가족이랑 인생샷도 트위터에서 책 추천 도는 거 보고 선택했는데 다들 글 자체는 가볍게 술술 읽히면서 내용은 진중한 타입이었다. 2030 여성이 동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습을 짚어본다는 점에서 공통점이 있달까.
'사람입니다, 고객님'은 영화 '다음소희' 감상평을 나누던 아는 분께 소개받은 책이었는데 읽어보길 잘했다.
박상영 에세이는 은은하게 관심갖고 응원하고 있는 작가라 선택했고, '돈을 찍어내는 제왕, 연준'은 도대체 전세값과 대출금리가 왜 미국 빅스텝 여부에 좌우되는지 알리가 없는 무식한 내 스스로를 위해 읽기 시작했는데, 재밌는데 어려워서 아직 끝내지를 못했다.
#. 게임생활
01 Far: Changing Tides
02 Sable (플레이 중)
03 젤다의 전설: 티어스 오브 더 킹덤
04 호그와트 레거시
05 마블 스파이더맨2
06 데드아일랜드2
07 트치아Tchia
08 모여봐요 동물의 숲 (2회차)
작년의 게임생활도 꽤나 만족스러웠는데, 올해도 못지 않다. 특히 내 스타일 게임 너무 많이 발견해서 시간 가는 줄 몰랐음.
소울류 좋아하고 몬스터 때려잡으로 다니는 내 남편은 절대 플레이 하지 않지만, 그래픽과 음악, 힐링, 스토리, 감동, 인간미 좋아하는 나의 취향을 제대로 저격한 게임들은 Far, 트치아Tchia, Sable 3종이다. 진짜 꼭 해야된다 꼭!
Far는 한글판으로 했던 것 같(은 기억인데 중요하지 않을 정도로 언어가 필요없는 게임이)고, 트치아는 영문이어도 플레이에 어려울 게 별로 없어서 괜찮았다. 사실 Sable은 엊그제 발견해서 한 2~3일 만에 엔딩 봤다. 영문판이고 대사가 많은데 중요한 편이라서 쵸큼 어려웠지만, 간만에 게임하고 싶어서 퇴근하고 싶어지는 기분 느껴봤음. 초기 젤다 같다는 평도 있고, 음악이나 배경은 Jorney나 Sky랑 비슷한 느낌인데, 컬러감이 남다른 그래픽이 정말 독특하고 새롭다. 진짜 강추!
다음은 남편도 조금 플레이 하지만 결국 내가 끝까지 붙잡고 놓지 않았던, 누구에게나 명작으로 손꼽히는 게임. 첫째는 당연히 젤다의 전설 왕눈. 남편이 야숨 플레이 할 때 관심 없었던 내가 어느새 보코블린을 가뿐히 때려잡고 가논돌프와 무리들을 토벌하게 될 줄이야. 대 명작이었다. 그리고 뛰어난 IP로 승부하는 호그와트 레거시랑 마블 스파이더맨2 도 당연히 명작 레벨.
남편도 나도 내가 플레이 해서 살짝 의아했던 게임은 데드아일랜드2. 그냥 다짜고짜 좀비 썰고 다니는 게임인데 진짜 피튀기고, 스토리도 딱히 없는데, 내가 이걸 그렇게 열심히 했던걸 보면 23년 상반기의 내가 진짜 좀 황량하긴 했었나보다.
끝으로, 남편이 플스 게임 붙잡고 있는 동안 옆에서 할 게 없어서 새로 섬 갈아엎고 2회차 시작했던 모동숲. 귀여운 거 많이 보면서 힐링하고 지낸다.
2023년 정리 끝. 내일부터 2024년 화이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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