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기스 플랜 - 레베카 밀러

2017. 2. 27. 18:50my mbc/ciném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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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요새 트위터를 하도 많이 해서 개봉영화 정보도 트위터에 주로 의존하여 파악하는 편인데, 트위터 상의 매기스 플랜은 주로 그레타거윅의 연기력이 캐리하고 스토리가 받쳐주는 귀여운 영화 느낌? 


거기에 에단호크, 줄리안 무어 나온다고 하고, 예고편에 나오는 딸아이 장면도 너무 사랑스러워서 선택한 영화인데, 사실 나름 재밌긴 했지만 기대만큼 귀엽고 사랑스러운 영화는 아니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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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주인공 매기 캐릭터가 딱히 내 스타일이 아님. 살짝 어리버리 하면서도 귀여운 느낌은 있는데 딱히 엄청 매력적인 성격이 아니고 뭔가 좀 속 썩이는 친구 스타일...?


내가 기대한 캐릭터가 딱히 어떤 것이었다고 설명하긴 어렵지만, 그래도 뭔가 딱히 책임감 있지도 않으면서 좀 징징대는 느낌도 별로였고. 


그렇게 간절히 바라고 원하던 아이를 갖고, 사랑하며 키워나가는 엄마라는 설정은 알겠는데, 그 부분이 그렇다고 뭐 그렇게 와닿게 그려진 것도 아니었다. 


영화의 도입부에 아이와 함께하는 삶을 준비하는 그녀의 모습은 줏대있고 당차고 의지 강한 모습이었는데, 뒤로 갈 수록 그녀가 원하고 기대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아채기가 어려울 정도로 두리뭉술한 성격이 됐달까. 


대체 무엇 때문에 매기's 플랜이 그렇게까지 필요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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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라리 에단 호크가 연기한 존은 뭐 처음부터 좀 우유부단하고, 찌질한 느낌 그대로 쭉 이어졌기 때문에 오히려 더 이해가 가는 캐릭터였다. 


자기 얘기를 들어주고, 자기를 더 사랑해주는 여자를 만났다는 어떤 감정에 빠져 아무렇게나 허우적 대는 모습도 그렇고, 


그런 여자를 만났으면서 자기는 상대방을 다 알고 있다고 생각하고, 딱히 이해하려고 노력하지 않는 모습도 그렇고, 


그러다 문제가 생겼을 때는 본인이 기댈 수 있는, 더 오래 잘 알고 있고 익숙한 사람에게 냉큼 돌아가는 모습까지, 


아주 각종 찌질남 퍼레이드 제대로 연기해주셔서 잘 구경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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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이 산만한 와중에 가장 매력적인 캐릭터는 줄리안 무어가 연기한 조젯 이었음. 헤어스타일부터 그 (알고보니 덴마크 억양이라는) 영어 액센트까지, 이미 다른 캐릭터들을 압도하는 분위기 ㅋㅋㅋㅋ 


그 매기스 플랜이라는 것이 생각보다 그렇게 무릎을 탁 칠 정도가 아니었던 것이 아쉽지만, 플랜을 실행에 옮기기 시작한 이후로 그녀가 보여준 강단 있는 모습들 덕분에 그나마 영화 후반부에 재미가 이어질 수 있었다고 생각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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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고나니 엄청 혹평만 남은 것 같긴 한데, 내가 기대했던 아기자기하면서도 짜임새 있는 귀여운 스토리를 만나지 못 한 점이 아쉬워서 그랬고, 전반적으로는 소소하게 웃으며 볼 만한 영화였다. 


어떻게 생각하면 이 영화의 진수는 매기와 존의 결혼생활 시작부터 매기와 조젯의 플랜 실행 직전까지에 모두 담겨있다고 할 정도로, 결혼생활에 대한 시각차이를 제대로 보여줬다는 점에는 별 다섯 개 드립니다. 



FEB 2017

@신촌 메가박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