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콕 대신 방콕 4박 6일 - 2일차 (1), 짜런쌩 씰롬, 왓아룬, 짜오프라야 투어리스트 보트, 쏨땀데르, 메이크미망고

2024. 11. 8. 12:19voyages en étranger/asie du sud ouest

방콕 2일 차 아침이 밝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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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텔에서 조식을 알차게 먹고 바로 밥을 먹으러(? ㅋㅋ) 출발. 목적지는 족발맛집 짜런쌩 씰롬이었다. 로컬 맛집 중독자 남편이 정육맨 유튜브에서 보고 저장해 둔 맛집이었음.

BTS 랏차담리에서 사판 탁신까지 5 정거장을 35밧 내고 이동하는데 약 10여 분 정도 걸렸다. BTS가 진짜 빠르고 쾌적함. 역에서 내려서 골목골목 구경하면서 걸어가 시장 골목 같은 길에 들어서니 혼자 문 열고 있는 가게가 보였다. 자리가 넓진 않은데 사람이 꽤나 북적이고 있었고, 한 켠에서는 배달용 음식을 끊임없이 비닐에 포장하고 있었음.

낮 12시에 도착했는데 문 연 곳이 여기 밖에 없었음
다 매진되고 남은 건 그냥 쪼까난 돼지 다리 같은 거…


그러나 백종원인지 정육맨인지가 극찬했다는 족발은 매진이었다… 조식 안 먹고 눈 뜨자마자 달려왔어야 먹을 수 있었던 것일까… 그래서 아마도 비슷한 국물에 같은 돼지 다리를 썼을 것으로 추정되는 가장 비슷해 보이는 아이를 골랐는데 맛은 그냥저냥 그랬음.  만약 큰 족발이었으면 그래도 살코기 발라 씹는 맛이 있지 않았을지 추정해 보았으나, 남편은 단호하게, 얘나 걔나 비슷하게 맛없었을 거라고 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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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이라 날이 미친듯이 덥진 않았는데, 그래도 에어컨 없는 시장 골목에 앉아 밥을 먹고 있으니 솔찬히 더웠다.

구글 맵에서 많은 한국인들이 짜런쌩 실롬과 대성당 사이를 헤매다 들렀다며 리뷰를 남겼던, 화이트커피 White coffee에 들러서 타이 티하고 로젤 주스(알고 보니 히비스커스였던 것 같음)를 시켜 마시면서 열을 식혔다. 카페는 노상에 테이블 몇 개를 두고 운영하는 작은 곳이었는데, 큰길 안쪽에 들어와 있어서 번잡스럽지 않고, 가로수길이라 시원하니 좋았다.

처음 마셔 본 타이 티는 약간 텁텁한 맛이었음
알고보니 여기가 찐 맛집이었을까


앉아서 음료를 마시는 내내 옆집에서는 현지인들이 쌀국수로 추정되는 음식을 노점에서 사 먹고 있었는데, 끊임없이 손님이 계속 들고 나는 걸 보니 이 근방에서는 꽤나 알아주는 점심 맛집이었나보다. 짜런쌩 씰롬에서 너무 부실하게 맛만 보고 나와서 그랬는지 나도 옆에 앉아서 먹어보고 싶었는데, 사실 식자재와 식기 등등 식당 운영에 필요한 모든 것이 폭염과 매연에 찌든 길거리에 무방비 상태로 나와 있는 100% 노점이라… 툭하면 장 트라볼타 되는 나는 무서워서 차마 도전을 못 했음…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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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 맵에 따르면, 화이트커피에서 나와서 짜오프라야 강 방면으로 쭉 걸어가면 Oriental 선착장에서 오렌지 플래그 라인의 보트를 타고 왓 아룬까지 갈 수 있어야만 했다.

그런데 선착장에 갔더니 왠 아저씨가 한 사람당 200밧인지 얼마를 부르면서 타라는 것이 아닌가. 이상하게 너무 비싼대용? 하면서 앞에서 얼쩡거리니까, 싼 보트를 탈 거면 나가서 사판탁신 선착장으로 가라고 했다. 우린 거기서 걸어 나와서 여기까지 온 건데… 다시 돌아가라니… ㅠ 그러나 말도 안 통하고 무슨 상황인지 잘 몰라서 그냥 터덜터덜 걸어 나옴….

그 뒤로 나는 늘 1인당 40밧짜리 투어리스트 보트만 타게 되는데… 사실은 그린 플래그나 오렌지 플래그의 십몇 바트짜리 대중교통 보트를 탈 수 있어야 정상이거늘… 여전히 어떻게 하는 건지 잘 모르겠음…ㅠ

그래 난 관광객이니까 투어리스트 보트를 타야지…
그래도 40바트 짜리 배라서 크고 좋긴 하더라…


선착장에서도 어느 배를 언제 탈 수 있어서 어디서 기다리면 되는지 전혀 알아보기 어려웠는데, 그냥 직원 앞에서 표를 들어 보이면서 목적지를 (우리의 경우 ‘왓아룬’) 중얼거리면 어디로 가서 기다리라고 말해줬다. 신기하게도 그 수많은 승객들이 어디 간다고 했는지 귀신 같이 기억하고, 그 승객이 탈 배가 오면 잘 불러주더라.

사판 탁신에서 왓 아룬까지는 15~20분 정도 배를 타고 이동했다. 날씨도 좋고 바람도 잘 불어서 강 이쪽저쪽 구경하면서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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왓 아룬 사원 선착장에 내리면 길이 한 곳으로 나 있고, 모두가 그쪽으로 움직이고 있어서, 얼레벌레 쫓아가면 입장권을 사고 들어갈 수 있다. 남편은 무릎 바로 위까지 오는 반바지를 입고 있었는데, 딱히 복장을 보고 거르는 것 같진 않았다. 다른 관광객들도 반팔 반바지 차림이 많았다.

입장권을 내면 물 한 병씩을 쥐어주고 들여보내주는데, 진짜, 소중한 물… 시원하지 않아도 괜찮아…

표를 사고 들어가면 보이는 사원 입구
혀를 내두르게 되는 집요한 장식


왓 아룬 사원은 편집증적으로 자잘한 장식을 가득 채운 디테일이 놀라운 곳이었다. 우리가 도착했을 땐 날이 좀 흐렸고 아주 잠깐 빗방울도 조금 떨어졌는데, 만약 햇살 밝은 날 왔다면 이 작은 조각들이 다채로운 컬러로 반짝여 한층 더 화려했겠거니 싶었다.

그리고 여기는 전통 의상을 빌려주고 스냅을 찍어주는 서비스가 인기였다. 어느 나라 사람이고 할 거 없이 다들 사원 곳곳에 포진해서 포즈를 취하고 서로 사진을 찍어주고 있었다. 최근에 경복궁 갔을 때도 틱톡과 릴스에 정복당한 이들이 정체 모를 한복을 입고 사진과 영상을 찍고 있는 바람에 어딘가 놀이공원 같아진 모습이 재밌으면서도 어색하고, 신기하면서도 씁쓸했는데, 여기도 마찬가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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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추 둘러보고 나와서 왕궁과 왓 포 사원이 있는 강 건너편으로 옮겨가기로 했다.

여기서도 어김없이 내가 무슨 배를 왜 어떻게 탈 수 있는지 모르는 채로, 왓 포를 외쳤더니 10밧을 내라는 직원들에게 이끌려 왓 아룬 Pier 1에서 배를 기다렸다.  

강을 가로로 왕복하는 배는 10바트
요 아이가 왓 와룬-왓 포만 왕복하는 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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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에서 내려서 왕궁과 왓 포 사원 사이로 들어가기 전에, 메이크 미 망고에 들러서 음료를 하나 사 마시려고 했다. 그런데 메이크 미 망고 맞은편에 뭔가 맛집 스멜이 풍기는 식당이 하나 보이는 거라. 미쉐린 가이드 로고도 큼지막하게 박아놓고? 이것은 운명. 일단 들어가서 간단히 요기를 하기로 했다.

눈길을 잡아끄는 노랗고 빨간 가게


알고 보니 쏨땀데르 somtum Der라는 식당이었는데, 태국 동북부 이산 지역 스타일 음식으로 2018년부터 미쉐린에 이름 올린 곳이었다.

내 인생 쏨땀
소스랑 찰떡궁합


기본 쏨땀이랑 돼지고기 튀김, 찰밥(스티키 라이스)을 시켰는데 금액은 400밧 정도. 맛은 매우 훌륭했다. 짜런쌩 씰롬의 타격으로 좀 배가 고팠을 때라 더 그랬을 수도 있긴 한데, 지금 돌이켜봐도 진짜 맛있게 먹었음. 아니 이토록 맛있는 태국 음식을 먹을 수 있는데, 가게가 이렇게 깨끗하고 깔끔하기까지 하다니! 여기서 먹은 음식이 방콕 여행 전체 기간 동안 먹은 음식 중 top 3 안에 들 것이라는 강한 확신이 들었다. 다시 가고 싶네.

그리고 나와서 들른 곳은 원래 목적지였던 메이크 미 망고 make me mango. 130밧짜리 망고 요거트 스무디를 테이크아웃했는데, 시원 달달하고 정말 맛있었다.

간식으로 하나 쭈압쭈압 들이키기에 딱 좋은 메뉴들이 많았음
망고 요거트 스무디!


이때까지만 해도 완벽하게 흘러가고 있었던 우리의 여정…

 

[방콕여행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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