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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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나는 너를 사랑하는가 - 알랭 드 보통
공유된 경험이라는 기초 위에서 친밀성은 자라날 기회를 얻는다. 그저 이따금씩 식사를 함께 하면서 생긴 우정은 결코 여행이나 대학에서 형성된 우정의 깊이를 따라갈 수 없다. 정글에서 사자에 놀란 사람들은, 사자에게 잡아먹히지만 않는다면, 그들이 본 것에 의해 단단히 결속 될 것이다. (...) 속사정을 모르는 사람들은 우리가 갑자기 깔깔대는 모습을 보고 괴상하게 여겼을 것이다. 그러나 이것이 라이트모티프의 핵심이다. 다른 사람들은 그 기초가 되는 장면을 보지 못했기 때문에 당사자들이 계속 참조하는 사건을 이해할 수가 없다는 것이다. 그러한 자기 참조적이고 자기 중심적인 행동이 옆줄에 선 사람들을 미치게 만드는 것도 놀랄 일은 아니다. 캐치아이의 바이블 '우리는 사랑일까'의 저자, 보통이 아닌 남자, 알랭 ..
2009.11.05 -
픽션; - 닉 혼비 外
그 순간 파프는 파프 가설이 거부할 수 없을 만치 진실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사랑은 두려움을 야기한다는 것. 누군가를 사랑하면 할수록 그를 잃을까봐 더 두려워진다는 것을. (...) 그때 파프는 '파프 가설'보다는 덜 우아하지만 똑같이 진실한 '파프 추론'을 발견했다. 사랑 없이 산다는 것은 수염에 너절한 것들을 달고 다니는 거라는 것을. 라스 파프, 겁나 소심한 아버지이자 남편 by 조지 손더스, 일러스트 by 줄리엣 보다 닉 혼비에 대한 나의 맹신으로 구입하고 바로 다 읽어버림. 11명의 작가와 11명의 일러스트레이터가, 뭔가 부조리극 같기도 한 알 수 없는 글들을 일러스트와 매칭한, 어른동화집 같은 그런 책. 물론 여기 모든 글을 다 좋아할 필요도, 다 좋아할 수도 없었다는 건 미리 고백. 09.08.
2009.08.09 -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먹었다 - 우디 앨런
재판을 받게 된 스텁스는 따로 변호사를 선임하는 대신 자신이 자기변호를 맡는 쪽을 선택했는데, 변호사 수임료를 놓고 갈등이 생겨 결국 자신에게 악감정을 품게 됐다. (...) 드디어 최종 선고가 내려지던 날, 나도 방청석에 앉아 결과를 지켜보았다. 스텁스는 나이키와 교수형 집행 텔레비전 독점 중계권 계약을 맺고 엄청난 돈을 챙겼으며, 마침내 사형 집행일이 당도하자 정면에 나이키 로고가 새겨진 검정 두건을 쓰고 교수대에 올랐다. 우디 앨런의 단편 소설집이라길래, 더 볼 것도 없이 바로 구매해버렸다. 이야기는 짧고, 가볍지만. 그 안에 담긴 상상력은 정말 엄청나고, 그가 비꼬고 있는 현실은 적나라하다. 이런 글을 쓸 수 있는 그가, 앞으로 계속 만들어 낼 영화들에 미리 감탄한다. 09.07.
2009.07.26 -
생물과 무생물 사이 - 후쿠오카 신이치
그 때 뉴욕에는 존재하지만 이곳에는 결여된 것이 뭔지 처음으로 깨달았다. 그것은 진동이었다. 거리를 구석구석 뒤덮는 에테르와 같은 진동. (...) 이 진동이야말로 뉴욕을 찾은 사람들을 한결같이 고양시키고 응원하며 어떤 경우에는 자기네 조국으로부터 자유롭게 하고, 그래서 고독을 사랑하는 사람으로 만드는 힘의 정체이다. 왜냐하면 이 진동의 음원은 여기에 모이는, 서로를 모르는 사람들의 어딘가 공통된 마음의 소리가 모인 곳이기 때문이다. 기욤뮈소의 sf러브스토리에 너무 익숙해지는 것 같아, 일부러 장르를 바꿔 도전한 과학에세이. 일본냄새가 나는 작가의 간결한 문체에 반하고, 그의 설명을 알아듣고 있는 내 스스로를 기특해하다. 09.06.
2009.07.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