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mbc/cinéma(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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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크엔드 인 파리 - 로저 미첼
#. 배경이 빠리면 일단 보기로 하니까, 배경이 빠리여서 보고나면 기분이 쌉싸리와용이 되더라도, 일단 보기로 하니까. #. 이미 수십년의 인생을 함께 한 사람들의 이야기는 언제나 어렵다. 나도 저렇게 되면 어떡하지 류의 근심 가득한 걱정이나, 나도 저렇게 할 수 있을까 류의 부러움 섞인 걱정이, 영화를 보는 내내 휘몰아치기 때문이랄까. #. 후랑스는, 특히 빠리는, 미친 짓 하기 좋은 곳인가. 유독 영화에서 일탈행동의 배경으로 많이 쓰이는 듯. 근데 또 생각해보면 다른데선 못 할 것 같기도 하다. 고개만 돌리면 에펠탑이 보이는 곳에서, 몽마르뜨에 올라서면 탁 트인 시야가 보장되는 곳에서, 청소년과 노인의 대화가 자연스러운 곳에서, 길에서 퍼붓는 키스가 허용되는 곳에서, 못 할 짓이 무엇 있으랴. #. 내..
2014.05.18 -
그랜드부다페스트호텔 - 웨스 앤더슨
#. 너무 오랜만에 영화평을 쓸라니까 귀찮고 떨린다. 그래도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만큼은 꼭 남겨줘야 행 *_* #. 웨스 앤더슨 감독은 문라이즈 킹덤으로 처음 알게 됐는데, 그 알 수 없는 똘끼와 영상미, 황당무계함을 진지하게 연기하는 명배우들에 반해, 나의 훼이보릿으로 올려놨었더랬다. #. 그런데 솔직히 말하면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이 같은 감독 작인지는 몰랐음. 에드워드 노튼이 문라이즈 킹덤에서랑 거의 흡사한 역할을 맡길래, 저 사람은 왜 저런 역할을 계속 하는걸까- 라고 생각했는데, 알고보니 같은 감독이 같은 사람을 비슷한 역으로 썼음.빌 머레이도 비슷해 ㅋㅋㅋㅋ #. 그 때부터 생각해보면 문라이즈 킹덤 캐스팅 리플레이로 봐도 무방할, 초호화 캐스팅이 난무. 내가 사랑해 마지 않는 틸다 스윈튼 아..
2014.04.14 -
세션: 이 남자가 사랑하는 법 - 벤 르윈
#. 제목만 봐서는 뭔 내용인지 잘 모르겠더라니, 트레일러 한 번 보니까 엄청 땡겨서 시간 나자마자 바로 보러갔다...온 게 언젠데, 이제서야 감상평을 적고 있는 슬픈 내 인생.#. 미국 버클리 수석 졸업하고 시인이자 칼럼니스트로 활동했다는, 마크 오브라이언님(이 직접 쓴 책)의 실화란다.6살 때 소아마비에 걸려서 거의 평생을 누워서만 생활해 이 명석하고 유쾌한 남자가, 어떻게 성과 사랑을 경험하고 받아들이게 되는 지 보여주는 영화.중증장애인이자 유머러스한 성인 남성 캐릭터에서 약간 언터쳐블 냄새가 나는데,언터쳐블이 장애를 싸그리 무시한 두 남자의 우정이라면, 세션은 싸그리 무시하지는 못 하지만 극복은 할 수 있는 사랑을 말하는 느낌?#. 종교적, 윤리적 범주에서 선뜻 받아들이기 힘든 오브라이언의 시도는..
2013.03.13 -
당신은 아직 아무것도 보지 못 했다 - 알랭 레네
#. 알랭 레네의 작품은 사실 본 적이 없는데, 온 투어의 마튜 아멜릭이(← 클릭) 나온다고 해서 관심이 간 영화.#. 13명의 후랑스 배우들이 본인의 실명으로 출연한다. 이들은 급작스러운 죽음을 맞이한 극작가 앙투완의 연극 '에우리디스' (Eurydice, 에우리디케)에 출연한 적 있는 배우들.그들은 그의 죽음을 애도하기 위해 모인 자리에서, 그가 생전에 연출을 의뢰받은 젊은 극단의 '에우리디스' 영상을 보게 된다.그리고 곧 그들 각자가 맡았던 역할에 빠져들어 대사를 읊기 시작, 영상 속 '에우리디스'와 현실..이라고 하기에도 모호한 그들만의 '에우리디스'가 동시에 진행된다는 설정. #. 영화는 공간을 뛰어넘는 연출을 통해 그들만의 '에우리디스'를 상연한다. 연극이 진행되면서 처음에 자기 자리에 잘 앉..
2013.01.08 -
아무르 - 미카엘 하네케
#. 사실은 노인들이 나오는 영화 마음 불편할 것 같아 보고싶지 않았는데, 새해의 시작을 함께했던 '퍼니게임'의 미카엘 하네케 감독 작품이라고 해서, 마음을 바꾸고 다시 봤는데 역시나 노인들이 나와서 마음 불편했던 영화-_-#. 이 영화는 죠지와 안느, 두 명의 사랑하는 노부부가 여생을 함께하는 이야기다.문제는 부인 안느의 건강에 이상이 생겨 수술을 했는데 망하는 바람에, 신체 오른쪽이 마비되어 거동이 불편해졌다는 것.언제가 될 지 모르는 죽을 날만을 기다리면서, 그래도 조금은 나아질 지도 모른다는 희망을 버리지 않은 채로, 본인 몸 가누기도 힘들어보이는 고령의 할아버지가 사랑하는 부인을 챙기는 모습.그걸 보고 있자니 정말 오만가지 생각이 다 들더라. #. 문제 1.안느의 병환이 깊어감에 따라 수치심 들..
2013.01.03 -
007 스카이폴
#. 카지노로얄도 퀀텀오브솔러스도 열심히 본 기억이 없는 내가, 왜 스카이폴에 꽂혔냐면 순전히 밀레니엄에서의 다니엘 크레이그에 반했기 때문인데, 사실 영화는 좀 실망.#. 영화 오프닝크레딧부터 시작해서 초반부는 완전 멋있게 돌아가는데, 솔직히 중반 이후부터는 좀 흐물흐물해지는 느낌이랄까. '난 아직 죽지 않았어' '구관이 명관이다' '노장은 죽지 않는다' 뭐 계속 이런 간지로 힘들어도 버티는 그와 M을 보면서 오히려 마음이 짠하달까. 다이하드4의 브루스윌리스나, 미션임파서블4의 톰 크루즈 같은 경우, 배우들 자체가 너무 안쓰러웠다면, 여기는 내용 자체가 안쓰러움 ㅠㅗㅠ#. 그리고 초반에 하필이면 터키 이스탄불에서 싸움질을 하는데, 본드가 내달리는 지붕 위가 테이큰2에서 아빠랑 딸이 내달리던 지붕이랑 똑같..
2012.11.14 -
루퍼
#. 역시 내 사랑 조셉 고든 래빗은 날 실망시키지 않아. #. 영화의 배경인 이천몇십몇년의 사람들은 더 이상 꿈도 희망도 없이, 그저 소비하며, 순간을 즐기며 살아가는 모습으로 그려지고 있다.지시 받은 시간에 맞춰 정해진 장소에 가서, 땡 하면 나타나는 사람을 뻥 하고 쏴버리면 그만인 직업, 루퍼로 일하는 '조' 역시, 그냥 저냥 하루하루를 살아가지만 그에게는 나름 인생의 목표가 있다.역시 주인공은 달라-_-#. 조셉 고든 래빗이 미래의 자신인 브루스 윌리스를 마주치는 장면의 시작부터, 약 5분간 나는 혼란에 빠지고-_- 그래서 이게 그렇게 될 줄 알고 처음엔 안 그랬다는거야, 아니면 이런 과거 저런 과거 다 그 과거라는거야, 대체 무슨 소리야..ㅠㅗㅠ 누가 설명 좀-_-#. 자신의 죽을 날을 알고 살..
2012.11.07 -
테이큰2
#. 테이큰을 처음 봤을 땐, 내가 이 영화를 좋아한다고 생각하지 못 했었는데, 보면 볼 수록 때리는 것만 봐도 내가 다 아픈 것 같은 맨주먹 액션이 진짜 대단했던 것 같아, 은근히 시간이 지나면서 애정이 깊어진 케이스.#. 그래서 테이큰2를 보고 리암 니슨을 때려주고 싶었다는 둥, 전작보다 20% 정도 부족하다는 둥 하는 악평을 줏어들어가면서도, 굳이 테이큰2를 보기로 결정! 그리고 사실 나는, 생각보다 재밌게 봤음을 고백한다. #. 물론 여러가지 면에서 어이없게 코웃음 나오는 상황들이 많이 연출된 건 사실. 부전자전이라고, 예전엔 맥 없이 잡혀가더니만, 이제는 엄청 잘 달리고 수류탄도 잘 던지는 수퍼드라이버 딸내미라든가, 수류탄이 30분 동안 3번이나 터져도 아무도 신경도 안 쓰는 이스탄불의 치안이라..
2012.10.12 -
피에타
#. 김기덕 감독 작품을 처음 봤던 게 오다기리죠랑 이나영 나오는 비몽이었는데, 그 때 진짜 "아 뭐 이런!"스러운 느낌이었던 것을 생생히 기억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래도 황금종려상 씩이나 수상하셨다고 하니까 궁금해서 보긴 봤는데, 역시나 "아 뭐 이런!"스러운 느낌을 가득 받고 나왔다.#. 일단 기럭지는 훈늉하지만, 거센 캐릭터를 연기하기에는 목소리가 너무 귀여운 이정진, 강도.사채 쓴 사람들 돈 받아내는 방법이 잔인하고 인정머리가 없어서, 누구에게나 악마새끼라고 저주 받는 캐릭터. 청계천 쪽에서 철물 용접 등 하는 상점들이 모여있는 곳이 하필이면 강도의 나와바리인 탓에, 영화는 언제 어떤 사고가 일어날 지 모르는 일촉즉발의 상황들을 계속해서 연출하는데, 소리도 그림도 너무 막 진짜 사람 긴장 타면..
2012.09.23 -
케빈에 대하여
#. 중성적인 느낌이 물씬 풍기는 틸다 스윈튼의 얼굴이 가득 찬 영화 포스터를 볼 때 마다, 이 영화만큼은 꼭 봐야하는데 했더랬다. 아이엠러브에서의 틸다 스윈튼을 통해 얻은 신뢰랄까. 위 포스터는 후랑스 개봉 버젼이고, 아래 사진이 국내 개봉 버젼. #. 아니나 다를까, 이 영화는 시작부터 끝까지, 나의 모든 시각과 청각, 그리고 상상력을 자극시킴으로서, 틸다 스윈튼 주연의 감각적인 영화 리스트 두 번째에 올랐다. #. 색. 영화 전반에 걸쳐 나타나는 테마 컬러는 빨간색이다. 그녀의 몸을 뒤덮고, 그녀의 집을 뒤덮고, 그녀의 눈에 보이는 그 모든 빨간색이, 과거와 현재를 넘나들며 이야기를 풀어내는 영화 구성을 가능하게 해주는 느낌. #. 시야. 그녀의 시야를 통해 보던 것들이, 희뿌옇게 초점을 잃고 흐려..
2012.09.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