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mbc(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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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일기: 위저드 베이커리 - 구병모
p.246 - 작가의 말 중에서 그저 선택에 관한 이야기다. 틀릴 확률이 어쩌면 더 많은, 때로는 어이없는 주사위 놀음에 지배받기도 하는. 그래도 그 결과는 온전히 자신의 몫이다. 상처가 나면 난 대로, 돌아갈 곳이 없으면 없는 대로. 사이가 틀어지면 틀어진대로. 그렇게 흘러가는 삶을, 단지 견디며 살아가는 사람이 실은 더 많을 터다. 그러다 보니 귀향이나 회복, 치유와 화해를 넘어 미래에의 전망에 이르는 성장의 문법을 무의식적으로 배제했다. #. 구병모 작가의 2019년작 버드 스트라이크에 대한 소문을 들으며 작가의 이름을 익혔던 터였다. 트위터에 돌아다니는 '위저드 베이커리'의 제빵사 주인공 이미지 연성 이런거 (나의 마법사는 저렇지 않아! 뭐 이런 절규)에도 몇 번 노출됐고, 차별 없는 등단 기회를..
2020.03.13 -
독서일기: 일의 기쁨과 슬픔 - 장류진
#. 로로씨가 나에게 선물해줬지만 정작 본인은 읽지 않은 채라 감상을 나눌 수 없었던 관계로 적어보는 책 리뷰. #. 이 책을 읽을 때 나에게는 세 가지의 새삼스러운(?) 모먼트들이 있었는데, 하나는 이 책은 '일의 기쁨과 슬픔'을 포함한 8개의 짧은 단편 모음집인데, 나는 단편 소설집인지 모르고 읽기 시작했기 때문에 첫 번째 단편인 '잘 살겠습니다'가 일의 기쁨과 슬픔으로 연결되기를 기다렸다는 점이고, 둘째는 '책 끝을 접다' 페이스북에서 눈치 없이 결혼 전 날까지 청첩장 받아가고 축의금도 안 낸 회사 언니가 결혼하면서 청첩장 돌린 썰을 보고 읽어보고 싶다고 생각했었는데, 그게 이 책에 실린 '잘 살겠습니다' 편이었는지 몰랐다는 것이고, 셋째는 장류진 작가의 등단작인 단편 '일의 기쁨과 슬픔'은 창비 ..
2020.03.12 -
독서일기: 생각을 빼앗긴 세계 - 프랭클린 포어
p.16 테크 기업들은 소중한 어떤 것을 파괴하고 있다. 바로 '사색 가능성'이다. 그들은 우리가 끊임없이 뭔가를 보고 있고, 늘 주의 산만한 상태로 사는 세상을 만들어냈다. p.128 미국의 현대 소설가 데이비드 포스터 월리스는 이런 상황을 "총체적인 소음(Total Noise)"이라고 불렀다. 총체적인 소음 속에서 우리는 집중력이 떨어진 채로 인터넷의 여기저기를 떠돌면서 글을 읽게 되었다. (...) 주의력이다. 따라서 정보가 풍부해질수록 주의력은 결핍된다. p.182 그런 걱정은 우리의 몫이므로, 우리가 문제를 명확하게 인식해야 한다. 민주주의에 관심이 없는 기업들이 우리의 민주주의에서 지나치게 큰 역할을 차지하고 있다는 것이 우리가 직면한 문제이다. #. 프랭클린 포어는 뉴욕 매거진, 뉴리퍼블릭 ..
2020.02.12 -
개인주의자 선언 - 문유석
p.30 나는 감히 우리 스스로를 더 불행하게 만드는 굴레가 전근대적인 집단주의 문화이고, 우리에게 부족한 것은 근대적 의미의 합리적 개인주의라고 생각한다. p.69 결국 우리가 더 불행한 이유인 수직적 가치관을 버리고 수평적 가치관이 지배하는 사회를 지향해야 한다는 얘기다. 그런 점에서 다양성의 존중, 아니 그걸 넘어서 다양성을 숭상하는 것이 사회 다수 구성원의 행복을 위한 첩경이다. p.76 세상을 아군과 적군, 정의와 불의로 이분법적으로 사고하는 이들은 천사도 악마도 아닌 인간의 현실적인 모습을 이해하지 못 하고 자신의 일방적인 기대심리를 투영하여 과잉 열광하거나 조금이라도 자기 기대와 다른 모습을 보면 배신자 취급을 하며 돌을 던질 것이기 때문이다. #. 팟캐스트 책읽아웃에서 문유석 판사 편을 듣..
2019.08.14 -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 - 김하나, 황선우
p.251 평생을 약속하며 결혼이라는 단단한 구속으로 서로를 묶는 결정을 내리는 건 물론 아름다운 일이다. 하지만 그러지 않더라도 한 사람의 생애 주기에서 어떤 시절에 서로를 보살피며 의지가 될 수 있다면 그것 또한 충분히 따뜻한 일 아닌가. 개인이 서로에게 기꺼이 그런 복지가 되려 한다면, 법과 제도가 거들어주어야 마땅하다. 이전과는 다른 모습의 다채로운 가족들이 더 튼튼하고 건강해질 때, 그 집합체인 사회에도 행복의 총합이 늘어날 것이다. #. 아마도 트위터에서 영업을 당한 책이었겠지. 김하나 님의 트위터는 이미 팔로 중이었던 것 같기도 하다. 책을 읽고 나니 김하나 님이 너무 좋아져서 이 분이 진행하는 yes24 팟캐스트 책읽아웃도 조금씩 듣기 시작했다. 그런데 막상 지금 이 글을 쓰려고 보니, 2..
2019.08.13 -
일하지 않을 권리 - 데이비드 프레인
p.13 고된 노동을 옹호하는 윤리가 다시금 입지를 다지고, 고용 가능성은 우리 야망을 자극하고 관계를 조정하며 교육 체계를 바꾸게 한다. 이 과정에서 우리는 사회 구성원으로서 고용 가능성이나 경제적 필요와 상관없이 어떤 행동이 가치 있고 의미 있는지 스스로 결정하지 못하는 부작용을 겪는다. p.53 모든 사람이 고된 노동에 들이는 시간을 줄이고 스스로 선택한 활동에 더 많은 시간을 쓰도록 해 결국에는 경제적 영역을 실제 필요에 종속시키는 정치적 개입이 힘을 얻기 바랐다. 고르는 이런 개입 없이는 더 심각한 파국을 맞을 거라고 믿었다. 그렇게 되면 자유시간은 점점 더 희귀해져 특권층만의 자원이 될 것이다. 충분한 임금을 지급하는 일자리를 나누기 어려운 상황이 와도 일을 중심에 둔 사회 진보 이상을 계속 ..
2019.04.07 -
영화 더 길티 - 구스타브 몰러 감독
#. 나는 사실 존재조차 모르고 있었던 영화인데, 나와 함께 조동필의 '겟아웃'을 그닥 큰 감동 없이 봤던 남편이 '어스' 대신 이 영화를 봐야된다고 주장하여 아무 생각 없이 관람하게 된 경우. 그러나 득달같이 리뷰를 적는 것은 당연히 88분 러닝타임 동안 매우 몰입하게 만든 박수 짝짝 영화이기 때문! (개인적으로는 잘 믿지 않는) 로튼 토마토 지수도 99% 였다고. #. 영화는 내일이면 뭔가 엄청 중요한 일을 치러야 하는 것 같은 경관 아스게르가, 아마도 원래 본인의 보직은 아니었을 것으로 추정되는 긴급구조센터 전화 교환 업무를 보는 마지막 날의 장면에서부터 시작해서 끝난다. 너무 아무 정보도 없었던 상태라 이렇게 스크린으로 보이는 정보가 극히 제한된 영화인지조차도 몰랐는데, 가장 최근에는 (모던패밀리..
2019.03.31 -
콰이어트 플레이스 - 존 크래신스키
#. 나는 원래 무서운 영화 볼 때 귀를 막고 보는데, 이건 귀를 막아도 무서울 수 밖에 없자나 엉엉 ㅠ #. 주인공 가족은, 소리를 내면 죽이는 괴물이 나타난 세상에서 숨소리, 발자국 소리 하나 조심해야 하고, 큰 소리로 울지도 웃지도 못 하는 숨 막히는 날들을 1년 넘게 살아내는 중이다. 괴물 때문에 5살 짜리 막내를 잃은 슬픔을 충분히 나누지도 못 했고, 각자가 그 죽음에 책임을 느끼면서도 서로 그 마음을 이야기 하지도 못 했다. 그러던 와중에 새로운 아이의 출산을 앞두고 갈등과 위기를 맞이하는 스토리. #. 소리 내면 잡아가는 괴물의 설정도 참신하지만, 첫째가 원래 귀가 안 들리는 아이라는 설정도 참신하다. 수화가 익숙한 가족들이어서 살아남기 조금은 쉬웠을. 찾아보니 첫째 역할을 한 배우 밀리..
2018.05.27 -
23아이덴티티, 존윅리로드, 로건, 문라이트, 토니에드만
노느라고 바빠서, 자느라고 바빠서, 구직하느라 바빠서, 취직하고 바빠서 이래저래 미뤄만 놨던 영화평들을 그냥 안 남기고 지나가긴 아까우니까 몰아서 써 본다. 진짜 성의 없지만 그래도 기록은 중요하니깐..ㅠ_ㅠ 23 아이덴티티 - M.나이트 샤말란 식스센스, 싸인, 애프터어스도 본 것 같은데 정작 23 아이덴티티의 전작이라는 언브레이커블은 본 기억이 없다 안타깝게도. 그래도 제임스 맥어보이 애정하니까 재밌게 볼 수 있을거라고 생각했고, 왠지 존 쿠삭의 아이덴티티 급의 재미를 기대하면서 보기 시작했는데, 존 쿠삭의 아이덴티티는 다중인격 자체가 반전이었다면, 이건 뭐 23개나 되는거를 첨부터 까놓고 보여주니까 어디서 뭘 기대해야 될 지 아리송해지는 마음으로 보게 되는 게 함정. 마지막 23 아이덴티티는 저기요..
2017.05.06 -
그레이트 월 - 장이머우
#.맷형 나한테 왜 그랬어요.. #.월드워Z 제작진, 맷 데이먼, 이 두 단어만 믿고 보러 들어갔는데 왠걸 만리장성을 지키고 있는 중국인들이 왠 외계곤충 같은 크리쳐 백억만마리랑 싸우고 있었을 줄이야.. 그래 월드워Z 제작진이 필요했던 이유가 있었던 거야.. 맷형은 너무 우주에만 많이 나다녀서, 뭔가 지상에 발 붙이고 수많은 사람들이랑 교류하는 시간이 필요했나보다.. 하여간 설정이 너무 뜬금없어서 러닝타임 초반에는 으읭? 하면서 보다가, 아 이게 이런 영화구나- 하는 걸 받아들이고 나니까 나름 눈요기 할 것들이 많아서 웃으면서 나왔다능.. #.장이머우 감독은 붉은 수수밭, 집으로 가는 길, 영웅, 연인 등의 작품을 필모로 가진 분인데, 특히 영웅의 경우 온 가족이 영화관에 가서 보고 그 웅장한 스케일에 ..
2017.03.21