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알지도 못하면서

2009. 7. 18. 12:47my mbc/cinéma



#.
내 인생 처음으로 보는 홍상수 영화.

여자가 나이가 들 수록 홍상수 영화를 이해하기가 쉬워진다는 얘기를 얼핏 들었는데,
역시 그의 다른 영화들도 찾아보고 싶어졌다.


#.
이 영화의 가장 큰 매력은,
종잡을 수 없는 캐릭터에 딱딱 들어맞는 환상의 캐스팅!

1) 엄지원은 히스테릭하고 뭔가 자학하는 듯한 느낌.

2) 공형진은 어딘가 내재된 열등의식을 부정하고,
자신이 처한 현실이 이상적이라고 믿고 살고 싶어하는 듯한 느낌.

3) 나로서는 이해불가능한 4차원 캐릭터 정유미.

4) 유준상은 뭔가 집중력 장애가 있는 듯 산만하고,
열린 사람인 척 하지만 사실은 보수적인,
보수적이기라기보다도 위선적인.

5) 이제와서 생각해보니 아주 전형적인,
내 아내에게 헌신하면서도 자기 만족할 건 다 챙기는 코리안허즈밴드 문창길.

6) 그녀의 젊은 부인 고현정.
이건 뭐 씨니컬한 것도 아니고, 쿨하다고 해야하나, 왠지 통달한 것 같기도 하고.

7) 충신 하정우.

8) 주인공 구감독 김태우.
어른 같기도 하고 애 같기도 하고.


여덟 명이나 되는데 하나같이 다 좋아.


#.
버스, 정류장 때부터 김태우를 좋아했던 것 같다.

처음에는 나의 이상형에 가까우면서도 현실성이 있는 얼굴이라 좋아했는데,
그의 하는 듯 마는 듯 무관심한 느낌의 그런 연기에 빠져들어서,
이후로는 그가 나오는 건 뭐든지 다 좋아했다.

그래도 굳세어라 금순인가 배두나랑 나온 건 왠지 본 기억이 없다.
사실 생각해보니 다른 거 뭐 그닥 챙겨본 것 같지도 않구나.

그래도 괜히 좋은 그런 배우가 있어.


#.
제목 그대로를 읊는 그녀의 대사를 되새겨보니 드는 생각.

뭐랄까.

끊임없이 남에게 자기 얘기를 하면서도,
뭔가 상대방이 나를 잘 안다는 투로 나오면,
니가 뭘 알아 하고 발끈하게 되는 거.

알아달라는거야 말라는거야.

어디까지가 다가서도 되는 선이고,
내 스스로가 남을 허용할 수 있는 선인가.


#.
아 난 정말 하정우 샤릉훼.



이거 말고,
울먹이는 게 짱인데.


09.06.18
미로스페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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