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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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네도키, 뉴욕
시네도키Synecdoche. 아무리 읽어봐도 그 뜻이 명확하게 와닿기 보다는, 이렇게도 들렸다가 저렇게도 들리는 이 어려운 단어와도 같은 영화. #. 이터널 선샤인의 각본가 찰리 카우프만의 감독 데뷔작이라더니, 시공을 넘나드는 환타지스러운 그 독특함이 잔뜩 배어난다. 주인공 케이든이 만드는 연극 속의 삶과 실제의 삶의 경계가 뒤엉키는 이야기라더니, 내가 상상한 것 이상으로 훨씬 묘하게 뒤엉켜 도무지 풀어낼 수가 없다. 애초에 케이든이 존재하는 현실 자체가 초현실적으로 묘사되어, 그 안에서 이야기가 한 번 더 꼬이기 시작하니 정말 끝이 없는 느낌. #. 영화 팜플렛에 적힌 한줄평에서는, 보고나면 이야기를 나누고 싶어진다고 했고, 전적으로 유쾌하고, 시적이며 심오하다고도 했다. 난 아무와도 이 영화에 대해 ..
2010.02.02 -
들어는 봤니? 모건부부
남친 에이단을 따라간 시골 별장에서 극한의 스트레스를 받고 결국 뉴욕으로 돌아가버린 캐리 브래드쇼. 섹스앤더시티에서의 그녀의 느낌이 너무 묻어날까 싶어 보지 말까 했었는데, 역시나 잔뜩 묻어나더라. 하지만 파트너가 달라지니, 이야기의 느낌도 달랐다. #. 이건 휴 그랜트의 캐릭터가 살려낸 영화랄까. 어떻게 보면 굉장히 평범하고 아무것도 아닐 수 있는 이야기를, 그것보다는 한 단계 괜찮은 이야기로 만들어 낼 수 있는 건, 전적으로 휴 그랜트의 공이다. 진지한 순간에도 위트있는 말장난을 던지는 영국인 캐릭터. 휴 그랜트의 오래 된 이 캐릭터가 영화 내내 빛을 발한다. 뭐 쫌만 웃겼다 하면 거진 다 휴 그랜트였으니까. #. 이렇게 재미있는 남자 만나기도 쉽지 않아, 라고 생각하다가도, 아 저렇게 맨날 농담따먹..
2010.02.02 -
애프터 러브
아 이렇게 말랑말랑한 사랑영화는 보는 게 아니었는데;ㅁ; #.원제는 EX. 이 강렬한 포스터를 무시하고 언제나 저렇게 말랑말랑한 사진들로,예쁘장한 옴니버스 연애물로 영화를 포장해버리는 우리나라 누군가의 센스에,약간의 불만을 표시하는 바이다. #.물론 영화는 말랑말랑하고,스토리는 왠지 순간순간이 추측 가능하며,다 비슷비슷하게 (예쁘게) 생긴 언니들이 대거 출연하면서, 대체 언놈이 언놈이랑 뭔 사랑을 하는건지 가끔 헷갈리기도 하면서, 약간 평범하게 흘러갈 수 있는 냄새를 풍기지만. 우리나라에서 보기 어려운 상황에 기인한 컬쳐럴 쇼크를 즐길 수 있고,억지로 눈물 빼려고 하지 않는 그 자연스러움에 만족할 수 있으며,뭔가 따지고 보면 평범한 해피엔딩이지만 나름 개성적인 스토리를 연출해 준다. #.남에게 이래라저래..
2010.01.26 -
500일의 썸머
이것은 정말로 사랑이야기가 아니라,그저 한 남자가 한 여자를 만나고 헤어지는 이야기. #.탐이 썸머를 처음 만난 날부터 500일.영화는 이 500일을 정신없이 왔다갔다하면서 이 남자의 마음을 속속들이 보여준다. 갑자기 이별하는 장면을 보여주기도 하고,처음 만나는 장면을 보여주기도 하고,좋았던 날들을 보여주기도 하고,나빴던 날들을 보여주기도 하면서, 그렇게 이 두 사람을 조금씩 조금씩 파악해나갈 수 있도록 한, 서사적이면서도 다큐 같고, 만화같으면서도 현실적인 구성이 마음에 든다. 아- 그래서 243일때에는 저런 일이 있었던 거구나,아- 23일 때 저랬던 게 102일 가니까 저렇게 되었구나, 이런 식으로 차근차근 이야기를 퍼즐처럼 맞춰나가는 재미랄까. 그렇게 우리는 우리의 측은한 탐도 이해할 수 있고,여전..
2010.01.26 -
리틀 애쉬: 달리가 사랑한 그림
지식이라는 것이 왜 중요하고, 또 필요한가. 살바도르 달리가 스패니쉬였는지, 초현실주의 작가였는지, 그의 대학동기가 대시인이었는지, 영화감독이었는지, 스페인에서는 대전쟁이 있었는지 어쨌는지, 정말 난 아무것도 아는 게 없더라. #. 살바도르 달리 하면 녹아내리고 있는 시계 그림 밖에 모르는 무지한 내가, 로버트 패틴슨만 보고 영화를 보러 갔다. 그리고 여기에는, 호그와트마법학교의 의리파 반장도, 하이틴러브스토리의 주인공 뱀파이어도 없었다. 여기에는, 전미여아全美女兒를 웃고울리는 아이돌 스타.. ..정도로만 알려져 있는 현실을 이해하기 어려울 정도의 원숙한 연기력으로, 광기 어린 예술가 달리의 모습을 하고 있는, 그가 있었다. (로버트 패틴슨이 있었다ㅡ 라고 말하면 아이돌 이미지가 또 겹쳐지므로 안 됨) ..
2010.01.19 -
셜록홈즈
뭐 셜록홈즈면 어떻고 명탐정 코난이면 어떤가,어쨌든 로버트다우니주니어인 것을. 게다가 주드 로가 빈 구석마다 쫓아다니며 채워주고 있는데! #.아부지는 애들 영화 안 땡긴다며 안 보신다 하셨고,같이 본 지누는 역시 아바타가 짱이라고 했다. 하필이면 아바타처럼 화면을 꽉꽉 채우다 못해 밖으로 튀어나오는 3D 액션(!)영화가 성행하고 있으니, 끝내주는 추리극도, 살 떨리는 심리전도 없는 일반 액션영화가 받을 수 있는 호평이 뭐 얼마나 대단하겠나. 영화 셜록홈즈는,그냥 영화 셜록홈즈였다. 하지만 재미없었다는 건 절대 아님!난 완전 재밌게 봤다. 액션영화로서 갖추고 있는 건 다 갖추고 있잖아. 뭐 나에겐 셜록홈즈 책에 대한 기억이 거의 없어서 가능했을지도;ㅁ; #. 이미 영화를 먼저 본 언니가,인텔리의 대명사 셜..
2010.01.11 -
전우치
강동원이 마더 촬영장에 찾아와 원빈과 대화를 나누던 장면이 눈 앞에 아른거린다. 그건 정말 5백년을 더 살아도 한 번 볼까말까한 눈부신 광경이었지. 뭐 꼭 그래서 이 영화가 보고싶었던 건 아니고 ㅋㅋㅋ #. 영화는 전반적으로 즐겁고, 귀엽고, 재미있다. #. 난 강동원이 주연한 영화를 본 기억이 없다. 그냥 모델 출신 잘 생긴 배우 정도로만 생각했었지. 그러나 전우치에서 만난 강동원은, 그냥 잘 생긴 배우가 아니라, 정말 잘 생긴 배우였으며, 연기도 그닥 거슬리는 데 없이 스무스하게 잘 하던데? 장동건이 얼굴 때문에 연기력 평가를 제대로 못 받는다 이런 류의 얘기 들은 적 있는데, 강동원도 왠지 그런 부류인 것 같아. 객관적인 평가가 불가능하다고;ㅁ; 아, 그리고 왠지 목소리가 의외였다. 그러고보니 난 ..
2010.01.06 -
여배우들
2010년 첫 영화를 혼자 보았다. 최고의 선택이었다고 생각한다. #. 여배우들이라며, 김옥빈? 김민희? 최지우? 아니, 왜애? ↑이런 느낌이었다. 처음 이 영화 캐스팅에 대한 느낌은. 최지우가 한류스타지만 연기 잘 하는 배우라고 생각해 본 적이 없고, 김민희는 말 안 해야 예쁜 하이틴 모델 이미지에 연기하는 걸 제대로 본 적도 없고, 김옥빈은 박쥐에서 그 똑같은 억양으로 대사를 반복해도 그러려니 하고 받아들여질만한 캐릭터였다고 생각했으니까. 솔직히 고현정 고현정 하는데, 영화 잘 알지도 못하면서 보기 전까지는 그녀에게 큰 매력도 느낀 적 없었다. 그러니 전혀 이해할 수가 없었다. 대체 왜 여배우들을 이야기하는데, 내게는 여배우로 다가오지 않는 그녀들을 모았단 말인가. 그래서, 더 보고싶었다. #. 영화..
2010.01.06 -
아바타
제임스 카메론은 얼마나 인생이 신날까. 자기가 생각하는 그림을 자기가 쓸 수 있는 모든 선진 기술을 동원하여, 이런 대작으로 그려낼 수 있는 삶을 살다니. #. 3D 디지털이라고 웃기는 안경을 쓰고 영화를 봤는데, 처음엔 살짝 어지럽고 불편했는데, 막판엔 신기하고 재밌기만 하더라. 그러나 자막을 화면 여기저기 막 갖다놓는 그런 이상한 센스는 이해가 약간 안 됐음;ㅁ; #. 솔직히 스토리는 그렇고 그런 식이여서 별로 아무 생각 없다. 포카혼타스 + 바람계곡의 나우시카 느낌? 게다가 주인공 네이티리 언니가 느므 야생미 넘치시니깐염. 포카혼타스보다 훨씬 거친 매력이 있는 뇨자. #. 그러나 장면 하나 하나에서 오오- 하게 만드는 상상력에는 확실한 한 표를 던진다. 인간일 때는 왠지 무뚝뚝하고 시니컬해 보이는 ..
2010.01.04 -
에반게리온: 파
잊을만하면 나타나서 덕후 게이지를 채워주는 에반게리온. 생각해보면 이런 어려운 만화를 뭘 안다고 중학생 때 그리 봤나 싶다. #. 이번 에바, 반가웠다. 여아 파일럿 중에 내가 제일 좋아하는 아스카가 터프하게 등장했으니까! 아 그녀의 에바가 왠 장막 같은 걸 뒤집어쓰고 멋있는 척 하는거 정말 너무 웃기고 멋있어. 그 전에는 몰랐던 아스카 이야기가 많이 쏟아져 나와서 좋았달까. 뭔가 확실히 솔직하게 말해주는 느낌. #. 이번 에바, 멋있는데 우습고, 우습지만 멋있었다. 광속으로 광폭하는 초호기가 멋있었지만, 경륜장 자전거 돌듯이 달려나갈 때는 오오- 하다가도 좀 풉- 스럽기도 했어 ㅋㅋㅋ #. 정대만의 '농구가 하고 싶어요'가 떠오르는 이카리 신지의 고민도 고민이지만, 이번 편 포스터는 위 그림↑으로 했어..
2010.01.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