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콕 대신 방콕 4박 6일 - 5일차, 룸피니 공원, 시암파라곤 롯니욤, 아난타라 시암 호텔 모카앤머핀스, 수완나품 공항, 팡차 빙수

2024. 11. 12. 11:18voyages en étranger/asie du sud ouest

집에 갈 비행기를 타야 하는 마지막 5일 차 날이 밝았다.

호텔에 체크인하던 날부터 12시 대신 2시 레이트 체크아웃이 가능하다는 걸 알고 신청해 놨기 때문에, 조식을 먹고, 수영은 못 하고, 조금 빈둥거리다가 호텔 방을 나섰다. 목적지는 걸어서 10분도 안 걸리는 거리에 위치한 방콕의 허파, 룸피니 공원.

#.
룸피니 공원은 내 조카도 가고, 에스파 윈터도 가고, 방콕 간 사람들은 다 한 번씩 가보는 것 같길래 나도 한 번은 가겠거니 했는데, 지내다 보니 은근히 공원에 갈 시간을 따로 내는 게 쉽지가 않더라. 그래도 이렇게 마지막 날 여유롭게 공원 산책까지 할 수 있게 되어 다행이라 생각했음.

거대한 호수와 열대 우림 같은 울창한 나무, 그리고 저 멀리 도시 숲
어디서 봐도, 풀과 나무와 빌딩
나중에 조카에게 물어보니 물왕도마뱀이라고 알려준 괴생물

햇살이 엄청 뜨거워서 땀이 줄줄 흐르는 날씨였는데도, 공원 안에는 러닝하는 사람들이 왜 이리 많은지? 이 날씨에 러닝 하면 숨 막혀 죽는 거 아닌지 싶은데도 진짜 꾸준히 달리는 사람들이 많이 있었다. 단체 관광 온 것 같은 어린 학생들, 단체로 모여있지만 개인적으로 기체조를 할 뿐인 사람들, 드라마에서 본 것 같은 흰 셔츠 교복에 뭔가 멋진 배지를 달고 있던 여학생들, 그리고 공원 곳곳에 자연인인지 노숙인인지 알 수 없는 형체로 자고 있는 사람들까지. 아주 다양한 사람들이 이 넓은 공원 곳곳에서 발견됐다.

태국 국민의 존경을 받았다는 라마6세 동상
맥 치킨 밥 세트!


꽤 오래 거닐었다고 생각했는데 알고보니 30분도 채 걸어 다니지 못할 정도로 덥고 넓은 룸피니 공원을 나와서 BTS 살라댕 역에서 열차를 타고 다시 랏차담리로 돌아가기로 했다. 걷기엔 너무 더워… 실롬 지역도 쇼핑몰도 다양하게 위치해 있고, 오가는 사람들도 많고, 그전에 택시 타고 지나가다 보면 밤에도 자동차 꽉 들어찬 번화가 같던데, 그냥 후루룩 지나쳐간 게 아쉽긴 하지만, 뭐 다음에 와서 구경하면 되지.

#.
랏차담리에서 바로 호텔로 들어가려다가, 어차피 땀에 쩔은 김에 조금 더 걸어 올라가서 맨날 지나다니던 에라완 사당을 찾아가 보기로 했다. 다른 나라 기복 신앙의 힘으로 우리네 인생을 어떻게 쪼끔이라도 더 잘 살아볼 순 없을까 싶어서 ㅎㅎ

four face 각각 돌아가며 기도를 하라고 함

에라완 사당은 시암에서 칫롬으로 가는 방향에서 랏차담리로 꺾어 들어가는 삼거리 코너에 위치하고 있는데, 중앙에는 몸 하나에 얼굴 네 개가 사방으로 달린 힌두교 신이 자리하고 계시고, 사당 입구 쪽에는 사당에 바칠 물건을 빨간 플라스틱 접시에 올려놓고 다양한 가격대에 판매하고 있다. 가격대별로 크기가 다양한 꽃다발이랑, 코끼리나 말 모양을 한 작은 도기 인형 같은 것 4개, 그리고 초 한 개, 향 여러 개로 구성되어 있음. 그 옆에서는 또 무용단 같은 사람들이 영험한 노래와 연주, 춤을 곁들여서 돈을 내고 기도하는 사람들을 앞에 무릎 꿇려(?) 놓고 축복을(?) 해준다.

잘 부탁드립니다

요즘 특별히 기복신앙에 기대고 싶은 마음인 우리(라고 쓰고 내 남편이라고 읽)는 200바트(!)를 들여 접시 하나를 장만했는데, 열심히 기도하고 나서 저 도기 인형 같은 것들을 제단 위에 하나씩 올려놔야 하는데 ㅋㅋㅋㅋㅋ 이거 재활용하는 거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드는 찰나에 ㅋㅋㅋㅋ 앞선 사람이 열심히 기도를 마치자마자 ㅋㅋㅋ 직원 분이 나타나서 제단 위에 있던 도기 인형들을 커다란 양동이에 쓸어 담아갔다 ㅋㅋㅋㅋㅋㅋ 친환경 ㅋㅋㅋㅋㅋ 그래도 소원은 들어주겠지 ㅋㅋㅋㅋ

여하튼 정면 얼굴은 일의 성공과 뭘 준다고 하고, 건강, 재화 이런 식으로 4개 얼굴에 빌 수 있는 게 다 달랐는데, 남편은 한 바퀴 돌고 정면 얼굴이 마주 보이는 곳에 꽃다발을 바쳤다. 다른 태국 사람들만큼이나 너무 간절히 기도해서 덩달아 숙연해졌음.


#.
에라완 사당에서도 변함없이 땀에 절여졌으니, 이번엔 진짜로 다시 호텔로 돌아갔다.

이젠 꼼짝없이 짐을 싸서 체크아웃을 해야 할 시간 ㅠ 밤 9시 40분 비행기니까, 6시 40분까지 공항에 간다고 치고, 공항까지는 1시간 30분 정도 걸린다고 봤을 때, 토요일임을 감안해 살짝 넉넉하게 5시에 차를 타는 게 좋겠다는 계산을 하고, 그랩으로 5시 예약을 걸었다.

이제 짐을 호텔에 맡겨놓고 가뿐한 몸과 아쉬운 마음으로 마지막 행선지 ㅋㅋㅋㅋ 시암 파라곤으로 ㅋㅋㅋㅋ 향했다. 진짜 시암 파라곤 근처에 없었으면 대체 이 방콕여행을 어디서 어떻게 먹고 쉬며 지냈을꼬?

어떻게 읽는지 몰라서 검색해봤는데 대충 롯니욤이라고 쓰는듯
커리에 무슨 튀긴 뭐랑 면이 들은 음식이었는데
남편은 또 똠얌라면


그동안은 평일이라 몰랐던 거고, 토요일의 시암파라곤은 진짜 사람이 엄청 많고 북적이는 곳이었다. 식당들 대기는 또 어찌나 길게 늘어섰는지. 원래 가려고 맘먹었던 식당들은 엄두도 못 내고, 그렇게 꼭 다시 가보고 싶었던 애프터유도 대기줄이 늘어서 있어서 포기하고, 대기줄이 가장 짧은 롯니욤 ros’nyom에서 또 태국 음식을 여러 접시 시켰다.

쏨땀이 다시 한 번 먹고 싶었는데, 남편이 며칠 전 쏨땀 데르 옆 테이블에서 쏨땀에 쌀국수 사리 비벼 먹던 애들을 부러워했던 내 모습을 기억하고 쏨땀 & 누들이 같이 적혀있는 메뉴를 골라줬다. 그런데… 음식이 나왔는데 무슨 이상한 동네 개천에서 잡은 것 같은 민물 참게들이 들어있고… 진짜 세상에서 먹어 본 비린 맛 중에 가장 최강의 비린 맛을 자랑하는 이상한 쏨땀이 나와서…. 한 입 먹고 바로 포기함…ㅠ 쏨땀은 그냥 베이직한걸로…. 골라야게써….

그 외에도 돼지고기 튀김 같은 것도 시켰는데.. 솔직히 맛이 다 그냥 그랬다… 마지막 식사치고는 별로였던 선택… 쏨땀 데르 가고 싶다…

아난타라 시암 호텔 까페
엄청 달고 달디단 초코케이크


#.
5시 그랩을 타기 전까지 한 시간 정도는 호텔로 돌아와 카페에서 당 충전을 하면서 보냈다. (엄청 비싸)  그리고 시간 맞춰 그랩 탑승. 온 날은 500밧이 채 안 들었었는데, 갈 때는 600밧이 조금 넘게 들었다. 토요일이라 그런가, 예약을 해서 그런가 모르겠음. 여튼 그렇게 방콕 시내를 떠나 수완나품 공항으로 고고.

안뇽 방콕
현 국왕의 아버지 라마9세
대한항공 줄서기 눈치싸움은 5시 반부터 시작돼 있었다.

근데 너무 일찍 도착해서 5시 40분부터 공항에 눌러앉게 됐다… 비행기까지는 4시간 남았고, 탑승수속 시작 시간도 1시간이나 남았는데 뭐 하냐… 모바일 체크인을 하고 와도 셀프백드랍이 따로 없기 때문에 꼼짝없이 줄 서야 하는 신세였다. 어차피 할 일도 없고 굳이 뭐 미리 줄을 서냐 싶어서 한 시간 정도 동영상 보면서 쉬다가 느지막이 줄 서러 갔는데 정말 사람이 많았다.

이만큼씩 저쪽에도 또 다른쪽에도 계속 있음 사람이


근데 또 우리처럼 수속하자마자 바로 면세점 들어간 사람들은 없는지, 수속 끝나고 보안검색대 지나는 길은 엄청 널럴했다.

대한항공은 게이트 G 쪽이었는데, 미리 가 뭐 하냐 싶어서 식당가가 몰려있는 쪽으로 계속 구경을 하러 다녔다. 망고를 바로 눈앞에서 깎아주며 현혹하는 가게가 있어서 망고 한 컵을 사들고 우물우물 먹으면서 다녀보니, 태국음식점들도 있고, 망고스티키라이스 파는 집들도 엄청 많고, 맥도날드랑 버거킹도 있고, 뭐 오만가지 가게들이 다 비싼 가격에 ㅎㅎㅎ 음식을 팔고 있었다.

우리의 선택은, 또 한 번의 미쉐린 초이스, 바로 까페 팡차였음 ㅋㅋㅋㅋ

월드 클래스 타이 티 빙수가 미쉐린 초이스


아이콘시암에서 팡차를 봤을 때도 마하나컨 만큼 높은 저 월드 클래스 타이티 빙수 사진에 홀려서 먹네 마네 했었는데 다른 데 정신 팔리고 배불러서 깜빡했었거늘. 우리는 방콕에서 마지막 주린 배를 빙수로 채우기로 합의하고 ㅎㅎ 부가세까지 붙어서 무려 500밧이 넘는 저 비싼 월드클래스 빙수를 굳이 공항 면세점까지 와서 사 먹고야 말았다.

결과적으로 뭐 엄청 월드클래스 급으로 맛있진 않았음. 밀크티에 들어가는 보바 큰 거는 그래도 괜찮은데, 저 자잘한 구슬 같은 보바새끼들은 별로 맛도 없고 식감에 큰 즐거움을 더해주지도 않았음. 식빵 같은 게 네 조각 들어있는데, 타이티에 적셔진 식빵 식감도 뭔가 아쉬웠다. 우리나라 빙수에 찹쌀떡 들어가는걸 너네가 먹어봐야 되는데…

그래도 아래쪽으로 갈수록 진한 타이티 국물 듬뿍 떠 빙수 한 입씩 넣을 때마다, 아 타이티가 진짜 맛있는 음료긴 하네 싶을 정도로, 매력적인 맛이 있긴 했음. 물론… 그냥 차트라뮤에서 타이티 사 마시는 게 가성비는 훨씬 좋다고 보입니다.

어쨌든 아쉬움 안 남기고, 먹고 싶었던 걸 다 먹었으니 집에 가야징.

안녕 집으로


집에 가는 비행기에서는 기내식 먹을 때 잠깐 제외하면 거의 혼절해서 5분 같은 5시간을 보내고 일요일 새벽에 인천공항으로 도착했다.

꿈같았던 4박 6일의 방콕 여행기 끗.