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도 오키나와 3박 4일 - 3일차, 국제거리 주차, 마제멘 마호로바, 평화시장 구경, 단보라멘

2023. 11. 3. 18:13voyages en étranger/japon

2일차까지도 한국 집에 계신 고양이님의 병환이 낫지 않아 마음을 졸이다가 결국 3일차를 마지막으로 일찍 귀국하기로 결정한 불쌍한 집사 부부는, 원래 귀국 하루 전날 렌트카 반납 후 나하 시내에서 먹고 마시며 즐기려던 계획을 반쯤 포기하고 렌트카를 타고 나하 시내로 내달렸다. 

 

국제거리를 포기할 수 없었던 이유는 바로 마제멘 마호로바 때문!

2017년 국제거리 골목 구석에 위치했던 마제멘 마호로바의 작은 입구

 

마주보는 테이블 없이 쟁반 하나면 가득차는 다찌석으로만 둘러친 작은 공간에서 처음 맛본 마제소바!

 

옛날에 어무이 모시고 갔다가 우연히 발견한 마호로바는 내가 마제소바에 눈을 뜨게 된 계기가 되었고, 그 뒤로 서울에서 멘야하나비 문지방이 닳도록 넘나들면서 늘 그리워했던 집이다. 

 

멘야하나비를 나 못지 않게 사랑하는 남편, 매번 각기 다른 배달음식점에서 마제소바를 시켜보지만 매번 만족할 수 없는 맛에 슬퍼하는 남편을 위해서, 짧아진 일정에도 불구하고 꼭 이 마호로바에는 다시 방문하고 싶었다. 

 

일단 국제거리(=나하 시내)에 차를 가지고 들어간 것은 처음이라 긴장했는데 다행히 길이 그렇게까지 복잡하거나 어렵진 않았다.

 

구글 맵에서 마호로바 가게랑 가장 가까운 주차장을 검색했더니 Mary Rittai Parking Lot (구글 맵) 이란 곳이 나름 큰 주차 타워 건물처럼 되어 있길래 그 곳으로 갔다. 24시간 운영이고 비용이 기억은 안 나지만 그렇게 비싸지 않았음. 그리고 돈 지불해야 바닥에 걸리적 거리는거 치우는 그런 시스템 있는 곳도 있지만, 여기는 그냥 일반적인 출차 시 결제 하는 구조여서 마음의 부담이 적었음. 

 

물론 네비 찍고 가는 길에 다른 많은 주차장들이 발견됐으므로, 사실상 국제거리 주차는 어려울 게 없다고 봐야것다. 

 

골목 뒷구석이 아닌 큰 길에 버젓이 레트로 경양식당 느낌의 외관을 갖춘 마호로바

 

마호로바 가게 주소를 찍었을 때부터 뭔가 옛날 그 자리가 아닌 것 같다는 기억이었는데, 주차를 하고 찾아간 가게는 정말 휘황찬란 삐까뻔쩍 해진 모습이었다. 2017년 방문했던 이후로 돈을 많이 벌었나봄 ㅎㅎㅎ

가게 내부부터 분위기 완전 다름.. 그 와중에 그릇이 너무 예쁨.

 

말해모해 느므 맛있는 마제소바

 

주문은 태블릿으로 하면 되고, 일반 마제소바랑 치즈 얹은 버전, 그리고 매운맛이 있었던가. 일반 하나 치즈 하나에 콜라 추가해서 총 2,050엔을 냈다. (멘야하나비에서 소바 한 그릇이 1만원 넘는데 흙..) 진짜 너무 반갑고(?) 맛있었다. 

 

마호로바에서 좀만 잘 걸어내려오면 국제거리에 도달하는데, 바로 돈키호테 국제시장점과 가까웠다. 

 

돈키호테에서 화장실도 쓰고 ㅎㅎ 잡다구리 구경 좀 하다가, 시장 거리 걸어다니면서 주전부리도 좀 사먹고, 시장 거리 밖으로 나와서 그냥 구석구석 남의 동네 생김새 구경도 좀 하고 다녔다.

국제거리 시장

 

화장실 가려고 들어갔던 돈키호테에서 폼폼푸린 영접하고 바로 모셔옴
남편이 궁금하다고 사먹은 '구운 지이마미 두부' 땅콩 두부 푸딩 느낌인데 무슨 맛으로 먹는지 왜 인기인지 이해를 못 함. 사장님은 매우 친절!
가보고 싶었는데 에어컨 자리가 없어서 남편을 위해 포기했던 the coffee stand
마키시 시장 근처 커피나 작은 식당들이 모여있던 골목
그냥 나의 취향인 것들

 

근데 뭔가 걷다보니 너무 덥고 힘들었다. 정말 우리나라 제일 더운 여름날 무더위 속에서 걸어다니는 기분이었는데, 내가 기억하는 오키나와는 항상 선선한 여름과 초가을 날씨 사이였어서 너무 의아했다. 생각해보니 그 땐 항상 12월, 1월이었고... 이번엔 10월 초였기 때문에 날씨 차이가 진짜 어마무시했던 것... 

 

골목 구경을 좋아하는 우리들은 날씨에 지쳐 금방 풀죽어 주차장으로 돌아갈 수 밖에 없었음 ㅠ 

 

자탄 초로 다시 올라와 미야기 해안 잠시 구경했음
단보라멘 차탄 스나베점

 

그리고 저녁으로는 요미탄손 돌아가는 길에 자탄초를 들러서 무슨 하와이 어쩌구 이름 들어간 특이한 식당을 찾아가보려고 했는데, 막상 가보니 문을 닫아서 오키나와에 4개 지점인가 밖에 없다는 단보라멘을 찾아갔다. 

 

사실 마제멘 마호로바 가게 바로 맞은 편이 나머지 4개 중 하나인 단보라멘 나하지점이었는데 점심시간이 조금 지났을 때였는데도 사람들이 줄을 서 있었다. 그걸 보고 있을 때만 해도 내가 이 날 저녁에 굳이 다른 동네에서 단보라멘을 먹게될 줄은 몰랐음. 

 

스나베점은 오키나와에서 이십년인지 삼십년을 군복무하다가 지금은 은퇴했다는 미쿡 어르신 직원분이 손님들한테 계속 말을 거는 반면, 말없이 묵묵하게 일만 하는 일본인 직원 분도 계신 믹스 앤 매치 스러운 가게였음 ㅎㅎㅎ 

 

면의 굵기, 국물의 걸쭉한 정도, 맵기 등등 다양한 옵션을 손님이 선택한대로 맞춰주는데 나는 얇은 면에 나머지는 다 보통으로 선택했고, 라멘은 정말로 맛있었다. 뭔가 한국인에게 너무 잘 맞는 얼크으은하고 걸쭈우욱한 맛. 해장을 할 것도 아닌데 속이 풀리는 그런 맛이었고, 남편은 결국 밥까지 말아먹음. 

 

본의 아니게 마지막이 된 3일째 밤은 편의점 만찬과 함께 축구 경기 봄

 

끝으로 편의점 또 살짝 털고 돌아와서 맥주 마시면서 축구 경기 봤다. 

 

로밍 데이터 3기가는 얼마나 쓸 수 있는건지 항상 궁금했는데, 2일 내내 쓰고도 절반을 다 못 썼던 상태에서 축구경기 80분 정도 보니까 3기가가 다 날아가더라. 

 

 

짧고 굵은 여행 일정은 이렇게 끝났고.... 슬프게 돌아오는 귀국행 비행기 타는 마지막 포스팅은 쓸지 말지 고민이구먼...

 

 

오키나와... 두고보자... 다시 가서 더 재밌게 놀아주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