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4. 26. 11:00ㆍvoyages en corée
전 직장 소중한 동료분의 정말 오래 기다린 결혼식이 청주에서 열린다고 해서, 소식을 알게 된 날 바로 청주에 숙소를 예약해두고 이랑 같이 청주 1박 여행을 다녀왔다.
결론부터 말하면 결혼식 일정이 생각보다 늦게 마무리되고, 당일 오후부터 비가 너무 많이 내려서 생각처럼 편안하게 시내를 누비고 구경하지는 못 했는데, 그럼에도 청주 도시의 분위기를 조금이나마 경험하고 올 수 있어서 좋았다.
2시 반 결혼식이라 토요일 10시가 조금 넘은 시간에 서울에서 출발했는데 서울 만남의 광장까지 가는데만 한시간이 넘게 걸렸다. 그나마 청주의 대장웨딩홀이라는 아모르컨벤션 웨딩홀이 IC 나오자마자 멀지 않은 곳에 위치하고 있어서 경부 고속도로 타고 한시간 반 정도 달려서 2시 정각에 도착했다.
멀리서 보면 무슨 대성당처럼 보이는 아모르아트컨벤션 웨딩홀은 7개층짜리 외부 주차장이 있는데도, 거대하고 광활한 부지가 다 주차장인 엄청난 주차 규모를 자랑했다. 그럼에도 차가 진짜 꽉꽉 들어차 있어서 사람이 정말 많고 붐빌 줄 알았는데, 또 그만큼 웨딩홀이 넓어서 30분 단위로 식이 있는 것 같은데도 전혀 내 동선에 사람들이 미어터지지 않고 오히려 한산한 느낌을 주는 것이 공간 개념이 왜곡된 어떤 세상에 온 것 같았음 ㅎㅎ
연회장도 2개인가로 나눠져있는데 다 엄청 방대한 규모여서 나중에 결혼한 커플이 하객 인사하러 다 찾아다닐 수는 있나 의심될 정도였음. (사진은 없지만) 뷔페 음식 수준도 좋았다. 나중에 청주 시내에서 맛있는 거 사먹으려고 일부러 쪼끔만 먹으려고 했는데도 진짜 배불렀음.
배불리 먹고 새신랑 내외와 인사를 잘 나눈 뒤 웨딩홀을 빠져나와 청주 시내로 이동했다. 서문시장과 성안길이 위치한 무심천 강변노상 주차장에 차를 대고 가볍게 산책하며 배를 꺼뜨리고 맛집 투어를 시작할 생각이었는데, 안타깝게도 흐리고 비가 내리기 시작... 강변 산책은 딱히 하지 못 하고 바로 성안길 맛집 리스트들을 찾아 이동했다.
첫번째 목적지는 딸기케이크와 타르트 맛집으로 소문난 흥흥제과.
가게는 생각보다 작고 아담했는데 쇼케이스가 거의 차지하고 있고 벽 안 쪽 창문으로 주방(?)을 볼 수 있었다. 그리고 앉을 수 있는 자리는 벽가에 붙은 벤치석 2~3 테이블 정도?
도착했을 땐 5시쯤 됐었나 그랬는데, 이미 우리 앞에 들어온 손님 두 분이 타르트를 종류별로 휩쓸어가고 있었다. 그리고 우리 뒤로 들어온 손님 두 분도 품절된 타르트 소식에 탄식하며 다른 타르트들을 고르는 모습이었음.
역시 인기가 많은 곳이구나 생각하며, 우리는 사실 시나몬롤로 유명한 카페 노마드오븐에서 디저트를 하나 더 챙길 생각이었기 때문에, 고심 끝에 초코 마카다미아 타르트 1개를 골라 테이크아웃 했다. 그리고 흥흥라떼도 하나 시켰음. (그러나 빗길을 걷다 잊어버려서 노마드오븐은 못 갔음 ㅠ)
그랬더니 주문 받으시는 분이 음료는 가게를 나가 오른쪽 계단으로 올라가서 2층에서 받으라고 안내하시더니 무전기로 주문을 전송하는 것이 아닌가.
오 2층에 음료 주는 곳이 따로 있나? 하고 올라가보니까 세상에 이런 레트로한 갬성의 공간이 펼쳐질 줄이야? 비오는 성안길 거리에는 쥐새끼 하나 없었는데, 알고보니 청주의 젊은이들은 비를 피해 모두 힙스터 까페 안에 자리잡고 있었던 것이다! 우리는 마치 청주인들만의 비밀공간을 발견한 것 같은 기분으로 흥흥라떼를 받아들고 나와 성안길 투어를 다시 재개했다.
두번째 장소였어야 하는 카페 노마드오븐을 잊어버리고 계속 성안길 거리를 헤매듯 걷다 도착한 곳은 이름도 유명한 쫄쫄호떡이었다. 멀리서부터 골목 안으로 보이는 사람들의 대기 행렬이 심상치 않은 분위기를 풍겼다.
사실 나랑 남편은 아무리 맛있다고 해도 길게 늘어선 줄에는 잘 서지 않는 편인데, 이 날은 너무 배가 부르기도 했고, 부산 씨앗호떡부터 쿠팡 곰곰 꿀호떡까지 사랑하는 우리들이 새로운 로컬 호떡을 놓칠 수는 없다고 생각해서 비 내리는 속에서도 열심히 줄을 서서 기다렸다.
배부르니까 한개만 살까 하다가 앞에 줄 선 사람들이 막 양손 비닐봉다리에 한가득 씩 넣어서 십수개씩 사가는걸 보고 마음이 동해서 그래, 그래도 청주 명물 쫄쫄호떡인데 2개는 사먹어보자 라는 마음으로 3천원을 결제하고, 위치가 너무나 좋게도 호떡집 앞에 펼쳐진 청주중앙공원 벤치에 우산을 펴고 앉았다.
그리고 한 입 딱 먹자마자!!!!!
오잉? ???? ??
남편과 나는 절대 좋아할 수 없는... 기름에 너무 절여져서 느끼한 기름냄새만 나는 공갈빵을 호떡처럼 눌러가지고 설탕 입혀서 딱딱하게 굳힌 맛이었음.... 쫄깃하지도 않고.... 달지도 않고... 안에 들은 것도 없고... 뭔가.... 이걸 이렇게 기다려서 사먹을 뿐만 아니라 양손 가득 봉지에 담아서 싸갈 정도라니...???
쫄쫄호떡 사장님 내가 혼자 내 블로그에서 비추 때린다고 해서 뭐 장사 안 되실 것 같지도 않아서 소신발언 하자면 쫄쫄호떡 진짜 그냥 나는 안 사먹을래여 그냥 지나가는데 호떡집이 열려있고, 내가 마침 천오백원 정도는 있는데 입이 심심해서 껌이라도 씹고 싶은 마음이면 사먹을 수도 있을 것 같음....
하... 시간 아까웠다...
그리고 호떡에 실패한 우리 마음을 반영하듯 갑자기 비가 억수같이 퍼붓기 시작해서, 삼겹살 골목이 있는 서문시장 지붕 아래로 피신했다가 바로 차를 세워둔 무심천 변으로 돌아갔다. 디저트 1개 포장, 1개 실패, 그리고 여전히 배는 부르지만 옷은 젖었고, 제대로 된 밥은 안 먹은 슬픈 우리들은 그래도 한국 사람이니까 매콤한 국물에 밥 한끼는 위장에 들어갈 공간이 있을거라 생각하면서 대추나무집 짜글이를 다음 행선지로 정했다.
그리고 뭔가 니글니글한 우리 속을 가라앉히면서, 비에 젖어 쌀쌀해진 몸과 마음을 뎁혀줄 수 있는 대추나무집 짜글이는 탁월한 선택이었다. 일단 밑반찬이 다 맛있고, 처음엔 평범한 돼지고개 김치찌개인가 싶었는데 열심히 끓여서 적당히 졸아든 국물에 흰 쌀밥을 먹으니 아주 든든했다. 직원 분들도 매우 친절하시고 가게도 깨끗하고 여러가지로 하루 일정을 마무리하기에 괜찮은 선택이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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