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 1박 했슈 - 유성호텔 영업종료 직전 방문기

2024. 3. 25. 17:06voyages en corée

클래식한 외관도 이젠 바이바이

 
대전 유성호텔이 109년 유구한 역사를 뒤로 하고 24년 3월 말까지만 운영, 곧 리모델링 휴업에 들어간다는 소식을 우연히 접하게 되었다. 왜인지 109년 된 모습을 직접 경험해보고 싶어져 급하게 아고다로 예약을 하고 찾아간 주말의 대전.
 
자차로 운전해서 가니까 서울에서부터 한 세시간 정도 걸렸다. 그래도 유성IC가 있어서 유성호텔 앞까지는 금방 들어선 편. 유난히 높게 올라선 곳 없이 나즈막히 늘어선 건물들 사이에서, 아마도 건립 당시에는 위세 깨나 떨쳤을 것 같은, v형의 웅장한 구도로 서 있던 유성호텔 건물을 금방 찾을 수 있었다. 
 

깨끗하고 반짝이는 로비

 
건물 우측 뒷편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뒷문으로 들어가면 대온천탕 가는 길을 지나쳐 로비로 가게 되는데, 첫 인상은 매우 깨끗하고 관리가 잘 되었다는 느낌이었다. 
 

저 건물 양쪽으로 웅장하게 증축한 거였나봄.

 
여기저기 109년 전통을 자랑하는 오래 된 사진이나 기록물 같은 것들이 배치되어 있어서 전통과 역사를 자랑하는 느낌도 주고. 
 

내일의 날씨가 기가 막히게 들어맞았다.

 
한 장 짜리 호텔 리플렛에는 각종 안내 사항과 함께 내일의 날씨도 표시해 주는데, 이런 아날로그한 정겨운 느낌은 예전에 방문했던 속초 마레몬스 호텔에서 느낀 것과 비슷한 결이다. 
 

짐 좀 치우고 찍을 걸

 
 
공홈에서는 스파 프리 패키지 포함해서 날짜 상관없이 디럭스 룸으로 25만원 선에 예약이 가능했는데, 대온천탕이 어차피 성인 투숙객 기준 8000원이어서, 아고다에서 좀 더 저렴하고 작은 방을 예약 가능한 날짜에 맞춰서 15만원 정도로 예약했다. 그런데 운 좋게 바디프렌드가 들어있는 큰 방을 예약해주셔서 완전 럭키! 
 
오래된 호텔답게 바닥은 카페트가 깔려있고, 원목 컬러의 가구가 가득한 느낌. 그러나 낙후되거나 관리가 안 된 느낌은 1도 없고 완전 깨끗, 깔끔, 청결했다. 화장실도 수전이랑 욕조 등등 다 새것처럼 보였는데 이걸 다 갈아엎는다니 아까울 정도.
 
삐까뻔쩍 외관만 신경 쓴 최신 호텔들이 방 안 구석구석 청소도 제대로 안 해놓고 서비스도 엉망이라 기분 나빴던 경험도 있는데, 유성호텔 묵으면서는 어떤 불편함도 없었고 너무 만족스러웠다. 
 

사실 바가지 굿즈 받으러 온 거 맞습니다.


 
그리고 바가지 득템 ㅋㅋㅋㅋ 이거 받으러 대전까지 온 거나 다름없다. 목욕하고 나서 마시는 바나나우유는 정말 여태 마신 바나나우유 중에 제일로 시원했음. 이렇게 귀엽고 정겨운 호텔이 과연 나중에 어떤 모습이 되어 다시 나타날런지.. 109년 만에 처음 와 본 주제에 제일로 아쉬워 하는 중 ㅋㅋㅋ

목욕 좋아하는 남편은 대온천탕과 사랑에 빠졌다

 
당연히 대온천탕에서 목욕도 했다. 남편은 온천물 너무 좋다고 정말 250% 정도 대 만족 했음. 남자 쪽에는 노천탕도 있고 폭포도 떨어졌다는데, 여탕에는 그런 거 없이 탕 4개 정도랑 사우나, 찜질방이 있었다. 하지만 나는 대중탕 가는 걸 좋아하는 편은 아니어서 그냥 유서깊은 목욕탕에서 간만에 땀 빼고 때 밀고 나온 걸로 적당히 만족 ㅎㅎ 
 
유성호텔을 좀 더 미리 알고 가봤더라면, 주기적으로 방문해서 쉬멍 놀멍 했을 곳이다. 지금의 모습이 사라지기 전에 보고 오길 잘 했다고 생각함. 바이바이 유성호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