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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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곳니
#. 시놉시스를 대강 읽고서는 꽤 어린 아이들이 주인공일거라고 예상했는데, 주인공들이 다 큰 애들이라 좀 깜짝 놀랐고, 뭔가 정상적인 영화는 아닐거라고 예상은 했지만, 이렇게까지 밑도끝도 없이 시작해버릴 줄은 몰라서 또 조금 놀랐다. #. 영화는 철저히 외부와 단절된 채 부모님과 함께 사는 세 남매가, 전화를 건네달라고 하면 너무 자연스럽게 소금을 건네주는, 언어체계 자체를 뒤집어버린 그들만의 세상에서 살아가는 이야기를 보여준다. #. 아버지가 뭐하는 사람인지, 대체 왜 이런 이상한 감금생활을 시작했는지는 모르지만, 여튼 뭐 돈은 잘 벌어오는지 엄청 좋은 집에서 사는 덕에, 새파란 수영장물, 초록의 풀밭이 펼쳐진 정원, 햇살 눈부신 화사한 실내에서, 아름다운 이미지들을 만들어 낸다. 하지만 이 총천연의 ..
2012.01.14 -
진짜로 일어날지도 몰라, 기적
#. 오다기리죠를 마이웨이가 아닌, 전형적인 일본영화에서 만나고 싶다는 게, 이 영화를 선택한 이유였다. 그런 내게 부끄럽게도 너무나 많은 감동을 선사한 이 영화는, 감히 2012년 내가 본 영화 top 5 안에 들리라 자신한다. #. 양쪽에서 달려오는 신칸센 열차 두 대가 교차하는 그 순간, 소원을 빌면 그대로 기적이 일어난다. 이토록 어린아이 같은 믿음 하나가, 주인공 아이를 얼마나 먼 곳까지 이끌어가던지. #. 아이들의 순진하고 귀여운 모습은, 그냥 보기만해도 웃음을 자아낼 정도로 사랑스럽지만, 사실, 어린아이들이 이미 다 커버린 우리 같은 어른들을 웃게 만드는 힘은, 그들의 순진무구함 속에, 어른의 그것보다도 더 솔직하고 더 객관적인 통찰력이 배어있기 때문이다. #. 그래서 이 영화는, 너무나도 ..
2012.01.14 -
내가 사는 피부
#. 내가 사는 피부라니, 이것이 왠 어법에 맞는 듯 안 맞는 듯 불편한 제목이란 말인가. 그러나 안토니오 반데라스라면 봐줘야 하지 않을까 하는 단순한 이유로 선택. #. 요새 내가 보는 영화들은 왜 이렇게 불친절하신지들 모르겠다. 하고자 했던 이야기를 밑도 끝도 없이 풀어내는 스타일. 마치 주어 생략하고 서술어만 내뱉는 우리 어무이 스타일과도 같다 ㅎㅎ 그래서 영화 초반에는 감 잡기가 어렵다. 도대체 이것이 성형의학계에 혜성처럼 나타난 의사님의 부정한 이야기가 될 건지, 뭔가 아픔이 있는 여자를 새 피부로 덮어주는 로맨스가 될 건지, 도통 알 수가 없다. #. 한 가지 확실한 건, 여자는 갇혀있고, 남자는 가둬두고 있다는 것. 여자는 남자에게 대담하게 다가서려 하고, 남자는 왠일인지 지켜보려고만 할 뿐..
2012.01.09 -
미션 임파서블: 고스트 프로토콜
#. 미션임파서블. 2편인가 3편에 엄청 실망한 이후로 아무 기대도 안 하고 있었는데, 생각보다 괜찮았음. #. 역시 펑펑 터지는 액션물 답게 시작부터 막 급박하게 뛰댕기는 전개 펼쳐 주신다. 그리고 무엇보다 모델 같은 언니가 처음부터 나와주시니 눈이 제대로 호강. 찾아보니 Léa seydoux라는 후랑스 배우인데 왠일인지 내가 본 작품은 하나도 없네. 후랑스 배우 언니들 (이라고 하기에 레아씨는 85..) 미모는 알아줘야함. 그리고 오프닝크레딧 올라가는데, 톰 크루즈 프로덕션이 있다는 것에 놀랐고, 감독이름이 난데없어서 좀 놀랐다. 나 정말 이 영화에 아무 관심이 없었구나 싶을만큼 ㅎㅎ 브래드 버드 감독 이 분도 찾아보니 라따뚜이랑 심슨, 인크레더블까지, 애니메이숑에서 날리시는 분이셨다. 다 내가 좋아..
2011.12.18 -
샤하다
#.샤하다- 나는 알라 이외에 신이 없음을 증언합니다. 그렇게 말하고 무슬림이 된다고 한다.알라의 가르침 안에서 코란을 공부하며,어떻게보면 참으로 금욕적이고 절제된 삶을 사는 사람들. 독일-아프간 영화감독 부란 쿠바니Burhan Qurbani의 영화 샤하다는,독일 베를린에서 자란 이슬람 교도 젊은세대가 어떤 갈등을 겪는지 보여준다. #.등장인물들은 바벨이나 또 뭔 영화가 있더라..여튼, 그런 류의 영화들처럼,묘하게 서로 관계가 얽혀있다. 이 사람이 아는 저 사람은 그 사람이랑 같은 데서 일하는데 그 사람의 친구가 이 사람인 그런 관계. 초반엔 그런 설정이 좀 억지스러워 보일 수 있으나, 파리의 그 많은 한국 사람도 한 다리만 건너면 다 아는 사람인데,베를린의 이슬람 교도 커뮤니티라고 뭐 그렇게 다를까- ..
2011.01.31 -
이븐 더 레인
#.포스터만 봤을 땐 이게 뭐 전쟁영화인지 종교영화인지 알 길이 없었는데,어디선가 호평을 한 글을 읽고 낼름 봤다. 근데 완전 기대 이상,아주그냥 눈물콧물 질질 흘리면서 나왔네. #.영화의 배경은 2000년 볼리비아. 콜럼버스와 스페인 정복군 시대에 존재했던 원주민들의 영웅 하투에이 이야기를 영화로 만들기 위해,볼리비아로 촬영팀과 배우들을 끌고 온 감독 세바스티앙가엘 가르시아 베르날과,그의 든든한 동료이자 제작자인 코스타루이스 토사가, 하필이면 민중의 소리, 선봉장에 서 있는 다니엘을 주인공 하투에이로 써버리는 바람에,볼리비아 물전쟁이 터짐과 동시에 그 사건에서 빠져나올 수 없게 되어버리는, 그런 내용이다. 가엘 가르시아 베르날씨. 왠지 어디서 본 것 같다고 생각했더니만,수면의 과학에 나오신 분이시라고...
2011.01.23 -
베리드
#. 감독 로드리고 코르테스가 처음 이 영화 시나리오를 들고 헐리우드 문을 두드렸을 때, 러닝타임 내내 관 속에 틀어박힌 남자 말고는 보여주는 게 없다니 뭐 어쩌쟈는 거냐며 거절당했었다고, 그런 얘기를 어디서 줏어들은 적이 있었는데, 라이언레이놀즈가 기적적으로 오케이를 해주셨다는 뭐 그런거였던 듯. 그래서 궁금했다. 그래, 뭐 어쩌자는건데? #. 한 시간 반 동안 영화는 한 사람이 겨우 들어가 있을 수 있는 비좁은 공간만을 보여주지만, 앵간한 블록버스터 스릴러 액션 영화보다 훨씬 더 긴장감 넘치고 흥미진진하다. 물론 흥미진진하다고 하기엔 불쌍한 주인공에게 좀 못 할 말 같기도 하고;ㅁ; #. 과연 어떤 요소가 이렇게 미칠듯한 긴장감을 부여하느냐 하면, 바로 인간이다. 그가 속해 있던 사회의 사람들, 그를..
2011.01.23 -
아이 엠 러브
#.개봉했을 때 놓쳤는데 마침 요새 재상영해줘서 운 좋게 보게 된 영화. 틸다 스윈튼이 '나는 이태리 여자가 되어야 했다'고 되뇌이는 예고편의 한 마디에,왠지 꽂혀서는 이건 꼭 봐야해- 했었더랬다. 게다가 벤자민버튼에서 케이트 블란쳇과 틸다 스윈튼이 구분 안 가던 그 때,나니아연대기에서 히스테리컬한 새하얀 그녀를 보았던 그 때,그런 작은 기억들 하나하나 떠올리며, 이번에야말로 그녀를 제대로 봐야겠다고 생각했었더랬다. #.감각적이다. 고백하자면, 어떤 영화가 참 감각적이다라고 할 수 있는지 잘 몰랐다.명확한 기준도 없고, 대체 무슨 감각을 어떻게 꼬집으면 그게 감각적인건지도 몰랐다. 그런데 이 영화,매우 감각적이다. #.마치 이태리 명화를 보고 있는 듯 한땀한땀 정성들인 장면들이 눈을 자극한다. 어찌 보면..
2011.01.16 -
마루 밑 아리에티
#.간만의 지브리 작품.우리나라에서는 작년에 개봉했던 것 같은데,여기서는 개봉한 지 아직 몇 주 되지도 않았다. 이럴 땐 좀 아쉽단 말이지.모조리 다 내가 먼저 보고싶어! #.낼 모레 수술을 앞둔 연약한 소년 쇼우와,내 가족의 안위와 나아가 종족의 앞날까지 걱정해야하는 아리에티. 남자애는 오미터만 달려도 숨이차오르는, 가슴을 헉 쥐고 쓰러질 것만 같은, 연약한데다,함께하는 가족도 없고, 물론 초 인자하고 인간적인 할머니가 계시지만, 여튼 외로운 왕자님 캐릭터. 반면 아리에티는 오미터고 백미터고 못 달려서 안달 난 액티브함과,엄마아부지 사랑 담뿍 받고 남 부러울 것 없이 자란 밝은 성격을 가진 모험가 스타일. 둘의 만남이 말 그대로 서사적으로 그려진 애니메이숑. #.우리 사는 집 마루 밑에 저런 쪼마난 인..
2011.01.16 -
썸웨어
#. 난생 처음 혼자 영화관에 가서 본 영화가, 아마도 대학교 1학년 때 종로 베니건스 위에 있었던, 이제는 사라진, 씨네코아에서 보았던 소피아 코폴라 감독의 사랑도 통역이 되나요 였다. 잔잔한 독백 같은 영화. 불투명한 불빛들이 아른거리는 영화. 콕 찝어 이야기해주진 않지만, 아주 조용하게 나에게 말을 거는 영화. 그 때의 기억이 나름 선명하여, 그녀의 새 영화를 망설임 없이 선택했고, 이번에도 그녀는 마치 그 때처럼 나에게 이야기를 시작했다. #. 헐리웃배우 아버지와 열한살배기 딸내미가 보내는 비터스윗한 일종의 휴가. 이 부녀 사이에 알게 모르게 존재하는 간극을 메꾸어주는 엄청난 일이 벌어져서, 부녀가 얼싸안고 서로의 사랑을 확인한다거나 하는 그런 드라마틱한 이야기는 절대 아니다. 그냥 둘이서, 게임..
2011.01.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