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8. 30. 23:18ㆍvoyages en étranger/asie du sud ouest
나트랑 여행 둘째날이 밝았다.
말 그대로 해가 너무 밝아서 냐짱 비치 바다가 반짝이는 너무 예쁜 아침이었다.
나트랑에서의 모닝 루틴(!)대로 호텔을 나서자마자 CCCP 커피에 들러서 달달하고 찌인-한 베트남의 카페라떼, 까페쓰어다Cà phê sữa đá를 골랐다. 역시 존맛.
커피를 마시며 향한 오늘의 첫번째 식사 장소는 오징어 어묵 쌀국수 가게인 하이카Hai Cà. 동행인이 유튜브로 찾은 집이었는데 처음엔 별 기대 안 하고 아무 생각 없이 들어갔다.
국수 그릇에 채소를 주는대로 양껏 넣고 한입 먹는데 면과 채소가 같이 씹히는 식감이 아삭하고 매우 좋았다. 오징어 어묵은 기름에 튀긴 것 같았는데 진짜 맛있었다. 진짜 어제 먹은 껌땀이나 촌촌킴은 비할 바가 아닌, 이것이야말로 여행지에 와서 먹는 현지의 맛이구나 싶은, 아주 나의 취향을 저격하는 맛이었음. 동행인은 생각보다 그냥 그랬다고 했지만, 나는 먹은 중 가장 특색 있으면서도 어린이 입맛 충족시켜주는 아주 퍼펙트한 메뉴였다고 생각한다.
한그릇을 진짜 열심히 먹고 나서 그냥 나오기가 아쉬워서 주인아저씨랑 테이블 치워주시던 직원 분한테 파파고 베트남어 번역한 화면 보여주면서 정말 맛있었다고 인사했는데 더운 날씨에 일하시면서 찌푸려져 있던 얼굴을 한껏 펴고 웃으며 좋아해주셔서 내 기분도 좋았다 캬캬 너무 맛있어 당연히 별 7개 같은 5개 드립니다. 💛💛💛💛💛
다음 코스인 대성당을 가기 전에 우리는 맛있는 반미를 요기거리로 사가기로 하고 구글에 한국인 리뷰가 넘쳐 흐르는 반미판으로 갔다. 아니나 다를까 메뉴판까지 한국어로 완비된 치밀함.
‘끈적 끈적한 밥’은 무슨 메뉴일디 궁금하던 차에 마침 포장해가는 베트남 분을 봤는데, 플라스틱 용기에 흰 밥을 넣고 고기 등 속재료를 올려주더라. 뭔가 회사 근처에 있으면 맨날 점심으로 사먹을 것 같은 메뉴였음.
우리는 어쨌든 ‘특별한’ 소고기 치즈 토스트를 시켰고, 그 소중한 아이를 대성당까지 굳이굳이 들고 가서 성당 앞 벤치에 앉아서 한 입 베어물었는데, 시간이 지나 바게트빵이 눅눅해졌는데도 ‘아 이것은 JMT로구나’ 하는 삘이 빡 오는 미친 맛이었다. 그러나 성당 앞에서 소풍 온 마냥 계속 먹기 불경해 보여서 밖으로 나와 마저 먹으려고 꺼내던 와중에 땅바닥에 떨궈서… 한입빵 됐음… 한입밖에 못 먹었다. 사진도 못 찍었음.. 결국 여행 마지막 날 다시 와서 반미빵 2개 사먹었다. 역시 별 다섯 개. 💛💛💛💛💛
빵까지 사먹고 나니 어느 새 공항에서 바꿔온 100달러를 스믈스믈 다 쓴 바람에 이번에는 200달러를 바꾸러 킴빈금은방을 찾아갔다. 100달러 2장을 내고 4,804,000VND를 받았다. 그 전날 공항에서 바꿨을 때보다 15만동 이상 많이 받았음. 다시 두둑해진 지갑 캬캬
환전까지 마치고 대성당을 향해 걸어가는 길은 진짜 더웠다. 그 때 마침 가게인지 가정집인지도 모를 곳 앞길에서 콩알만한 자리를 펴놓고 짜다, 아이스티 같은 걸 파는 분이 있어서 1만동 주고 사마셨는데 진짜 땡볕의 나트랑 길바닥에서 한줄기 빛 같은 맛이었다. 그 이후에 식당에서 사 마신 애들이랑은 비교가 안 됐다.
그런데… 사실… 여행 끝물에 이번 여행에서 가장 맛있었던 음식과 음료를 꼽을 때 내가 이 짜다를 얘기했더니 가만히 듣고 있던 동행인이… “니가 기겁할까봐 말 안 했는데…”라면서 “사실 그 음료차 옆에…” 하고 뭔가 굉장히 불결하고 비위생적일 것 같은 얘기를 하려고 하길래 입을 틀어막고 그냥 나 죽기전에 말해달라고 했다. 나트랑 최고의 짜다를 만난 여행의 기억을 내가 운 좋게(?) 발견하지 못 했던 더러운 어떤 것의 이야기로 변질시킬 수는 없었다… 뭐였을까… 알고싶지만 알고싶지 않아 평생 몰라야지…
짜다를 마시며 도착한 대성당은 매드맥스 오토바이들이 뱅글뱅글 도는 로터리 앞 큰 길 가에 있었는데, 입장을 위해서는 기부금? 같은 느낌으로 무슨 모금함 같은데 돈을 넣으라고 한다. 한 사람당 1만동, 짜다 한 잔 값을 내고 입장했음. 성당과 성당 부지가 그렇게 크고 넓은 편은 아니었지만 나트랑 시내 돌아다닐 때는 느낄 수 없었던 성스럽고 조용한 분위기가 좋았다.
그런 좋은 분위기에도 불구하고 진짜 미친듯이 덥고 뜨겁고 지치는 날씨인 건 어쩔 수 없어서 우리는 길 건너 3층짜리 까페 호앙툰으로 바로 옮겨갔는데, 여기에서 여행지에서의 ‘쉼’이란 걸 진짜 처음으로 만끽할 수 있었다. 3층 높이에서 대성당을 바라보면서 불어오는 바람을 맞으면서, 대형선풍기까지 끼고 앉은 이 여유로움…! 심지어 대성당에서 정각에 종도 쳤다. 그 순간이 너무 평온해서 동영상도 찍었는데, 나중에 동영상을 다시 열어보니 ㅋㅋㅋㅋ 종소리와 함께 쉬지 않고 들려오는 매드맥스 논스톱 오토바이 부대의 뛰뛰빵빵 소리 ㅋㅋㅋㅋㅋ 귀 찢어짐.
호앙툰에서 동행인은 망고스무디를, 나는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처음 시켰다. 아이스 아메리카노는 말하자면 카누를 다섯개 정도 풀어서 얼음 넣어준 정도의 스트롱-한 맛이었는데, 나름대로 매력은 있었지만 솔직히 1층에서 주문 & 계산하고 음료 기다리는 동안 따라준 저 물 한잔이 진짜 맛있었다. 두 잔 받아마시고도 3층에 앉아있는 동안 또 받아마심. 물 한 잔에 별 다섯개, 까페 위치에도 별 다섯 개 드립니다만, 음료 자체가 희깐하고 기깔나지는 않았으므로 별은 따로 안 드립니다.
우리는 다시 시내 중심가로 돌아가는 길에 위치한 쌀국수 집을 한 군데 더 들르기로 했다. 반미판에서 산 한입빵을 땅바닥에 엎어버리고 요기를 제대로 못 했기 때문에 배가 좀 고프기도 했다. 목표 지점은 동행인이 또 열심히 찾아둔 나트랑 대표 쌀국수 가게 중 하나인 포홍Phở hỗng.
돌솥에 샤브샤브처럼 생고기를 넣어 먹는 메뉴도 있었지만 우리는 무난한 선택을 했다. 여기는 한그릇 사이즈 스몰 미디엄 등으로 나누어져 있어서 작은 그릇으로 두 개 시켰음. 가격이 기억이 잘 안 나는데 대충 5만동 정도 였던 것 같다.
후루룩 후루룩 부드럽게 넘어가는 쌀국수면은 한국의 베트남 쌀국수집에서 먹던 거랑은 조금 달랐다. 뭔가 흐물흐물? 부들부들? 면이 좀 더 넙적한데 부드러웠음. 무난하니 맛있게 먹었지만 아주 인상 깊은 맛은 아니었으므로 별 3개 드립니다. 💛💛💛
뜨거운 햇살 속에서 먹고 걷고 마시면서 보낸 둘째날 반나절이 흘러가고 있었다.
나트랑 2일차 반나절 지출: 361,000VND
- CCCP 스어다커피 30,000
- 하이카 어묵국수💛 100,000
- 반미판 한입빵💛 40,000
- 길거리 짜다 10,000
- 대성당 입장료 20,000
- 호앙툰 커피 61,000
- 포홍 (아마도) 10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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