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mbc(2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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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든 슬럼버 - 이사카 코타로
인간의 최대 무기는, 습관과 신뢰라고 했던 모리타의 말을 떠올린다. 야, 모리타, 그게 아니라 인간의 최대 무기는, 오히려 웃을 수 있다는 것 아닐까? 요새 읽는 책들이 하나같이 기대 이상으로 재밌어주시는 바람에, 지옥의 출근길을 그나마 버티고 산다. 골든슬럼버도 마찬가지. 범세계적으로 먹힐 만한 주제, 미미한 개인과 거대사회권력의 대치를 다루면서도, 그 안에 일본 특유의 감성이 느껴지는 부분들, 특히 주인공 아오야기와 그와 연루된 모든 사람들의 관계와 같은 것들을 녹여낸다는 것이 이 책의 매력. 요 근래 문제상황에 빠진 주인공의 고군분투 스토리를 자꾸 접하게 되는데, 난리통 속에서도 자신만의 센스와 기지를 잃지 않는 주인공의 모습에 자꾸 빠져들게 된다. 영화로 이미 나와있다는데 내가 좋아하는 타케우치 ..
2011.09.06 -
빅픽처 - 더글라스 케네디
와인 한 잔을 더 마시고, 인화한 사진을 다시 꼼꼼하게 살폈다. 그밖에 다른 사진들에는 이전에 내가 품었던 자의식만 보일 뿐이었다. 그나마 다섯 장을 건질 수 있었던 건 내가 피사체에 사진가의 시각을 인위적으로 들이대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사진을 찍는 사람이 피사체의 얼굴에 집중하고, 그 피사체가 프레임을 결정하게 내버려두면, 모든게 제대로 굴러간다는 걸 새삼 깨달았다. 와우. 정말 괜찮은 책이다. 팩트만 보면 피 튀기는 장르인데, 자세히 들여다보면 결국은 우리네 인생사. 사진가의 꿈을 간직한 채 뉴욕 월스트릿의 성공한 변호사의 삶을 살던, 어찌보면 평범한 주인공이, 어쩌다 몬태나주 시골에서 발굴된 천재 사진가로서의 제 2의 인생을 살게 되었는가- 에 대한 이야기. 이야기는 주인공 일인칭시점으로 풀어나가..
2011.09.02 -
숨쉬러 나가다 - 조지 오웰
또 하나 고백할 것은, 열여섯 살 이후로 내가 다시는 낚시를 해보지 못했다는 점이다. 도대체 왜? 사는 게 그런 까닭이다. 우리네 인생에서(인간의 삶 일반이 아니라 바로 이 시대 이 나라에서의 삶이 그렇다는 것이다) 우리는 자신이 하고 싶은 것을 하며 살지 못한다. (...) 그 일을 하기 위해 실제로 보낸 시간이 당신 인생에서 차지하는 몫을 계산해보라. 그러고 나서, 면도하고, 버스로 여기저기 다니고, 기차 환승역에서 기다리고, 지저분한 이야기를 주고받고, 신문 읽느라 보낸 시간을 계산해보라. 동물농장을 읽은 지가 십여년은 된 것 같다. 1984는 기억도 잘 나지 않는다. 그러나 이번에 만난 조지 오웰은 쉽게 잊혀지지 않을 것 같다. '숨쉬러 나가다'는 1939년 2차대전 발발 직전에 발간 된 소설로,..
2011.08.30 -
songs: snoop dogg - batman & robin
드디어 밀려 있던 나의 on the go 리스트 방출을 시작한다. 블로그 회생 기념 오늘의 선곡은, 스눕독의 왠지 얌전한 래핑과, 레이디옵뤠이지의 깔짝깔짝한 목소리, 거기에 더해지는 콩짝콩짝하는 리듬이 어깨춤을 불러오는, batman & robin (feat. lady of rage, rbx) 2002년 paid tha cost to be da boss 앨범 수록곡. 왠지 배트맨과 로빈이 애니메이숑으로 있다면, ost 쯤으로 들어갔을 법한 귀여운 느낌. 맨 마지막에 난난난난난난난나 하고 배트맨 만화주제곡 나온다. 후크가 완전 귀여움. no one can save the day like batman robin, will make you sway like that and beat for beat, rhyme..
2011.08.23 -
저승에서 살아남기 - 아르토 파실린나
그런 다음 흰머리 노인이 앞으로 나섰다. 아돌프 이바르 아르비드손(Adolf Ivar Arwidsson, 1791~1858, 핀란드의 역사가이자 시인)이었다. 아르비드손이 멀리까지 들리는 큰 목소리로 말했다. 우리는 스웨덴 사람이나 러시아 사람이 되지 않고 핀란드인으로 남았습니다. 하지만 이제 우리는 영국인이나 미국인이 되려는 것 같습니다! 등장인물이 등장하자마자 죽는다. 두둥실 떠오른 그의 영혼은 자유로이 공간을 넘나들면서 현세를 떠돌고, 그와 같은 처지의 다른 영혼들, 네안데르탈인이나 수백년 전의 교황, 심지어 예수님도 만나 대화를 나눈다. 사회에 현존하는 온갖 정치사회경제적 문제들에 직면해 고민하기도 하고, 지구 반대편에 사는 한 할머니의 외로운 삶을 지켜보다 도와주기도 한다. 사후세계에 대처하는 ..
2011.05.24 -
나가사키 - 에릭 파이
나는 성공한 사람들을 사랑한 적이 없다. 그들이 성공해서가 아니라 그들이 성공의 노리개,눈먼 자아의 노리개가 되기 때문이다. 온갖 대가를 치르고 얻는 자아는 인간의 종말이다. 한 중년 남자의 집 벽장 속에 숨어 일 년 동안 생활한 여자가 발견되었다는,일본에서 실제로 있었던 어이없는 사건에서 영감을 받은 후랑스 작가가 쓴 짧은 글. 책장을 여는 순간부터 한숨도 쉬지않고 읽어내려갈 수 있어서 좋았고,짧은 팩트만을 가지고 이만큼 사람의 내면을 이야기 하고, 서사를 풀어갈 수 있다는 것이 좋았다. 잔잔한 일본영화처럼 이미지가 살아나는 텍스트.그런데 후랑스 사람이 썼다는 게 아이러니. 11.04
2011.05.23 -
2011년 2월의 영화목록
- 카란쵸- 킹스스피치- 127시간- 라스트 나잇- 더 브레이브 카란쵸는 조금 더 심각할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끝이 허무했던 기억.킹스스피치에 나오는 고급언어유희들을 알아듣기엔 불어도, 영어도 너무 짧았던 기억.베리드를 생각하며 갔다가 127시간에 약간은 실망했지만 제임스프랭코가 너무 좋았던 기억.라스트 나잇의 엔딩을 너무 사랑했던 기억.난데없이 유머러스했던 더 브레이브까지. 다사다난했던 2월의 영화들은,그렇게 남았다.
2011.04.10 -
2011년 1월의 영화목록
- 썸웨어- 마루 밑 아리에티- 아이 엠 러브- 베리드- 이븐 더 레인- 샤하다 흑흑 썸웨어 본 게 엊그제 같은데 벌써 1월의 마지막 영화로 끝을 냈다니.음, 1월의 영화는 버릴 게 없군. 풍년이로세.
2011.01.31 -
12월의 영화목록
- 아웃레이지- 탱글드- mon pote- 블랙 스완- 노웨어보이- 쓰리데이즈- 버레스크- 투어리스트 비트다케시의 유혈낭자 아웃레이지는 일본드라마 배우들 총집합이라는 귀여운 아이템으로 상쇄효과.간만에 디즈니 고전 시리즈로 쌍콤하게 안구정화하고, mon pote로 눈물 쪽 빼놨더니만,블랙 스완에서 나탈리 포트만 언니가 너무 겁을 주신다. 가히 2010년 최고의 영화로 꼽을 만한, 왜냐면 그 전에 본 영화들 기억이 가물가물하니까,노웨어보이. 아 그리고 블랙스완은 시사회 가서 봤지롱.대런 아로노프스키 감독님 완전 훈남에 유머센스 작렬하는 분이었음. 저런 사람이 저렇게 무서운 영화를 만들다니. 사진은 나의 불쌍한 아이팟터치가 어두운 영화관 조명 아래 힘내서 찍은 컷.
2011.01.31 -
샤하다
#.샤하다- 나는 알라 이외에 신이 없음을 증언합니다. 그렇게 말하고 무슬림이 된다고 한다.알라의 가르침 안에서 코란을 공부하며,어떻게보면 참으로 금욕적이고 절제된 삶을 사는 사람들. 독일-아프간 영화감독 부란 쿠바니Burhan Qurbani의 영화 샤하다는,독일 베를린에서 자란 이슬람 교도 젊은세대가 어떤 갈등을 겪는지 보여준다. #.등장인물들은 바벨이나 또 뭔 영화가 있더라..여튼, 그런 류의 영화들처럼,묘하게 서로 관계가 얽혀있다. 이 사람이 아는 저 사람은 그 사람이랑 같은 데서 일하는데 그 사람의 친구가 이 사람인 그런 관계. 초반엔 그런 설정이 좀 억지스러워 보일 수 있으나, 파리의 그 많은 한국 사람도 한 다리만 건너면 다 아는 사람인데,베를린의 이슬람 교도 커뮤니티라고 뭐 그렇게 다를까- ..
2011.01.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