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 1박 했슈 - 태평소국밥, 성심당 문화원, 성심당 케익부띠끄, 광천식당

2024. 3. 25. 17:46voyages en corée

대전 1박 2일 여행을 떠나는 날 아침 11시에 일어나는 바람에, 서울 출발은 1시, 대전 도착을 4시에 하면서 ㅋㅋㅋ 맛집 리스트 열 개 넘게 찾아놨는데 제대로 된 밥은 두 끼 정도 밖에 못 사먹은  24시간 여행이었다. 

뭔가 안 되는 것에 대한 지시사항이 많은 가게였다. 저런 안내판이 가게 온 벽에 붙어있음.

 
그래도 도착하자마자 첫 끼는 유성온천역 인근에 자리한 태평소국밥에서 거나하게 먹었다. 고기로만 맛을 내어 '국물이 곧 고기'이기 때문에 국물 리필이 안 된다고 완강하게 써붙여 두었기에 얼마나 대단한 국물인지 궁금했던 소국밥과 한우 육사시미를 시켰다. 
 
나는 육회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 사람인데도 육사시미는 처음 한 입 먹는 순간, 오- 하는 작은 탄성이 나올 정도의 맛이었고, 소국밥은 야들야들한 장조림 같은 고기 덩어리가 끝도 없이 발견되는 정말 '국물이 곧 고기'인 소고기무국 스타일이었다. 
 
여러 명이 와서 이것저것 시켜놓고 소주 한잔 걸치면서 다양하게 맛보면 좋을 것 같음. 
 

자전거 타는 빵순이 뱃지는 하나 샀다. 곰식이 아이템도 많았지만 패스.
사람들이 뭘 좋아할지 너무 잘 알고 준비해 둔 성심당 문화원의 굿즈들

 
태평소국밥 먹자마자 호텔 가서 체크인하고 온천욕을 한바탕 즐겼기 때문에, 대전중앙역으로 전철 타고 한 20분 옮겨갔을 때는 이미 저녁 7시가 넘어 어둑어둑한 시간이었다. 
 
몇 년 전에 대전에서 정말 업무만 보고 대전역으로만 왔다갔다 했던 적이 있었는데, 그 때 대전 역사 내 성심당을 들러 튀김소보루랑 이것저것 사 먹었던 기억이 있어서 본점과 케익부띠끄를 한 번 가보자 하고 찾아갔다. 
 
근데 본점 앞에 한 두 겹 정도로 구부러진 줄이 있길래, 아 이걸 굳이 기다려서 빵을 사야되나 싶어 일단 근처에 있는 성심당 문화원으로 들어가서 잡동사니 구경을 좀 했다. 

드디어 딸기시루 실물 영접.

 
또 그 근처 성심당 케익부띠끄에는 밖으로 삐져나온 줄이 거의 없길래 그 유명한 딸기시루 실물 영접하고, 미니 딸기시루랑 타르트 두어개를 샀다. (맛있었다)
 

저기 보이는 인파는 성심당 앞 줄의 1/3 도 안 되는 것 같음

 
그리고 다음 날 점심 먹으러 나와서 식당 대기하는 동안 다시 한 번 가볍게 들러볼까 하고 찾아간 성심당은.... 줄이.... 한 30m 정도 늘어서 있었다... 대전 시내의 모든 사람들이 성심당 앞에 서 있는 것 같았다. 
 
그리고 나서 보니 대전 시내 돌아다니는 사람들 손에 너도나도 성심당 쇼핑백이 들려 있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ㅋㅋㅋㅋ 하나의 거대한 성심당 놀이공원에 들어온 것 같은 기분. 
 
전날 저녁에 미니 딸기시루 사먹은 게 신의 한 수라고 생각하면서, 1시간 전에 대기표를 받았던 광천식당으로 향했다. 
 

27번 대기표를 주면서 1시 50분에 오라고 낭랑하게 외치셨던 사장님...

 
두부 두루치기와 오징어 두루치기가 유명하다는 광천식당은 원래 전날 저녁 라스트 오더 시간 맞춰서 저녁밥 먹으러 갔었는데 대기표 발부 끝나고 마감했다고 해서 ㅠ 절치부심하여 다음 날 점심 때 다시 찾아갔던 곳이다. 사실 진로집의 두루치기, 근처에 있는 우리칼국수와 두루치기 등과 은근한 경합을 벌이는 것 같아 고민을 좀 했는데, 번호표와 함께 입장 시간을 알려주는 시스템이 편해서 진로집 대신 뚝심 있게 광천식당을 가기로 했다. 
 
알고보니 광천식당 고수들은 두루치기 양념에 칼국수 면을 섞어주는 양념면 1인분과 수육을 세트로 먹고 있었는데, 아무것도 모르는 초짜들은 냅다 두부 두루치기랑 면 사리, 공기밥까지 시켜버린 것이 뒤늦게 좀 아쉬웠음...ㅠ 
 
국물이라고 부르기엔 걸쭉한 고춧가루 양념에서 올라오는 냄새가 코를 찌르는데, 소문에는 혀가 아리고, 속이 쓰리게 매운 맛이라고 해서 걱정했지만 그렇게까지 괴롭도록 매운 맛은 아니었다. 대신 이게 한시간 이상 대기하면서 먹을 정도로 맛있는 음식인지에 대해서는 약간의 의문이 들긴 했다. 
 
그런데 남은 음식 포장해 와서 집에 와서 다시 먹었는데, 오히려 식당에서 먹을 때보다 맛있게 느껴지고, 먹고 나서도 자꾸 생각나는 감칠맛이 확실히 매력적인 음식임. 그래도 다음번엔 진로집 가볼래.  

운동화 빨아야겠다.
거대 목련
유성온천역의 명물 KFC

 
첫날 저녁에 광천식당 마감이라고 빠꾸맞았을 때가 저녁 8시가 넘었을 때인데, 대전에서 토요일 저녁 8시 이후에 문 여는 식당을 찾기가 이렇게 어려울 줄은 몰랐다. 술집 같은 고깃집들을 제외하면 거의 모든 식당이 8시~9시면 마감. 라스트 오더 10분 남기고 찾아간 식당은 손님이 없었는지 미리 문을 닫아버리기도 해서 ㅠ 갈 수 있는 곳이 없었다. 
 
그래서 결국 유성호텔 돌아오는 길에 KFC 포장 해왔는데, 그 길에 KFC 사들고 가는 사람들 겁나 마주치고, 호텔 안에서도 KFC 들고 가는 분들 봤다 ㅋㅋㅋㅋ 대전 명물 KFC... 맛있긴 맛있더라... 
 

미니 딸기시루, 100년 넘은 유성호텔, 그리고 KFC

 
짧고 굵은 대전 24시 유성온천 여행 끗.