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2. 2. 11:40ㆍmy mbc/ciném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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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은 노아 바움백의 ‘뉴욕 옛날 육아, 금쪽 같은 내새끼’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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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뉴스룸으로 유명한 배우 제프 다니엘스와 로라 리니가 이혼 부부로, 그리고 어린이 제시 아이젠버그가 큰 아들로 출연해 처음 보는 영화 속 아는 배우들의 20년 전 모습이 매우 반가웠다.
그러나 곧, 도대체 1986년의 뉴욕 브루클린의 젊은 부부들은 어떤 세상을 살았길래 영화에 나오는 아이들은 전부 어딘가 결핍된 채 시니컬한 태도가 깔려있는지 싶은 장면들이 이어짐. 주인공 뿐 아니라 나오는 주변 인물들도 다 뭔가 달관한 듯한 태도로 이 영화의 분위기를 알듯 말듯 하게 이끌어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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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종일관 불안정하고 시니컬한데 염치도 없는 아빠, 상대적으로 현명해보이지만 역시 관계에서 안정적이지 않은 엄마. 영화는 초반부터 이들 두 사람의 이혼 결정으로 시작하고, 두 아들 월트(고딩 쯤 됐나)와 프랭크(초딩 고학년쯤인가)는 엄청난 방황과 반항, 혼돈의 시기을 겪는다.
특히 아빠는 자신의 의견을 정답처럼 가르치는 타입. 아이가 직접 경험해볼 수 있는 기회를 열어주지 않는다.
아이들에게 자신의 감정을 있는대로 드러내고 표현하는데 거리낌이 없으며, 아이들의 말과 생각을 듣기보다는 본인의 얘기만을 이어가는 타입. 그 외에도 이 아빠의 무개념 행동들이 너무 많아서 일일이 열거하기도 어렵다.
내가 니 아빠고 보호자니까 내가 필요할 때 너넨 내 옆에 있어야 해 가 끝이고, 아이들을 위해 해주는게 하나도 없음.
월터가 막판에 엄마 집에 있고 싶은 동생을 지켜주려고 아빠한테 제가 따라갈게여 하는 장면은 흡사 케이장녀와도 같은데, 자신도 아빠 캐릭터를 견디기 쉽지 않다는 사실은 못 본 척 하고, 이 관계를 흔든건 엄마 탓이라는 아빠의 말을 믿어버리고, 아빠와 유사한 언행을 하며 아빠에게 가까이 가고 싶고, 또 아빠의 인정을 받고 싶어하면서도 어느 순간에는 동생을 위해서 싫어도 아빠와 함께하는 쪽을 선택하는 희생 같은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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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는 마지막에 월터가 엄마와의 추억이 있는 자연사박물관의 오징어와 고래를 보러 가는 장면을 통해서 둘의 화해를 암시한다.
알고보면 내 곁에 있었던 사람, 책 내용을 직접 읽어보고 판단하라고 가르치는 사람, 자신의 단점을 인정하고 사과하는 사람 등등의 아빠 대비 괜찮은 parenting이 가능한 사람으로 포지셔닝 하면서.
하지만 이 엄마도 자신의 책 출판과 새로운 연애관계, 남편에게 받은 상처 등을 다 끌어안고 살아나가는 중이라서 사실 아이들이 엄청난 방황 싸인을 보내는데도 딱히 알아채는게 없다.
특히 대놓고 자기를 싫어하는 큰 아들만 눈에 밟히고, 자기 편으로 보이는 작은 아들은 너무 당연해서 세심하게 돌봐주지 않음. 아빠가 애를 데리러 오지도 않았는데 새 애인이랑 여행 가는 일정 때문에 애를 집에 혼자 두고 먼저 가버린다고? 거기서 충격.
게다가 막판에는 부부간의 감정이 앞서는 바람에 애 둘을 앞에 놓고 애들한테 상처가 될 사실들을 읊어대기도 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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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성장기를 겪은 아이들이 상처를 딛고 일어나, 사회적으로 문제가 없는 상호 커뮤니케이션이 가능한 상태의 성인이 되는 것은 얼마나 고단한 과정일까.
사실 또 까놓고 보면 사정 없는 집은 없기 때문에, 결국 우리 사회는 서로 다른 종류의 금쪽이들, 어딘가 하나씩 부족한 사람들이 모여서 이루고 있다는 생각도 든다.
안 그래도 최근에 남편이랑 오은영 박사의 금쪽 같은 내새끼를 즐겨 보는데, 같이 머리를 맞대고 고민해봐도 저 수많은 문제 상황들에서 우리라고 뭐 그렇게 좋은 선택지를 고르는 부모가 될 수 있을지 자신이 없던 차였다.
나 하나 건사하는 멀쩡한 어른이 된다는 것만으로도 어려운데, 좋은 부모, 올바른 부모까지 되어야 한다니 얼마나 쉽지 않은 길인가. 우리 모두 처음 겪는 일이니.
우리 모두 다 개인으로 사는 인간인지라 나라는 사람의 인생이 중요한 것도 맞지만, 아이들이 스스로 선택해 세상에 나온 것이 아니라 부모가 그들을 세상에 만들어냈다면, 나의 이기적인 것을 뒤로 하고 아이들을 우선해 행동하는 것이 예의이고 책임이고 상식이어야 하는데. 세상에 얼마나 많은 덜 성숙한 어른들이 자신의 감정과 상황을 앞세워 자녀들을 방치하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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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아 바움백 감독의 또 다른 영화 ‘결혼 이야기’도 참 인상적이었는데, 어떻게 이렇게 이혼하는 부부의 모습을 날카로우면서도 잔잔하게, 그런데 또 생생하게 그려낼 수 있는지 대단하다. 언뜻 줏어듣기로 그도 어릴 때 부모의 이혼을 겪었다는 듯? 그렇다고 이런 창작물을 만들어 낼 수 있다니 역시 능력있는 창작자는 대단해.
또 하나같이 어느 정도는 지적 허영에 차있으면서 자존심은 있는데 자존감은 낮아서 부인에게 열등감 느끼는 하남자들도 왜 그렇게 잘 만들어내는지. 본인의 경험에서, 본인을 반추해서 만드는 거라면 그 또한 다시 한 번 대단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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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시간 반 가량의 짧은 러닝타임으로 세상 불편한 남의 가족 이야기를 보면서 내 삶을 반추해보기 좋았던, 가벼운데 무거운 그런 영화.
25.1
@넷플릭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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