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인용 식기세척기 sk매직 강제탈출 당해 쿠쿠 입문, 프로쉬 식세기 세제 미니 있어도 커터기가 쓰고싶어

2024. 11. 16. 11:47journal

23년 9월, 11번가에서 sk매직 6인용 식기세척기를 구매한 것은 그 해의 가장 잘한 일 중 하나였다.

우리 집 좁은 부엌에 딱 맞는 컴팩트한 디자인, 6인용치고 잘 빠진 2층 구조가 너무 딱 마음에 드는 아이였고, 가격도 34만원으로 매우 착했었지.

‘어차피 다 설거지 할건데 다 쓴 물컵이 라면냄비나 기름진 후라이팬에 들어가 있을 수도 있는 거 아닌가’ 같은 불온한 사상을 가진 남편에게 잔소리 주고 볼멘소리 돌려 받던 삶을 벗어나게 된 것 또한 식세기를 들인 후 찾은 행복이었다.

사랑했던 sk매직 식세기
잘 빠진 2단


물론 부엌에 올려놓고 쓰는 6인용 식기세척기를 ‘6인용’이라고 부르는 것은 소비자 기망이다. 2인이 쓰기도 부족함.

부피가 큰 냄비나 후라이팬을 넣으려면 그만큼의 그릇을 포기해야 했고, 오목한 밥그릇들을 착착 포개넣기에 아주 예쁜 구조도 아니어서 테트리스 능력이 매우 요구된다.

그러나 부엌 조리대에 호스 구멍 하나 뚫는 것도 눈치 보이는 전세살이 인생이라면, 2인용 같은 6인용 식세기라도 14인용 식세기 모시듯 감사하며 살아야 하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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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던 어느 날, 이 아이를 들인지 얼마 지나지 않았을 때인데, 바닥에 물이 고인 것을 발견했다.

메롱 하고 나와있는 물바다


처음엔 내가 접시를 넣느라 뚜껑 쪽에 물을 흘렸던 것이 뚜껑 닫으면서 새어나왔다고 생각했다. 바닥을 아무리 들어보고 후레쉬를 비춰봐도 물이 샐 만한 구석이 보이지 않았고, 정작 식세기 사용 중에 밖으로 새어나오는 것도 아니라서 설마 기계 결함일거란 생각은 못 했음.

근데 지난 10월쯤부터 물이 고여 있는 빈도가 많아지더니, 그 양도 점점 늘어나는 것 같아서 결국 AS 접수를 했다. 안타깝게도 구매 1년이 지난 시점이어서 무상수리는 안 됨 ㅠ

그러나 기사님이 오셔서 판정한 결과는 ‘용접불량으로 인한 누수’, 즉 제조 불량, 기계 결함이라는 것이었음. 내 탓이 아니었다니!!!!

그러더니 제품을 통째로 가져가고, 구매금액을 사용기간인 13개월로 월할해서 1년 보증기간을 제외한 사용금액을 제하고 환불해준다는 거다. 처음 물 샜을 때 신고(?)했으면 전액 보상감인데 흙 ㅠ

보통은 새 제품으로 교환해주지 않나 싶어서 물어보니까 이제 sk매직에서는 식세기 사업을 안 한다고.. 바꿔줄 제품이 없다는 것이 이유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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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래서 가전은 이러니 저러니 해도 삼성, LG 사라는거구나 생각하며 일주일여를 기다려 제품 반납을 하고(그 동안 손설거지 모드로 돌아가서 힘들었다) 오프라인 매장 가서 구경도 해봄.

그러나 일단 대기업 아이들은 가격이 거의 두 배라 살짝 마음이 멀어졌고, 엘지 6인용 식세기는 2단인건 좋은데 뚜껑이 개구리 입 마냥 아래위로 열려서 2층 선반에 식기를 넣고 빼기 불편할 것 같았음. (삼성은 제대로 못 봄 ㅋㅋ 뭐 걔도 좋았겠지.)

sk매직 대신 살만한 가격대 제품은 쿠쿠였음. 2단이 아니라는 점과 샤워기필터 마냥 정수필터를 교체용으로 집어넣어 추가 구매를 유도하는 점이 거슬렸는데, 매장 직원 분 말로는 필터는 그냥 안 써도 그만이라고 해서 마음을 돌렸다. 어차피 2단은 엘지 말고는 없기도 했고.

가성비 식세기 쿠쿠는 거대했다


모셔오고 보니, 예전 쓰던 컴팩트한 아이에 비해서 덩치가 커서 부엌이 좁아진 건 단점 ㅠ 그러나 예전 아이 외에는 시중에 나와 있는 6인용 식세기는 대체로 저 정도 사이즈다.

널찍널찍
1단은 처음이라


식기 선반 생김새에 적응할 시간이 필요하긴 하지만, 일단 대왕 라면 그릇과 라면 냄비와 작은 후라이팬이 한 번에 다 들어간 건 처음! 1단이지만 덩치가 큰 만큼, 수납 면적이 가로로도 넓고 높이로도 충분해서 많이 들어가는 듯 하다.

자연송풍 건조인지 열풍 건조인지도 잘 되어서 식세기 뚜껑 쪽에 물자국 하나 안 남고 싹 말라있더라.

그러나 다른 단점이 있다면 소음. 설치기사님 말씀으로는 물살이 센 편이라서 그렇다는데, 예전 쓰던 아이에 비해 확실히 소음이 컸다. 옆에서 돌리는 전자렌지 소리도 안 들릴 정도… 이건 뭐 적응해야지…

대신 장점은 시간 예약 되는 것. 집에 사람 없을 시간에 예약 맞춰두면 소음은 피할 수 있겠지 싶다.

쿠쿠는 식세기 사업을 계속하길 기원하면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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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은 간단한 식세기 세제 썰.

식세기 세제는 처음부터 프로쉬 타블렛 세제를 썼는데 이유는 딱히 없..

다만 14인용 식세기에 맞춰나온 타블렛 용량 때문에 6인용 식세기에는 세제를 절반만 넣어야 한다고 해서, 도마 위에서 식칼로도 썰어보고 진짜 별 난리 굿을 하다가, 트위터에서 세수(SESU) 식세기 커터를 발견, 바로 구매했고 진짜 완전 대만족하면서 썼다.

예쁘지만 이젠 헤어져야해


그런데 드디어 프로쉬에서 6인용 식세기 전용 미니 타블렛을 출시했다는 것 아닌가!

뽀개놓은 예전 세제만 다 쓰면 바로 미니로 갈아타겠다는 마음으로 공홈 출시 기념 이벤트 할인가로 미리 질러뒀는데, 이제 세수 커터기 못 쓴다고 생각하니까 아쉽다.

쿠쿠 설치기사님은 타블렛 세제 세정력이 좋아서 14인용 세제 기준으로 절반 쓰거나, 설거지 양이 적을 때는 1/3 만 써도 충분하다고 하셨는데, 미니타블렛을 쪼개서 쓸
일이 있을라나 모르것네.

기특해요
길이도 짧고
두께도 얇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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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식세기 썰은 ’이거 된거야 안 된거야 지옥‘ 탈출썰.

둘이 먹고 살다보니 6인용 식세기에 설거지 거리를 채워서 돌리려면, 더러운 그릇을 넣어둔 채로 버틸 때가 있다. 근데 또 너무 오래 버티기 애매하면 설거지 양이 적어도 그냥 돌려버리기도 하지.

그러다보면 식세기 안에 들어있는게 설거지가 끝난 그릇인지, 설거지를 해야 할 그릇인지 헷갈릴 때가 생기는 게 문제고,

거기 더해, 안타깝게도 더러움과 깨끗함을 구분하는 능력이 없는 남편이 꺼내야 할 그릇 위에 더러운 그릇을 얹거나, 더러운 그릇을 꺼내 찬장에 넣는 일도 생김 ㅠ

그럼 운 좋게 그 순간을 포착했을 경우에만 “이거 된거야” 혹은 “이거 안 된거야” 라고 외치며 아슬아슬하게 상황 정리가 가능하다.

결국 찾은 해결책은 알림판.

브라질 스테이크 무한리필집에서 ‘더 먹을래요’ ‘그만 주세요’ 표시하는 것처럼 ㅎㅎㅎ 우리도 직접 소통 수단을 추가하기로 했다.

더러운 그릇이 타고 있어요
꺼내야 할 그릇이 들어있어요


자석을 내장하고, 왕스카치테이프로 방수 기능을 더한 미니 알림판을 식세기 옆면에 붙여놓고, 식세기 플레이 버튼을 누르는 순간 ‘세척완료’ 표시로 돌려놓으면 된다.

세척완료 표시된 식세기를 보면 그릇을 꺼내어 찬장에 넣고 또 표시를 돌려서 ‘씻을 그릇을 넣도록’ 안내함.

물론 표시해 두는 것조차 잊어버리는 날도 허다하지만, 없는 것보다 백배 낫다.

여튼 결론은 쿠쿠 화이팅.


+ 식세기 살까말까 고민하는 분들, 그냥 사세요. 어떤 제품이든 가격 맞고 사이즈 맞으면 일단 사세요. 무조건 사세요. 무조건. 그리구 집에 설치 가능하면 14인용 사세요. 행복을 사세요!!!!!!

헐 알고보니 조명도 있는 쿠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