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도 오키나와 3박 4일 - 2일차, 멘야하치렌, 닛코알리빌라 수영, 하마노야 생선구이, 오리온 natura 캔맥주

2023. 10. 19. 15:31voyages en étranger/japon

오키나와에서 둘째날. 
 
밤에는 그렇게 비가 내리더니 언제 그랬냐는 듯이 오전에 하늘이 싹 개었다. 어제 비행과 첫 운전에 피곤했는지 딱히 일찍 일어나지는 못했던 우리는 일단 호텔에서 멀지 않은 곳에 위치한 라멘 맛집을 찾아가 식사를 하고, 돌아와서 호텔 수영장에서 놀기로 했다. 
 
사실 나는 이번 여행을 떠나기 전 구글 지도에 맛집과 구경할 곳 목록을 한 60개 정도는 찾아놨었는데, 이 날의 점심과 저녁 장소는 모두 남편의 선택으로 정해졌다. (난 괜찮아…!)

우선 남편이 아점용 식당으로 고른 멘야하치렌은 구글 평점 4.5점의 로컬맛집인데도 내가 미처 못 보고 저장 안 해놨던 새로운 곳이었다. 닛코 알리빌라에서 차로 15~20분 정도만 이동하면 윤타시장이라는 요미탄손의 농산물 직판장(JA Yomitan Farmers Market Yunta Ichiba)의 바로 맞은 편 건물 3층에 위치하고 있다. 건물 앞 주차장도 그냥 넓게 공터처럼 펼쳐져 있다.

오른쪽 기둥 뒤에 보이는 분이 제면 중
쯔께멘과 된장 라멘



언뜻 남의 사무실 건물 같으면서, 빈 건물 같으면서, 들어가면 안 될 건물 같아 보이는데, 쫄지말고 아무 출입문으로 들어가서 3층으로 올라갈 수 있을 것 같은 곳을 찾다보면 멘야하치렌 안내판 같은 게 눈에 띈다.

그렇게 3층으로 따라 올라가 찾은 멘야하치렌은 정말 내가 이 동네 주민이면 평일에 일하다가 점심 때 스윽 들러서 한 그릇 하고 나올 것 같은 회사 근처 라면집 분위기였다. 만두를 월 1천엔가에 구독형으로 라면 시킬 때마다 받을 수 있는 그런 서비스도 있었음 ㅋㅋㅋ 이 곳은 츠케멘 맛집이라고 해서 하나 시키고, 된장라멘을 하나 시켰는데 눈이 확 뜨이는 초대박 맛집은 아니지만 나름 맛있었다. 심지어 나름 오픈키친(?)인데 옆에서는 제면도 직접 하고 있었음. 

가을 흐린 하늘 아래 수영장
맑은 날에는 나름 귀여운(?) 운치가 있는 유명한 바위인데 그저 흐리다
날이 흐리다 흐려 파도가 친다 쳐


아점을 든든히 먹고 돌아와서 우리 사랑하는 호텔 닛코 알리빌라에서 물놀이를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아침 해 뜰 때부터 갔어야 했는데 2시 넘어서 시작했더니, 4시 넘어가면서부터는 날이 좀 흐리고 바람이 불어서 시원하긴 한데 기운이 좀 빠졌다. 그래도 나름 수영장 뒷길을 따라 호텔 앞바다도 진출했는데, 날씨가 더 맑았다면 정말 너무너무 너무너무 너무너무 좋을 뻔 했다. 스노클링 세트 끼고 들어가봤는데 전날 밤 비바람 & 파도 영향으로 별로 맑지가 않았음 ㅠㅠ

그래도 선베드에 누워서 쉬는 사람들이나 모래사장에 앉아서 노는 가족들이 많아서 덩달아 휴양 분위기는 만끽.

우린 앞바다 보다는 수영장 스타일이었다.

결국 바다놀이 포기하고 수영장으로 돌아가서 놀았다. 닛코 알리빌라 수영장 크기는 진짜 신기한게, 위에서 보면 커보이고 막상 가까이 가면 작아보이는데 들어가보면 넓었다 ㅋㅋㅋ 바닷물에서 노는 거보다 편안하고 재밌었음.

그렇게 한 두어시간 놀다가 다시 방에서 옷을 갈아입고 나와 슬슬 호텔 산책로를 따라 걸어서 차를 타고 또 남편이 찾아둔 생선구이 맛집 하마노야를 찾아갔다. 버터갈릭으로 튀기듯이 굽는 생선이 별미라는 곳.

생선 이름을 찾아보고 고르는 재미…는 없고 품절되지 않고 남아있는 아이를 겨우 시켰다.


 도착했을 땐 7시가 거의 다 되어가는 때라 어둑어둑해지고 있었는데, 하마노야 주차장은 넓은 가게 사이즈에 비해 협소한 편이어서 한 12대? 15대 조금 안 되는 차량이 주차 중이라 만석이었다. 그래서 바로 맞은 편에 있는 큰 공용주차장 (Onnason Bunkajoho Center Parking lot)을 이용했는데.....(계속)
 
일단 대기를 좀 타다가 그 날 잡은 생선구이 중에서 품절되지 않은 2번 아이를 받아 먹고, 초밥도 한 접시 시키고, 문어튀김도 하나 시켰다. 가격은 총 6,500엔. 생선구이는 딱 생각한만큼의 맛이기는 했다. 초밥은 기대보다 맛있었고, 같이 나온 족발 같은 것도 맛있었다. 그리고 문어구이는 뭔가 내 인생에서 처음 느낀 맛이었어.. 근데 그냥 뭐랄까 꼭 가봐야되는 집은 아닌 것 같은데, 신기하게도 사람이 진짜 오지게 많았다. 가성비 맛집 느낌?
 

음식 사진을 너무 대충 찍었는데 맛있는 한 상 차림이었다.


사실 문제는 아까 그 주차장!!!! 알고보니까 공짜고 무인인데 저녁 7시까지만 운영한다고 써있었던걸 못 보고 그냥 막 문닫기 직전에 쳐들어간 거!!! 밥 먹고 나오니까 아주 자물쇠를 굳건히 걸어놔서 아무리 뱅글뱅글 돌아도 나갈 수 있는 곳이 없었다!!!!!! 하 이거를 그러면 차를 두고 택시를 불러서 집에 갔다가 내일 다시 여길 와서 차를 가지고 돌아가야되나...
 
별의 별 생각이 다 드는데 그 와중에 인도를 밟고 빠져나갈 수 있는 구멍을 막아둔 가림막과 가림돌이 고정되어 있지 않은 것을 발견!!!! 일단 진짜 범죄자들처럼 깜깜하고 조명도 없는 주차장 공터에서 휴대폰 플래시를 켜고 가림막 가림돌을 끙끙 옮기고 차를 어떻게 올렸는데, 그 앞에 누가 인도를 밟고 카니발만한 차 하나를 주차 해둔 거... 그래서 또 그 옆으로 내려가네 마네 차가 긁히네 안 긁히네 각을 재면서 땀 뻘뻘 빼다가, 결국 큰 차 아저씨가 와서 자기 차 먼저 나갈테니까 조심해서 나오라(고 말하는 것 같았다) 해서 겨우 나왔다. 오키나와 여행 통틀어 가장 긴박한 순간이었음. 

밥 먹고 나오니 8시가 넘어 완전 어둠이었고, 가게 앞 평온히 주차된 차들 중에 내 차는 없었다…
문제의 주차장을 빠져나오는데 급급해서 사진도 못 찍었는데 구글맵으로 보면 19:00 이후에 문 닫는다고 크게도 써놨다.
범죄자처럼 빠져나왔던 그 길…ㅠㅠ


하마노야 주차장에 댈 수 없다면 저녁 7시를 앞둔 시간에는 차라리 불법주차를 하시기 바랍니다.... (그냥 가지마요...) 
 
놀란 범죄자 가슴 쓸어내리면서 집으로 돌아와서는 호텔에 있는 편의점 같은 가게에서 맥주를 하나 사서 올라왔는데. 오리온 맥주의 natura 브랜드가 아마도 과일을 직접 짜?거나 어떻게 해서 만든것 같은데 진짜 맛있었다. 하루의 피로가 사라지는 달달한 술 맛. 

요로코롬 오리온 종류가 다양한데
나의 선택은 청귤, 시콰사. 하루를 즐겁게 마무리하는 상큼한 맛.

 
사실 이틀차 일정은 뭔가 먹은 것도, 논 것도, 돌아다닌 것도 부실한 느낌인데...
 
그도 그럴 것이 사실 여행 전날부터 고양이님 한 마리께서 좀 편찮으셨는데... 여차저차해서 불안한 마음 안고 여행을 시작하긴 했지만 계속해서 딱히 차도가 없는 분위기였고...

둘째날 하마노야에 도착해서 그 암담한 주차장에 주차하고 있을 때는 고양이 봐주러 간 가족들이 악마로 둔갑한 우리 아픈 고양이 영상을 막 보여주고 그래서... 귀국 일정을 앞당겨야 할지도 모르겠다는 얘기를 하면서 남편은 꿈과 희망과 의욕을 모두 잃고 우울해지고... 나도 가족들 남편 고양이 모두에게 미안하고 어쩔줄 모르겠는 마음이 되면서... 사실 둘째날에는 뭔가 이 여행의 불투명해진 미래를 그리느라 멘탈이 너무 나가 있었다.... 
 
그래서 원래 5박 6일짜리 여행기로 올라와야 할 이번 오키나와 포스팅이 3박 4일짜리가 된 것....ㅠ 눈물.... 다시 생각해도 슬프다... (그래도 고양이는 이제 안 아픔.....)
 
 
3일째에는 아예 집에 일찍 돌아갈 작정을 하고, 마지막 남은 하루라도 뽀사지게 놀자는 분위기였으므로… 좀 더 신나게 포스팅을 적어봐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