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콕 대신 방콕 4박 6일 - 2일차 (2), 차이나타운, 꾸웨이짭, 아이콘시암 쑥시암, 깝카우 깝쁠라, 시암 세레네 마사지

2024. 11. 9. 12:22voyages en étranger/asie du sud ouest

이제 보니 둘째 날에는 짜오프라야 강을 세 번이나 건넜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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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궁 구경에 실패한 우리는 싸얌(시암을 그렇게 읽는다고) 박물관 근처에 위치한 MRT역인 Sanam Chai로 이동해 두 정거장을 지나 Wat Mangkon 역으로 갔다. 비용은 20밧 정도?

떨리는 마음으로 메뉴 열심히 보고 있었는데 매진 ㅎㅎ


목적지는 방콕 차이나타운 입구 근처에 있는, 정육맨 유튜브에서 또 다시 극찬한, 고기 가득한 에그누들 식당 바미 잡캉? Bamee Jabkang이었는데, 아쉽게도 또 기대하고 찾아간 메인 메뉴가 매진인 사태가 발생… 그때 도착한 시간이 4시인가 그랬는데 ㅎㅎ 아마도 오전부터 점심때까지 신나게 팔리는 모양이었다. 어묵 국수 비슷한 메뉴는 가능하다고 했는데 남편이 별로 땡겨하지 않아서 그냥 일어났다. 남편이 너무 슬퍼해서 보고 있던 직원 분이 웃었음 ㅎㅎㅎ

이제 찾아보니 바미는 인도네시아 국수 요리인데 원래 고기 국수란 뜻이고, 국물 아닌 볶음으로도 먹을 수 있는 음식이라는군. 맛있을 것 같은데 아쉽다.

차이나타운 인근 시장 골목
여기가 방콕이여 어디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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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작이는 시장 골목을 뚫고, 로컬 맛집 방문을 포기하지 않은 남편이 찾아간 차이나타운 두 번째 맛집은 꾸웨이짭 Kway Chap Nai Lek Uan 이었다. 여기서는 그래도 원하는 메뉴를 겥하는데 성공.

너도 나도 노상 테이블 앉아 정신 없이 흡입 중이다
후추 맛 가득한 돼지(부속)고기 국수

 
쌀국수 재질인데 수제비맹키로 납작하면서 돌돌 말려있는.. 파스타 느낌의 넙적 국수들하고, 껍질이 바삭하게 튀겨진 돼지고기, 순대국에 들어갔을 것 같은 각종 부속고기들이 들어있는 국수였다.

나는 이 때 한국에서 온 연락을 받느라고 사실 좀 정신이 없었는데, 튀겨진 돼지고기가 맛있었던 게 생각나고, 국물은 진짜 냉수 500ml 들이켤 수 있을 정도로 짜고 진했다. 후추를 씹어먹는 느낌이 들 정도로 진한 후추향도 느껴지고. 대체적으로 맛있긴 했는데, 양이 많지는 않아서 든든한 국밥 느낌까지는 아니었음. 가격은 100밧였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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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여행 기간 내내 밤마다 유튜브를 탐독하던 남편이 지나가다 알아본 한국인들 지정 맛집이 이 오징어 무침 노점이었는데, 마침 막 장사를 시작하면서 도로도 인도도 아닌 곳에서 주문 접수와 요리 준비, 대기 행렬이 뒤섞인 난장 속에서 얼떨결에 주문을 하는 데 성공했다.  

대체 어떻게 나오는 음식인가 했더니
한입거리로 조사서 양념에 버무려주는 차가운 음식이었음

 
가뜩이나 덥고 정신없는데, 주문서를 받아도 내 번호가 몇 번인지 알아볼 수도 없는 눈치싸움 현장에서, 우여곡절 끝에 100바트에 3종류 오징어를 무쳐준 음식을 받았다.

근데 너무 맛이없어.. 먹지 마세요… 이거 유튜브에서 왜 다들 먹는다고 그러는지 모르겠어… 오뎅처럼 쫄깃쫄깃한 맛도 아니고… 식감도 이상한데, 고추는 진짜 미친 듯이 매워서 혀가 찢어질 것 같은 맛이었음…. 이거 왜 먹어… 먹지 마… 줄도 서지마.. 쳐다보지도마… 그냥 지나가… 다 못 먹고 버렸어….

알고 보니 이 지역이 야오와랏로드라고 해서, 그전 날 시암파라곤에서 사 먹은 야오와랏 토스트 카놈빵 파는 곳이던데.. 차라리 거기서 빵이나 두둑이 싸 올 걸 그랬어…

내 마음의 안식처 스타벅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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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잡하고 덥고 정신없는 차이나타운에서 마주한 오징어무침의 공포에서 힘겹게 벗어나 눈 앞에 보이는 스타벅스로 잠시 피신했다. 스타벅스는 현금을 받지 않는다고 해서 스캔으로 결제했다. (왜지?) 
 
인터내셔널 비슷한 맛의 스벅 아아를 들이키며 물색한 다음 행선지는 아이콘 시암. 
 
스타벅스에서 나가 그대로 강쪽으로 직진하면 Ratchawong 선착장으로 갈 수 있었다. 거기서도 여전히 오렌지며 그린 플래그 배가 다니는 것으로 추정됐으나, 어디서 무슨 표를 사야 원하는 배를 탈 수 있는지 전혀 이해하지 못 한 우리는 자석처럼 이끌려 또 한 번 40밧짜리 짜오프라야 투어리스트 보트 표를 구매했다. 
 
아이콘 시암 선착장에서 내릴 땐 저녁 6시가 다 되어 가는 시간이었는데 아이콘 시암을 떠나려는 사람들의 줄이 길게 늘어서 있었다. 그 땐 몰랐는데, 나중에 보니 저녁에 다니는 배가 7시면 끊기기 때문이었음... 
 

아이콘시암 안의 길거리 쇼핑몰 쑥시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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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콘시암 쇼핑몰 안에 야시장을 그대로 옮겨놓은 쑥시암이 그렇게 매일매일 찾아가도 먹을 게 많고 새롭다는 평이 많아서 기대했는데, 왠만한 로컬 식당에서 먹을만한 음식을 다 모아다 팔고 있으니 아마 숙소에서 가까웠다면 꽤나 자주 들렀을 것 같기는 하다. 대신 우리는 랏차담리 인근 숙소에서 가까운 시암 파라곤의 푸드코트 구르메 잇츠를 애용했지.

한국에 싸들고 온 포키 바나나, 망고맛
귀여워서 찍었지만 안 샀음
수박씨발라먹어
비싼 코끼리님 입양


대신 여기는 식당만 있는게 아니라 공예품이나 각종 기념품 같은 물건들도 다양하게 팔고 있어서 보는 재미는 더 쏠쏠했다. 그리고 난데없이 쑥시암 한가운데 무슨 서울 푸드마켓 같은 것도 열려 있어서, 농심 라면가게하고, 우리가 한국에서 본 적 없는 가게들, 바프 땅콩 한 가득도 구경했다.

실내라서 덥지 않을 뿐 야시장과 똑같은 분위기
무뎅, 메이드 인 타일랜드 ㅎㅎ ㄱ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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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고맛, 바나나맛 포키도 사고, 왠만한 밥값보다 비싼 250밧짜리 코끼리 인형도 하나 들이고, 여기저기 둘러보면서 구경하다 보니 배가 고파져서 아이콘시암 5층에 있는 깝카우 깝쁠라 kub kao kub pla로 향했다. 여기는 구글 지도에 검색하면 최소 5군데 정도는 나왔던 것 같은, 오만군데 지점이 있는 식당 체인이었음.

메뉴판 탐독
짜런쌩씰롬을 추억하며
게살이 넘쳐 흐르는 푸팟퐁커리


아침에 짜런쌩 씰롬에서 못 먹은 족발 요리 비슷한 게 있길래 하나 시키고, 우리에게 익숙한 푸팟퐁커리도 하나 시켰다. 족발 요리 맛은 뭔가 장조림 같으면서도 태국의 느낌이 나는 익숙한 듯 아닌 맛인데 그냥 평범했고, 푸팟퐁커리는 내가 너무 아는 그 맛인데 한국에서 먹을 때보다는 게살이 푸짐하게 씹혀서 맛있었다. 꼭 찾아가서 먹을 맛은 아니지만, 그냥 적당히 태국 음식으로 무난하고 깔끔한 곳에서 한 끼 하고 싶을 때 선택하면 실패 없을 맛.

리치 물에 담근 맛


곁들여 먹을 흰 밥이랑 리치 음료까지 시켰으니 나름 많이 먹는거다 싶었는데, 다른 테이블 보니 훨씬 다양하게 여러 디쉬를 시켜서 나눠 먹는 것 같더라. 기본적으로 음식 양도 보통~보통 미만 수준이라서 두 사람이 서너 개 이상 먹는 게 일반적일 것 같음. 우리는 이렇게 먹고 1390밧이 조금 넘게 나왔다. 여기서는 스캔으로 결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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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을 먹고 나왔을 때는 8시였는데 배가 끊길줄은 몰랐어서, 아이콘 시암 옆구리에 위치한 Charoen Nakhon 역에서 BTS를 타고 골드 라인 종점으로 갔다가 사판 탁신 역으로 이동했다.

여기서부터는 힘들었는지 사진이 없는데, 상그릴라 호텔 가는 길목에 있는 Siam Serene 마사지를 찾아갔더니 밖에서 30분 기다리면 9시부터 받을 수 있다고 해서 길거리를 방황하느라 정신이 없었던 듯. 시암 세레네 마사지는 같은 길에 두 곳이 있었는데 똑같은 가게라고 했다.

무슨 이상한 허벌 볼 마사지까지 곁들여서 둘이서 1280바트인가를 냈는데 별로였다. 그리고 마사지샵이 너무 시내에 있어서 그런지, 가격에 비해서는 시설이 좁고 노후하고, 수건 같은 것들도 너무 해지고, 마사지도 힘아리가 없고, 여러 가지로 별로 만족스럽지는 않았다.

그랩을 151바트에 불러서 다시 아난타라 시암 호텔까지 옮겨가는 것으로 마무리.

한국에 없다는 싱하 리저브 스페셜 에디션


집에 와서 남편은 컨디션이 안 좋다며 누워버리고, 나는 전 날 편의점에서 쟁여 온 맥주를 까긴 깠으나, 혼자 먹어서 그런지 밍밍하니 배도 부르고 맛이 없어서 일찍 잤음. 기다려라 셋째 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