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콕 대신 방콕 4박 6일 - 3일차, 통로 수쿰빗, 프림 생추어리 마사지, 카이젠 커피, 반벤짜롱파이, 애프터유, 차트라뮤

2024. 11. 10. 11:09voyages en étranger/asie du sud ouest

방콕에서 맞는 셋째 날.

방콕 초보가 짜오프라야 쪽에 숙소를 잡지 않고 룸피니 공원 근처이자 칫롬과 랏차담리 사이 중간 지점의 숙소를 잡은 건, 요즘 방콕에서 인기 있다는 통로와 수쿰빗 지역으로 이동하기에 가깝기 때문이었다. 예쁜 까페를 진짜 많이 찾아놨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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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날은 숙소에서 아침 먹고 수영장에서 놀다가 느지막히 밖으로 나갔다. 남편이 대낮부터 마사지를 받고 밥을 먹으러 가고 싶다고 해서 수쿰빗에 위치한 프림 생추어리 preme sanctuary를 예약했다. 라인 메신저로 채팅 상담 후 예약, 결제까지 진행할 수 있어서 편리했다. (대신 전액 카드결제를 미리 진행해야 하는데, 나중에 현장에서 카드 결제 취소하고 현금으로 바꾸고 싶다고 했는데 안 된다고 했음.

숙소에서 BTS 연두색 수쿰빗 라인을 타러 칫롬 역으로 향했다. 통로 스테이션까지는 5개 역, 약 10여 분 소요.

노약자 및 승려에게 자리를 양보하세요
남의 주택가 골목길 끝에 위치한 마사지샵

두 사람 타이 마사지 한 시간으로 1380바트를 결제했는데, 현장에서 압이 더 센 딥 티슈 마사지를 안내받아 200밧을 더 냈다. 결과적으로 나는 한 시간 내내 코끼리한테 짓밟히는 것 같은 강도로 온몸의 근육이 다 조사질 것 같은 초대박 딥한 마사지를 받았는데, 남편은 그냥 그랬다고. 결국 어느 분에게 마사지를 받게 될 줄 모르니 마사지사 분들의 평균 실력이 높은 샵을 찾는 게 중요한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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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사지를 받고 나와서 왔던 길을 돌아가 통로역 근처의 싯 앤 원더라는 태국 요리집을 갈지, 반대로 걸어가 통로 수쿰빗 동네를 좀 더 누비다가 또 정육맨이 추천한 갈비국수집 와타나 파닛으로 갈지 고민을 했다.

이 지역에 대한 기대가 컸던 나는, 통로역으로 바로 돌아가면 동네 구경을 못 할 것 같아서, 약간 안 내켜하는 것 같은 남편을 부추겨서 굳이 마사지까지 받은 노곤노곤한 몸을 이끌고 지역 탐방을 하는 걸 선택했는데, 참 큰 실수였지.

일단 서울처럼 인도가 넓고 잘 닦여있지 않고, 평일 세시에도 좁은 도로에 자동차와 오토바이가 꽉꽉 들어차 있어서, 여유 있는 도보 산책은 커녕 내 안전과 평안을 위해 끝없이 걷고 걸어야 할 뿐이었다. 그렇다고 택시를 부르자니 이미 내 눈으로 보고 있는 엄청난 교통 체증이 빤하고…

산책길 초반에 만난 까페
한 잔에 130바트
분위기가 좋았다

초반에 만난 카이젠 커피의 가게 분위기가 너무 좋고 커피도 맛있었어서, 나는 이런 분위기의 가게들을 끊임없이 마주치는 행복한 산책길을 기대했던 것인데…

150분 같은 15분을 걷고 걸어서 와타나 파닛으로 꺾을지, 싯 앤 원더 쪽으로 꺾을지 마지막 고민을 해야 하는 순간에 이르렀을 땐 둘 다 은근히 지쳐있었는데, 그때 갑자기… 엄청난 폭우가 내리기 시작했다. 처음엔 그냥 가벼운 비면 맞으면서 이동할 생각이었는데, 점점 빗줄기가 거세지더니 대홍수 직전에나 볼 법한 엄청난 비가 쏟아졌다.

호텔 조식 먹고 수영하고 나와서, 마사지 받고, 커피 한 잔 마시고, 4시가 다 되도록 우린 아직 밥도 못 먹었는데…ㅠ 그 때라도 그냥 가장 가까운 아무 상가에나 들어가서 몸을 쉬이고, 배를 채웠어야 하는데…

그랩을 불러도 기사가 취소해달라는 메시지를 보내오는 폭우 속에서, 우리는 왜인지 우비를 사 입고 폭우를 뚫고 걸어가 통로 역에서 일단 호텔로 돌아가자는 계획을 세웠다.


이 때만 해도 웃고 있었지


딱 10분만 더 걸으면 되니까! 라고 생각하며, 아무도 없는 폭우 속에서 얇은 비닐 쪼가리 우비에 몸을 맡기고 물살을 헤치며 걸어가서 역에 도착했을 땐 이미 기진맥진. 비닐우비가 간신히 막아준 몸뚱아리와 가방만 멀쩡하고, 머리랑 바지는 다 젖은 상태였음.

그렇게 겨우겨우 칫롬으로 돌아갔는데, 여전히 비가 내리고 있어서 다시 한 번 빗길을 걸어 호텔로 돌아갈 엄두가 나지 않았다. 일단 비를 안 맞고 스카이워크로 다닐 수 있으니 센트럴월드까지 가서 뭐라도 먹고 정신을 차리자는 마음으로 이동.

보통 빗줄기는 사진에 잘 안 나오는데…
비가 진짜 너무 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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센트럴월드에서 찾아간 집은 반벤짜롱파이.

똠양꿍이랑 무슨 미쉐린 마크 달린 고기튀김하고, 팟타이, 음료를 각각 시켰다. 가격은 약 1088밧. 말하자면 깝카우깝쁠라 같은 태국요리 체인점인 것 같았는데 아주 살짝 더 저렴한 느낌? 엄청 맛있다는 느낌은 없었지만, 여기도 그냥저냥 태국 음식으로 한 끼 적당히 먹기엔 좋은 것 같았음. 특히 우리처럼 비를 쫄딱 맞은 불쌍한 관광객들이라면…

알고보니 남편은 똠양꿍 러버였음
팁싸마이나 여기나.. 팟타이 맛집은 서울에 있나…
유독 태국에 너그러운 미쉐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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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을 먹고 나니 정신이 좀 들었을 뿐만 아니라, 밥을 먹는 동안 비가 그치고 하늘이 말끔히 개었다. 억울했다. 그러나 이 때를 틈타 얼른 호텔로 돌아가야지…

호텔로 돌아가서 씻고 누웠을 때가 6시가 좀 안 되었는데, 이대로 잠들면 다음 날 아침에 일어날 것 같은 컨디션이었다. 근데 여전히 굶주려있는 남편은 말로는 계속 아프면 안 되니까 푹 쉬라고 하면서도 계속 옆에서 시암 파라곤 맛집을 또 검색하고 있는 거 아닌가 ㅋㅋㅋㅋㅋㅋ 대단한 체력과 열정… 결국 우린 또다시 시암 파라곤을 찾았다.

언제 비가 내렸냐는 듯…
시암파라곤 푸드코트 이달의 식당 콩총콘프렁(?)
태국 커리 닭튀김 덮밥
씨푸드 식당 어쩌구에서 사온 똠얌라면


kongchong konprung 이라는 식당은 짜뚜짝 야시장 가는 근처에 있어서 평소라면 절대 방문할 만한 위치가 아니지만, 시암파라곤에서 팝업스토어처럼 팔고 있어서 운 좋게 먹어볼 수 있었다. 똠얌라면은 여기서도 먹고 다음 날 또 다른 식당에서도 먹었는데, 나는 똠양꿍을 기왕 먹는다면 밥이랑 먹겠다는 주의지만, 남편이 참도 좋아했다 ㅎㅎㅎ

그리고 계속 된 시암파라곤 투어. 진짜 생각해 보면 거의 매일 왔는데도 아직도 못 먹어본 게 있다니…

맥도날드 콘파이도 사먹어보고 (비추천.. 느끼해영)
애프터유 망고빙수


애프터유 망고빙수 진짜 맛있었다. 카키고리라고 일본 빙수 이름을 붙여서 다양한 맛을 파는데, 안에 찹쌀밥.. 스티키라이스가 들어있는데 괴상하지 않고 진짜 적당하게 어우러져 맛있었음. 다른 사람들은 카키고리 메뉴 말고도 다른 디저트 메뉴를 다양하게 시켜서 먹는 것 같았는데, 우리는 다음 날 또 갈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고 이 날 베이비사이즈 한 개 노나 먹고 나왔다… 근데 다음 날은 토요일이라 그런지 대기 줄이 엄청 길어서… 포기하고 못 먹음…

태국에서 인기라는 버터베어
귀여워서 누군지도 모르고 데려올 뻔
유명하다는 차트라뮤까지 섭렵


마지막으로 차트라뮤에서 한 잔 들고 (드디어) 숙소로 돌아왔다.

통로 수쿰빗에서 진짜 좋은 구경 많이 하려고 엄청 기대했었는데 빗속에서 헤엄치고 온 후기 끗…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