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mbc(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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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인자의 기억법 - 김영하
아침에 눈을 떴다. 낯선 곳이었다. 벌떡 일어나 바지만 꿰어입고 밖으로 뛰쳐나갔다. 처음 보는 개가 짖어댔다. 신발을 찾으려 허둥대다가 부엌에서 나오는 은희를 보았다. 우리 집이었다. 다행이다. 아직 은희는 기억에 남아있다. #. 연쇄살인범으로 살아온 남자가, 하필이면 치매에 걸린 인생의 마지막 시점에, 자신의 딸에게 의도적으로 접근한 것으로 추정되는 다른 연쇄살인범(심증100%) 때문에 고군분투 하는 내용.#. 솔직히 읽은 지가 너무 오래되놔서, 이거 읽고 나서 어떤 느낌이었는지 다시 되돌리는 건 쉽지 않지만, 뭔가 굉장히 빠른 시간에 훅훅 읽히는 엄청난 집중력이 절로 발휘되면서도, 읽고 나서 내가 뭘 읽은건가 싶으리만큼 쉽지 않은 전개는 아마도 김영하의 매력. TistoryM에서 작성됨
2014.09.09 -
고질라 - 가렛 에드워즈
#. 감독 죽을래? #. 스케일을 구경하러 갔지만, 그래도 최소한의 스토리는 갖춰줄 줄 알았는데, 개노잼. 인간 스토리는 왜 이렇게 질질 끄는지 모르겠고, 유일한 구경거리인 고질라가 너무 늦게 나와서 재미없음. #. 무토들은 약간 어딘가 에반게리온 닮았다. 머리통에 눈 달린 모양새도 그렇고, 핵폭탄 와그작 와그작 씹어먹는 것도 그렇고, 여튼 나는 다리 많이 달리고 날아다니는 건 다 싫어. #. 인간 나부랭이들은 고질라의 생태계 피라미드에서 거의 최하위 플랭크톤 급이라서, 쓸데없이 핵만 쐈지 왁왁대는 개미떼에 불과하고, 결국 고질라랑 무토들의 먹고 먹히는 관계가 메인인데, 고질라는 혼자고 무토는 암수 커플이라 안쓰러웠다. 결과는 커플지옥 솔로천국. 솔로생활 몇년이면 마법을 부린다더니, 역시 고질라가 짱이었..
2014.05.19 -
위크엔드 인 파리 - 로저 미첼
#. 배경이 빠리면 일단 보기로 하니까, 배경이 빠리여서 보고나면 기분이 쌉싸리와용이 되더라도, 일단 보기로 하니까. #. 이미 수십년의 인생을 함께 한 사람들의 이야기는 언제나 어렵다. 나도 저렇게 되면 어떡하지 류의 근심 가득한 걱정이나, 나도 저렇게 할 수 있을까 류의 부러움 섞인 걱정이, 영화를 보는 내내 휘몰아치기 때문이랄까. #. 후랑스는, 특히 빠리는, 미친 짓 하기 좋은 곳인가. 유독 영화에서 일탈행동의 배경으로 많이 쓰이는 듯. 근데 또 생각해보면 다른데선 못 할 것 같기도 하다. 고개만 돌리면 에펠탑이 보이는 곳에서, 몽마르뜨에 올라서면 탁 트인 시야가 보장되는 곳에서, 청소년과 노인의 대화가 자연스러운 곳에서, 길에서 퍼붓는 키스가 허용되는 곳에서, 못 할 짓이 무엇 있으랴. #. 내..
2014.05.18 -
그랜드부다페스트호텔 - 웨스 앤더슨
#. 너무 오랜만에 영화평을 쓸라니까 귀찮고 떨린다. 그래도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만큼은 꼭 남겨줘야 행 *_* #. 웨스 앤더슨 감독은 문라이즈 킹덤으로 처음 알게 됐는데, 그 알 수 없는 똘끼와 영상미, 황당무계함을 진지하게 연기하는 명배우들에 반해, 나의 훼이보릿으로 올려놨었더랬다. #. 그런데 솔직히 말하면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이 같은 감독 작인지는 몰랐음. 에드워드 노튼이 문라이즈 킹덤에서랑 거의 흡사한 역할을 맡길래, 저 사람은 왜 저런 역할을 계속 하는걸까- 라고 생각했는데, 알고보니 같은 감독이 같은 사람을 비슷한 역으로 썼음.빌 머레이도 비슷해 ㅋㅋㅋㅋ #. 그 때부터 생각해보면 문라이즈 킹덤 캐스팅 리플레이로 봐도 무방할, 초호화 캐스팅이 난무. 내가 사랑해 마지 않는 틸다 스윈튼 아..
2014.04.14 -
창문 넘어 도망친 100세 노인 - 요나스 요나손
알란은 잠시만 시간을 달라고 부탁했다. 자신은 잠에서 방금 깨어난 상태라 생각을 조금 정리해 보고 싶으니 반장님이 이해해 주시길 바란다는 거였다. 일의 결과를 신중히 따져 보지도 않고 친구들을 마구 넘길 수는 없는 노릇 아니오? 반장님도 그렇게 생각하지 않으시는지? 늘 그렇듯, 표지가 귀엽고 제목이 귀여워서 선택한 책. 처음에는 어딘가 이상하고 거추장스러운 문체가 부담스러웠는데, 읽다보니 그냥 익숙해져서 그 다음부터는 이야기에 온전히 빠져들게 됐다.스페인, 미국, 중국, 프랑스, 발리를 넘나들고, 마오쩌둥이라느니 김정일이라느니 아인슈타인의 남동생이라느니 하는 사람들과 연을 맺고, 폭탄이니 전쟁이니 냉전이니 하는 것들을 겪으면서도,양껏 마실 수 있는 맛있는 술만 있다면 바라는 게 없는, 언뜻 평범해 보이는..
2014.03.20 -
songs: 소란 - 리코타치즈샐러드
얼마 전에 감자탕집에서 남자 동기 유부남 두 놈을 만났는데, 그 중에 한 명이 부인님이랑 파스타를 먹고 왔다고 하면서 하는 말이,남자들은 파스타집 가는 거 싫어한다고. 난 바로 그 전날 오빠님 데리고 파스타만 우적우적 집어넣고 왔는데...? 물론 개취가 있겠지만,뭔가 이런 남자들의 마음이 고스란히 담긴 귀여운 노래가 최근 라디오에 많이 나오길래, 가사와 함께 살짝 퍼옴. 소란, 이름은 많이 들어봤는데 사실 노래는 제목과 함께 기억하는 게 별로 없는 밴드였으나, 뭔가 영어메뉴 부를 때 혀를 굴려주는 그 센스가 맘에들어 ㅎㅎ + 블로그 메인화면에 뜨는 사진은, 내가 리코타치즈샐러드를 처음 접했던 카페마마스에서 퍼옴 ㅋㅋㅋ 비가 내리는 날이면 생각나는 음식들 제일 좋아하는 건 라면 삼겹살 You know th..
2013.11.14 -
세션: 이 남자가 사랑하는 법 - 벤 르윈
#. 제목만 봐서는 뭔 내용인지 잘 모르겠더라니, 트레일러 한 번 보니까 엄청 땡겨서 시간 나자마자 바로 보러갔다...온 게 언젠데, 이제서야 감상평을 적고 있는 슬픈 내 인생.#. 미국 버클리 수석 졸업하고 시인이자 칼럼니스트로 활동했다는, 마크 오브라이언님(이 직접 쓴 책)의 실화란다.6살 때 소아마비에 걸려서 거의 평생을 누워서만 생활해 이 명석하고 유쾌한 남자가, 어떻게 성과 사랑을 경험하고 받아들이게 되는 지 보여주는 영화.중증장애인이자 유머러스한 성인 남성 캐릭터에서 약간 언터쳐블 냄새가 나는데,언터쳐블이 장애를 싸그리 무시한 두 남자의 우정이라면, 세션은 싸그리 무시하지는 못 하지만 극복은 할 수 있는 사랑을 말하는 느낌?#. 종교적, 윤리적 범주에서 선뜻 받아들이기 힘든 오브라이언의 시도는..
2013.03.13 -
첫 문장 못 쓰는 남자 - 베르나르 키리니
또한 그 전염병은 유럽 각국의 문단에 온갖 사기와 기만의 종말을 알렸다. (...) 진정한 천재로 인정 받아 온 몇몇 사상가들은 아무리 위로 치솟고 싶어도 지면에 발이 들러붙어 옴짝달싹 못하는 반면, 이름도 생소한 이들이 자신도 모르게 하늘 높이 떠오르곤 했다. - 높은 곳 총 16편의 단편집.아주 조금만 정신을 놓아도 뭐가 뭔지 뒤죽박죽 되어버리는 고난도의 궤변인 것 같은데, 조금만 정신 차리고 다시 보면 꽤나 정확한 논리를 바탕으로 한다는 게 놀랄 일.베르나르 베르베르의 글들이나, 이적의 지문사냥꾼 같은 느낌의, 허무맹랑한데도 논리적이어서 읽다보면 믿게 되는, 소재는 가벼운데 주제는 무거운 그런 글들.주로 베르나르 이름 가진 사람들이 좀 상상력이 뛰어난가봐-_- 인상적인 포인트 및 특히 마음에 든 글..
2013.01.23 -
songs: dom mclennon - maad world
오늘은 Dom McLennon의 Maad World를 추천.내가 선호하는 hocus pocus 필이 약간 섞인 절제 된 드럼비트와 코러스 사운드 위에, 마치 옛날 마스터플랜에 공연 보러 갔을 때 들었을 법한 느낌의, 어딘가 약간 올드스쿨스러운 랩핑이 살짝 얹어진 곡. 유튭에는 다른 비디오만 있어서 사운드클라우드 링크를 살짝. 찾아가서 들어보면 좋은 노래 많다.http://bit.ly/MAADWorld 위 링크로 들어가면 mp3 다운로드도 가능함. 목소리가 약간 어린 느낌이다 싶어서 찾아보니 아직 십대 청소년. 9th wonder 같은 뮤지션이 되기를 꿈꾼다나. 아.. 더 뒤져보니까 이제 스무살 된 듯 하다.뮤지션에 대한 정보가 느므 없어서 아무리 구글을 뒤져도 기사 같은 건 많이 안 나오는데, 난데없이 ..
2013.01.11 -
당신은 아직 아무것도 보지 못 했다 - 알랭 레네
#. 알랭 레네의 작품은 사실 본 적이 없는데, 온 투어의 마튜 아멜릭이(← 클릭) 나온다고 해서 관심이 간 영화.#. 13명의 후랑스 배우들이 본인의 실명으로 출연한다. 이들은 급작스러운 죽음을 맞이한 극작가 앙투완의 연극 '에우리디스' (Eurydice, 에우리디케)에 출연한 적 있는 배우들.그들은 그의 죽음을 애도하기 위해 모인 자리에서, 그가 생전에 연출을 의뢰받은 젊은 극단의 '에우리디스' 영상을 보게 된다.그리고 곧 그들 각자가 맡았던 역할에 빠져들어 대사를 읊기 시작, 영상 속 '에우리디스'와 현실..이라고 하기에도 모호한 그들만의 '에우리디스'가 동시에 진행된다는 설정. #. 영화는 공간을 뛰어넘는 연출을 통해 그들만의 '에우리디스'를 상연한다. 연극이 진행되면서 처음에 자기 자리에 잘 앉..
2013.01.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