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나이를 묻지 마세요.

2011. 4. 22. 17:22journal

스물일곱이라서 할 수 있는 것,
스물일곱아니면 할 수 없는 것.


그것들을 찾아나선 일 년이었다.


그리고 지난 한 해 동안 경험한 그것들은,
확실히 그 때 하지 않으면 얻을 수 없는 것들이었다.


다만 한 가지,

이상하게도 나는,

일곱까지는 내 맘대로 놀아도, 여덟부터는 내 맘대로 못 할거라는,
그런 난데없는 논리 속에 틀어박혀 있었는데.

아마도 나는 스물일곱 내 맘대로 보낸 시간들이,
스물여덟부터 시작 될 나의 빡센 삶 중간중간 옹달샘 같은 존재가 될 거라고 생각했던 것 같다.

그러나 인생은 오토매틱이 아닌 것을.

일곱 때 후랑스에서 가져 온 소중한 경험과 기억들을 어느 한 곳에 고스란히 담아둔 채,
여덟이 되면 나의 모국에 엉덩이를 붙이고 백년만년 얌전히 살게 될 거라는,
자동전자기기 같은 논리는 대체 어디서 튀어나왔던 건지 모르겠다.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는 말을 이제사 새삼 깨닫는다.


비록 내가 돌아온 이 놈의 나라가,
나이에 숫자 이상의 엄청난 의미를 부여하는 민족의 나라인지라,
나도 아주 생판 모르는 척 하고 살기는 힘들겠지만서도,


내 나이 몇 살에 어디에서 무엇을 하고 사는지가 중요한 게 아니라, 


지금 현재 나의 모습과, 이로 인해 다가올 내 미래의 모습에,
과연 내가 얼만큼 만족하고 사는지가 중요하다는 것이다.




내가 '그 나이'에 해야할 것들을 제대로 해내고 있다고 해서 만족하는 사람은 대체 누구인가.

그 사람이 내 나이 대신 먹고, 내 인생 대신 살아주는 것도 아닌데,
왜 내가 내 인생 내 나이 몇 살 몇 년 몇 해에 무엇을 못 하고 있으면 안되는걸까봐 전전긍긍해야하나.



내가 어디에 있든지, 무엇을 하든지,
그리고 그 때가 언제가 되든지,

그 때의 내가 해야 될 일, 갖추어야 할 모습, 이루었어야 하는 것들에 대한 기준은,
내 스스로 납득하고, 만족할 수 있는 선에서 만들어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니까,

나 이제 나이 많으니까,


내 나이를 묻지 마시라고요.

나 스물여덟이라고 :-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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